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평양
성석제 외 지음 / 엉터리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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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평양-북한을 들여다보아도 좋을 시간

 

 

 

매달리다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았는지 천생 뱃사람으로 태어난 이명길은
열네 살 어린 나이에 동네 사람들과 고기잡이 배에 올랐다.
만선의 꿈에 취한 선장과 선원들은 북방어로한계선을 넘은 줄도 모른 채
고기잡이에 열을 올렸고 결국 납북됐다.
매질, 고통, 위협, 세뇌공작에 시달리던 그들은
5개월 후 배를 빼앗기고 구명선에 실린 채 남한으로 추방당한다.
하지만 귀환한 그들은 바로 경찰서로 직행해야 했고
무시무시한 고문이 시작되었다.
선장은 간첩 혐의를 뒤집어쓰고 감옥에 갇혔고,
선원 둘은 폐인이 되었으며, 한 사람은 도망쳤고,
명길은 14세 미만이라 하여 일상으로 돌려보내졌다.



명길은 운 좋은 사내로 알려질 만큼 그가 키를 잡은 고기잡이 배는 늘 만선이었고
23세에는 어느 선장의 딸과 결혼해 이듬 해 아이를 낳아 그야말로 행복하게 살아갔다.
하지만 그의 운 좋은 생활은 거기서 끝이었다.
그 옛날 도망쳐 숨어 살던 한 사람이 술에 취해 북한노래를 부르다가
이웃에게 간첩으로 신고당했고 고문을 받던 그가 '명길'의 이름을 뱉은 것이었다.
명길은 밤중에 들이닥친 사복경찰들에 의해 연행되었다.

 

 

 

 

 

 









고문은 누구든 간첩으로 만들어버리던 시절이었다.
연좌제도 있던 시절이었기에 이명길은 아내에게 버림받고 이혼당했고
12년 후 풀려난 그는 어느 날 홀연히 찾아와 며칠을 함께 보낸 아들에게 의절 각서를 써주었다.
그의 인생은 파탄났고 국가는 그를 외면했다.
명길과 함께 고문받았던 이들은 죽거나 여전히 감옥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고문했던 경찰 등은 모두 포상을 받아 승진했거나 은퇴했다.
명길은 그들에게 사죄의 말을 듣고 싶었으나
그들은 "나라가 시켜서" 혹은 "나라를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답할 뿐이었다.

 

 

 

 

 

 

 

 



명길은 삶을 이어가기가 힘들다고 느껴질 때마다
그 시절 가장 괴로웠던 고문 방식을 스스로에게 적용하며 삶을 버틴다.
그리고 10여 년 후, 억울하게 간첩 누명을 쓰고 복역했던 사람들이
변호사들의 조력을 받아 사법부에 재심을 청구, 무죄를 받아냈다.
최소한의 인간답게 살 정도의 보상을 받은 명길은
부랴부랴 자신의 아들을 찾아가지만...

 

 

명길은 끝내 허무하고 슬프고 참혹하게 자신의 몸을 매달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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