귀부인의 남자 치치스베오 - 18세기 이탈리아 귀족 계층의 성과 사랑 그리고 여성
로베르토 비조키 지음, 임동현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귀부인의 남자 치치스베오, 거부된 삼각관계가 되다!

 

 

 

 

 

 

18세기, 계몽주의와 시민사회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예법이 확산되던 시기,
이탈리아의 귀족 계급에서는 '치치스베오'라는 사회적 페르소나를 만들어낸다.
대개 연하의 귀족 청년이 그 자리를 차지했으며 그는 자신이 시중드는 귀부인의 집에서
환담과 오락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보내고, 귀부인의 몸단장을 도왔으며
산책이나 사교 모임 등의 외출, 장거리 여행에 동행하였다.
치치스베오 한 명이 귀부인 여럿을 수행하기도 하고,
한 귀부인이 동시에 여러 치치스베오를 거느리기도 했다.
남편을 대체 혹은 협력하는 새로운 유형의 동반자 치치스베오,

어쩌다 생겼고 어쩌다 없어졌을까?

 

 

 

 

 


치치스베오는 '사교'라는 문화 현상으로 생겨난 것으로 보는 게 좋겠다.
아이를 돌보고 가족을 챙기고 집안일을 하며 하인을 관리하는 여성의 일상적 업무가 이루어지던 집은
17-18세기에 연회, 파티, 토론, 국제 행사, 예술 관련 모임, 논쟁 등이 빈번해짐과 동시에
사교의 장으로 바뀌었고, 살롱 문화의 탄생을 가져왔다.
이로써 집을 관리하던 여성에 대한 배려가 싹텄고,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었으며
여성 중심의 사교가 확산됨으로써 남녀간의 자유로운 만남, 나아가 교제가 허용된다.
즉, 남성에게만 공공연하게 허가되었던 성적 행동의 자유가 여성에게도 확산된 것이다.

 

여성들은 비로소 성서와 계율에 얽매었던 은둔자적 삶을 벗어버리고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누렸으며 남편의 돈으로 남편이 공인한 '시종기사'를 두기에 이른다.
이제 남성들은 자유를 원하는 여성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고
여성들은 더 자유로운 삶을 바랐으며 이는 남성들의 독신주의를 부추겼다.
여기에 가문들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 경제적 정치적 동맹
혹은 가문 간 협약을 통한 장자 상속 원칙을 고수했기에
차남들은 사회생활을 해야 했고, 그 첫걸음이 자신이 수행할 귀부인을 찾는 것, 즉 치치스베오였다.
치치스베오들은 사회적으로 존경받을 만한 위치의 여성과 만나면서 교제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70대의 남성이 16세 혹은 17세의 여성과 재혼하는 경우(중략)
여성은 젊고 사랑스러운 치치스베오를 선택함으로써 이러한 결혼 관행의 오류를 보상받는다.
어린 나이로 인해 사회에서 특정한 역할이나 임무를 부여받지 못한 치치스베오는
귀부인이 어디를 가든 따라다닌다.
-비평가 주세페 고라니의 ≪회고록≫ 중에서

 

 

 

 


여자들이 잠깐 누렸던 갈랑트리, 치치스베오
화가들의 그림, 시인들의 작품, 작가의 일기, 천문학자의 여행기, 귀부인의 회고록 등등에서
치치스베오와 그 일상에 대한 묘사가 이루어지고 있을 정도로
치치스베오는 가족의 내밀한 모임에도 참석하는, 특히 귀부인의 남편에게 공인된 존재였다.
결혼 계약서에도 언급될 만큼 치치스베오는 당시 사회적 필수 구성 요소였고,
계약으로 형성되거나 결혼 전 여인의 가난한 애인이  결혼 후 그녀의 치치스베오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치치스베오는 결국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다.
가난한 집안, 하층 계급의 여성들도 치치스베오를 두고 싶어 했을 테고
이는 경제적 사정이 허락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남편의 아이인지 치치스베오의 아이인지, 즉 핏줄의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치치스베오의 문제점이 차츰 드러나자 사회적으로 이를 규제하고 확산을 막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난다.
그리고 루소의 윤리적 감수성이 새로운 성도덕, 가족 윤리의 확산으로 이어지면서
치치스베오의 종말이 시작된다.

 

 

 

 

 

 

 

 

≪귀부인의 남자 치치스베오≫는
18세기 이탈리아 귀족 계급에서 유행했던 치치스베오라는 독특한 관습의
생성 및 전개, 번성, 폐해, 종말까지 그야말로 사람으로 치자면 일대기를 담고 있다.
치치스베오에 대한 다양한 사료가 등장하고 여러 의문을 이야기식으로 풀어낸 문화사이다.

 

이 책 왜 이렇게 재밌지?
치치스베오를 소재로 로맨스 소설을 쓰면 재밌겠다고 생각하는 나.
로맨스 소설 작가님들, 이 책 한 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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