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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정록 - 조선군 사령관 신류의 흑룡강원정 참전기 ㅣ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22
신류 지음, 계승범 옮김 / 서해문집 / 2018년 9월
평점 :
북정록, 흑룡강 원정 당시의 진중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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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강 원정, 이른바 나선정벌은
17세기 중반 북만주로 남하하는 러시아를 저지하려던 청나라의 출병 요구에 따라
조선군이 송화강(쏭화강)과 흑룡강(헤이룽강) 유역으로 두 차례 출정한 사건이다.
1차 원정은 사령관 변급이 개선 후 올린 보고 내용이 ≪효종실록≫에 잘 남아 있고,
2차 원정은 사령관 신류가 작성한 ≪북정록≫에 원정의 실상이 상세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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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정록≫은 효종 재위 당시 조선의 여러 상황을 다양하게 담고 있어
그 자료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받는다.
첫째, 전투에 참여한 지휘관이 일지 형식으로 기록한 일종의 진중일기이므로
사령관의 감정과 심리 상태가 몹시 상세하게 나타나 있다.
둘쨰, 내용의 사실성과 정확성에서 매우 객관적 기록임이 인정된다.
셋째, ≪북정록≫에는 조선군이 청군에게 어떻게 편제되었는지의 정보가 있다.
이를 통해 당시 청과 조선의 상하 질서가 얼마나 엄혹했는지를 알 수 있다.
넷쨰, 지휘관 신류가 장군 지휘관들에게 사용한 호칭이 드러나 있다.
다섯째, 17세기 무렵 만주 일대의 인문지리 연구에 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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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정록≫은 이순신의 ≪난중일기≫ 못지않게
해외 출정에 임하는 야전 사령관의 감정과 심리 상태가 솔직하게 표출되었으며
오히려 더 세밀하다고 평가받는 부분도 있다.
또한 글 구석구석 나타난 오랑캐 대장에 대한 분노를 읽고 있자니
힘 없는 나라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설움이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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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역사적 사료로서의 가치를 운운하는 데 앞서
≪북정록≫을 읽는 내내 안타까웠다.
수많은 사람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원정길,
그것도 속국으로서 대국의 부름에 어쩔 수 없이 응해야 했던 조상들의 비참함에
약소국의 후손으로서 비참하고 씁쓸하다.
광해군 11년에 경상도 안동에서 태어난 신류는
인조 23년 무과에 합격해 선전과, 비변사 낭청직을 거쳐
효종 6년에 훈련원부정 겸 내승이 되었고 후에 함경북도 병마우후에 이른다.
1658년 청나라가 흑룡강정벌을 위해 조선에 원군을 요구하자
조선 조정에서는 신류에게 출병을 명한다.
신류는 함경도의 총포수 250여 명을 거느리고 참전해 흑룡강까지 원정했다.
이때 러시아의 스테파노프선대 11척 중 10여 척을 화공으로 불태우고
적장과 병사들을 괴멸시킨다.
하지만 조선과 청나라군도 많은 사상자를 내고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이때의 상황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날짜별로 나와 있다.
날짜와 날씨만 기록한 날도 부지기수.
고된 원정길에 자신의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들었을 텐데
병사들을 걱정하고 조선 측 책임자로서 대국의 오랑캐에 분노하는 마음을 오롯이 담아
세세한 기록을 남긴 신류 사령관.
그 덕분에 우리가 어떤 치욕을 겪었는지,
왜 부국강병이 버릴 수 없는 과제인지를 알게 되니
참 좋은 기록이요, 참 좋은 책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지 않던가!
100여 쪽밖에 되지 않아 금방 읽을 수 있으니
중고등학생 아이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