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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 허난설헌 시선집
나태주 옮김, 혜강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평점 :
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허난설헌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909/pimg_7918311082002211.jpg)
봄의 노래
고요해요, 뜨락은. 살구 꽃잎 위에 봄비 내리고
나는 꾀꼬리, 백목력 핀 언덕에서 울어요.
수실 늘어진 비단 휘장에 꽃샘추위 스며들고
박산 향로에서 한 줄기 연기가 울어요.
어여쁜 사람 잠에서 깨어 화장을 고치니
향그런 비단옷 허리띠에 새겨진 원앙 무늬.
겹으로 드리워진 발을 거두고 비취 휘장 치고서
시름없이 은쟁을 잡고 한가락 봉황곡을 타지요.
금 굴레 잡고 안장 위에 계시던 내 님은 어디 가셨나?
다정한 앵무새만 둘이서 창가에 속삭여요.
풀섶에서 노닐던 나비는 뜨락을 날아 사리지고
꽃그네 줄 엮어 난간 밖까지 날아올라요.
어느 집 연못가에서 피리소리 들려오는가.
금 술잔 위로 요요한 달빛만 노니는데
시름 많은 아낙은 밤새 홀로 잠 못 이루어
날 밝으면 비단 수건에 눈물 자국만 가득하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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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909/pimg_7918311082002213.jpg)
미녀, 재원, 여성의 미덕을 찬미함, 지혜롭고 문학적 재능을 지닌 여성,
고결하면서도 뛰어낸 문재를 지닌 여성.
허난설헌의 본명 초희와 당호 난설헌이 지닌 뜻이다.
후세 사람들은 아버지 허엽, 아들 성, 봉, 균, 딸 초희를 합하여
오문장가라 일컬었으니, 보통 명문가 집안은 아니었던 셈이다.
예전 읽었던 최문희 작가의 소설 ≪난설헌≫에 적힌 그녀의 삶이
참 안타깝고 한스러웠는데
요즘 <미스터 션샤인> 덕분에 그녀의 삶과 작품이 우리의 입에 오르내리니
그 불행했던 삶이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그녀의 시를 200편이나 외워두었던 허균 덕분에
오늘날 그녀의 시가 소실되지 않고 전해지니, 이 또한 다행이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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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8/0909/pimg_7918311082002215.jpg)
요요히 빛나는 꽃송이 같은 시를 남기고 운명처럼 져버린 그녀, 허난설헌.
그녀의 시와 잘 어울리는 그림들이 가득 담겨 있고, 한시 원문까지 담긴 이 책.
참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