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끝났고 여자는 탈무드를 들었다
일라나 쿠르샨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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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끝났고 여자는 탈무드를 들었다

 

 

 

 

매일 한 장씩 읽으면 7년 반, 지혜를 키울 기회

 

 

 

 

 

결혼이 무너지자 문학적인 낭만 체계도 무너진 것 같던 그때
일라나는 랍비 아미의 조언대로 관심을 딴 데로 돌리기로 했다.
실패한 결혼에 대해 고백하다 보면 자책하지 않을까 싶었기에.
내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다거나, 타인의 욕구를 배려하지 못했다거나,
해결을 위해 적절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거나 말이다.
이런 말들은 사실 남들이 연애니 결혼 생활에 실패한 '여성'에게
자주 던지는 책망의 말 아니던가.
만일 랍비 아시의 말대로 고민을 남에게 털어놓아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자 했다면
일라나는 여러 사람에게 책망을 들었을지도 모를 일.
그녀가 당시 탈무드를 얼마간이라도 읽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 내가 아는 것을
당시에는 말할 용기가 없어서 아쉽다.

 

 

 

하루를 버티기도 버거운 판에 일라나는 바빌로니아 탈무드 통독을 결심한다.
총 6부, 37권의 주석집, 약 2700장으로 이루어진 책.
그녀는 다프 요미(매일 한 쪽, 혹은 매일 한 장이라는 말의 히브리어)가
자신의 삶에서 한 걸음씩 내딛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으며, 탈무드는 그녀의 삶 구석구석에 적용되었다.
종이 상자처럼 허술했던 삶의 패턴들을
랍비 가믈리엘의 말대로 강풍이 불어도 끄떡 없을 초막으로 바꾸는 것은 거부,
랍비 아키바의 말대로 지금 여기서 부는 바람만 감당할 수 있을 초막으로 피신시킨다.

 

 

 

나와 부부로 살기 싫은 사람이 이제 곁에 없어서 고마웠고
다시 데이트를 시작한 것도 고마웠다.

 

 

 

 


탈무드를 공부하는 동안 일라나는 자신을 그릇으로 인식하기에 이른다.
담긴 물질의 특성과 관계 있는 그릇의 본질처럼
자신 역시 배운 지식 전부가 담기는 그릇으로 본 것이다.
자기 지식의 모양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임을 깨달았고,
이로써 그녀는 같은 것을 배워도 모두가 똑같은 걸 깨닫지는 않음을 알게 된다.

 

 

 

 

 

 

 

 

 

 

 

 

현명한 유대인 여성 일라나 쿠르샨은
남성의 교육관이 뿌리 깊게 박힌 사회에서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탈무드를
여성의 눈으로 새롭게 읽고 이해하면서
탈무드의 구시대적 표현들을 현대 여성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탈무드는 여자가 싱글이면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듯하다.

 

 

 

작가는 자신의 삶 굽이굽이를 탈무드에 비추어보고 적절히 적용한다.
또한 탈무드의 본질인 '지혜'와 '논쟁'의 한가운데서 삶의 가치를 발견한다.
연애를 하면서 상대를 자신이라는 그릇 혹은 봉투 안에 담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도
탈무드의 지혜를 빌리고, 최고를 위한 결정이었음을 상기하며 후회하지 않는다.
이처럼 탈무드를 여성의 시각으로 온전히 받아들인 작가는
 남성의 소유물에 지나지 않았던 과거를 그저 '불쾌한 시절'로 남겨두지 않고
지금의 여성 인권과 지위를 확인하며 고리타분한 여성상에서 과감히 벗어나고자 하였다.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들의 차별받지 않고자 하는 당당한 외침이
과격한 페미니즘이나 과도한 미투 운동에 묻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향도 있는 요즘이다.
탈무드의 매력을 세상살이의 모든 상황을 다 담고 있다는 데서 찾는 만큼,
탈무드의 모든 구절과 에피소드가 정확하고 근본 있는 페미니스트에 의해
올바르게 적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자칭 타칭 작가는 뼈속까지 페미니스트라고 하지만
이 글을 통해 보건대, 아무리 눈 씻고 보아도 합리주의자일 뿐이다.
당연한 말을 하는 것일 뿐인데, 페미니스트 논쟁이 벌어지다니!
이 또한 우리 사회가 얼마나, 여전히 남성에게 지배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
혹시 자존감이 낮아 걱정이라거나
인간관계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듯해 걱정이라면
≪사랑은 끝났고 여자는 탈무드를 들었다≫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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