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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아델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평점 :
그녀, 아델-통제를 벗어난 욕망에 몸부림치다
만족을 모르는 인간은
주위의 모든 사람을 파괴하는 법이야.
35세, 파리지앵,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신문사 기자.
그녀 아델을 칭하는 말들이다.
그녀는 돈 잘 벌고 다정한 의사 남편 리처드, 세 살 난 아들 뤼시앙과 함께
파리의 부촌에서 살고 있다.
무엇이 부족하냐 싶을 정도로 모자랄 것 없어 보이는 삶이었지만
아델은 불치병을 앓고 있다.
사회적 기준으로 보면 행복한 틀 속에서 그녀는 한 송이 꽃처럼 자리 잡고 있었지만
이성의 힘으로는 떨치기 어려운 본능, 남편은 모르는 불치병에 내내 시달린다.
나 자신보다 더 힘센 어떤 게 날 움직여.
그녀를 지배하는 그 힘은 남편을 향한 애정도,
아들을 위한 모성도,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도
모두 무너지게 한다. 그녀는 심각한 님포매니악, 색정증 환자이다.
아델은 혼자 남겨지는 것이 두려워 자기 주변의 모든 남자를 훑는다.
예쁘고 갸날픈 그녀는 그들 모두에게 아주 잘 통하는 유혹이었고
그녀는 자신의 직장동료, 남편의 동료, 자주 가는 가게의 종업원들,
여자친구에게 관심을 가진 남자 등 대상을 가리지 않고 관계를 맺는다.
심지어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만날 남자를 고르고 그들과 관계를 가지고
더 극단적인 자극을 찾아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이러한 아델의 질병은 결국 남편 리샤르에게 걸리고 만다.
완벽한 아내인 줄 알았던 그녀, 아델이 감추고 있던 진실과 마주한 리샤르는
그녀를 내쫓는 대신 자신의 품에 가둬두고 통제하기로 마음먹는데...
똑같은 일상을 지루하게 여기고 견딜 수 없어 하는 그녀는
그 지루함을 견디기 위해 에로티시즘을 끌어들인다.
성적 긴장감, 그것은 그녀의 일상에 활력을 준다.
그리고 그녀가 바라는 긴장감은 자신이 남자들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이 그녀를 욕망하는 형태로 뿜어나와야 했다.
자신의 뻥 뚫린 내면, 고독감, 깊은 공허를 채우지 못해
일탈을 밥먹듯이, 아니 담배 피우듯 일탈하는 그녀 아델!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단언한 작가의 말에 동조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는 충족되지 않는 본능에 충동적으로 임하는 노예가 되었고
소설은 그녀의 이 광증이 어디서 기인했는지를 마지못해 알려주는 듯하지만
그마저도 확실치 않게 처리한다.
어린 시절의 아델은 엄마에게 짐이었고,
더 자라서는 애정이나 인자함 내지
어떤 해명을 나눌 수조차 없는 적이 되었다.
쾌락도 느끼지 못하는 욕망에 노예가 되어버린 그녀,
그녀가 빠져 있는 고독은 과연 무엇이기에
이토록 그녀를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게 만드는 걸까.
읽을수록 궁금해 자꾸 페이지를 넘기게 했지만
다 읽고 나니 찜찜하고 허탈하고 안타까운 이야기 《그녀, 아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