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 E. W.
김사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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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새로운 제2차세계대전을 꿈꾸는 악몽중독자들

 

 

 

 

 

오손그룹의 후계자 정지용은
학벌, 미모, 집안이라는 삼박자를 제대로 갖춘 최영주와 결혼한다.
정지용의 아버지 정대철 회장과 최영주의 어머니 홍 교수는
자신들의 설계대로 아이들을 순조롭게 결혼시켰다.
지용과 영주는 오손그룹이 세운, 999대의 CCTV와 수천 개의 디지털 센서를 갖춘
첨단 시스템으로 완벽하게 통제되는 스마트아파트 '메종드레브'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다.
5평짜리 서민용 원룸과 200평짜리 최고급 펜트하우스가 함께 있는 메종드레브는
다양한 계층을 섞어 완벽한 통제를 통해 고도의 균형을 달성한 인간을 키워낸다는
정 회장의 욕망을 실험할 장소이자 오손그룹의 미래계획을 집약시킨 주거 시설이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야심은 다양한 계층을 섞어놓은 데서 삐걱거렸다.
펜트하우스 소속 지용이 인터넷 BJ인 서민 소속 이하나에게 끌렸기 때문이다.

 

 

잘 못 자고, 잘 안 먹는 최영주는
어딘가 모르게 우아한 왕비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고,
반대로 잘 먹고 잘 자는 이하나는
성격 좋은 커다란 개 같은 느낌이라 좋았다.
정지용은 우아한 왕비 최영주와 함께
성격 좋은 개 이하나를 키우는 상상을 했다.

 


결혼 생활이 맘에 들지 않는 영주는 '멋지고 대단한' 자신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남편과 시아버지에게서 회사를 빼앗기로 마음먹는다.
하지만 지용의 외도는 그녀에게 현실이자 예상치 못한 곤경이었다.
알고 보니 정 회장은 남몰래 인터넷을 뒤지거나
사람들을 시켜서 자신에 대한 항간의 루머를 수집하고 음미하는 취미가 있었다.
안식년을 맞아 스코틀랜드의 한 대학교에 연구 교수로 체류 중이었던 홍 교수는
자식 있는 어머니로서의 특성을 모두 버려버린 상태였다.
정 회장과 홍 교수는 자신들만의 환상적이고 도취적인 세계에 취해
그 속에서 살아가며 모든 면에서 완전히 자유로웠다.
그들은 영주가 하나와 외도라는 병을 앓고 있는 지용과의 삶,
그 지옥에서 꺼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영주는 그들에게서 위로받거나 구원받을 생각을 접은 채
지용에게 '애정'을 내세우며 자신이 처한 삶에 적응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한번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어요.
뭔가 대단한 것이라도 발견한 사람 같은 표정으로
'엔,이, 더블유, 뉴N.E.W가 현대 세상을 결정했다.'
그게 무슨 약자인지 아세요?
신경학neurology, 전기electricity, 제2차 세계대전World War 2.
믿어지세요? 제 아버지가 이렇게 황당할 정도로 유치한 사람이라는 것이?
그런데 사람들은 아버지를 두려워하죠.
그게 다 아버지의 연기에 속고 있는 거야.

 


지용의 세계에 중독된 하나는
'상식이라는 것이 결여된 듯한' 지용의 삶의 태도를 부러워하고
지용은 아버지 정 회장에게 자신들을 위해 죽어주시면 안 되냐고 묻는 괴상함을 보이니
안 닮은 구석 없는 부자지간 맞다.

 

 

 

 

 

 

 

 

 


오손그룹이라는 왕국을 물려받은 정지용은 현실부적격자의 면모를 떨치고
성공적으로 현실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건 그의 진정한 모습일까, 아니면 완벽하게 가장된 모습일까.
최영주 역시 광기를 선택하고, 아들을 희생양 삼아가면서까지
정 회장의 방식을 훌륭하게 재현한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여자가 느끼는 절망을 사람들에게 '목격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구현해낸 영주.

 

 

 

All eyes on you.

 

 

 

구제받지 못할 사람들의 고약하고 악몽 같은 이야기,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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