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 허난설헌 시선집
나태주 옮김, 혜강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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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만나려고 물 너머로 연밥을 던졌다가, 허난설헌

 

 

 

 

 

 

봄의 노래



고요해요, 뜨락은. 살구 꽃잎 위에 봄비 내리고
나는 꾀꼬리, 백목력 핀 언덕에서 울어요.
수실 늘어진 비단 휘장에 꽃샘추위 스며들고
박산 향로에서 한 줄기 연기가 울어요.



어여쁜 사람 잠에서 깨어 화장을 고치니
향그런 비단옷 허리띠에 새겨진 원앙 무늬.
겹으로 드리워진 발을 거두고 비취 휘장 치고서
시름없이 은쟁을 잡고 한가락 봉황곡을 타지요.



금 굴레 잡고 안장 위에 계시던 내 님은 어디 가셨나?
다정한 앵무새만 둘이서 창가에 속삭여요.
풀섶에서 노닐던 나비는 뜨락을 날아 사리지고
꽃그네 줄 엮어 난간 밖까지 날아올라요.



어느 집 연못가에서 피리소리 들려오는가.
금 술잔 위로 요요한 달빛만 노니는데
시름 많은 아낙은 밤새 홀로 잠 못 이루어
날 밝으면 비단 수건에 눈물 자국만 가득하여요.

 

 

 

 

 

 










미녀, 재원, 여성의 미덕을 찬미함, 지혜롭고 문학적 재능을 지닌 여성,
고결하면서도 뛰어낸 문재를 지닌 여성.
허난설헌의 본명 초희와 당호 난설헌이 지닌 뜻이다.
후세 사람들은 아버지 허엽, 아들 성, 봉, 균, 딸 초희를 합하여
오문장가라 일컬었으니, 보통 명문가 집안은 아니었던 셈이다.
예전 읽었던 최문희 작가의 소설 ≪난설헌≫에 적힌 그녀의 삶이
참 안타깝고 한스러웠는데
요즘 <미스터 션샤인> 덕분에 그녀의 삶과 작품이 우리의 입에 오르내리니
그 불행했던 삶이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다.
그녀의 시를 200편이나 외워두었던 허균 덕분에
오늘날 그녀의 시가 소실되지 않고 전해지니, 이 또한 다행이다 싶다.

 

 

 

 

 



요요히 빛나는 꽃송이 같은 시를 남기고 운명처럼 져버린 그녀, 허난설헌.
그녀의 시와 잘 어울리는 그림들이 가득 담겨 있고, 한시 원문까지 담긴 이 책.
참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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