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걸 비포
JP 덜레이니 지음, 이경아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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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걸 비포, 팔림프세스트 혹은 펜티멘토

 

 

 

 

아무리 덧칠을 해도 그녀가 돌아다닌다, 살금살금!

 

 

 

 

여기 안전한 동네에 완벽하고 아름다운 집이 한 채 있다.
보안도 철저하고 조명부터 욕실의 수온까지 집안 곳곳의 시설이
거주자의 취향을 반영해 자동으로 조절되는 집.
미니멀리즘의 대표라 할 만한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인테리어.
게다가 집세마저 시세보다 훨씬 싸다.
이 집에 살고 싶다면 우선 기다란 신청서 양식에 많은 걸 적어넣어야 하고
서류가 통과되면 집 주인이자 건축가와 일대일 면접을 진행해야 한다.
그게 끝일까?
그 과정을 모두 통과해 이 집에서 살도록 허락을 받더라도
이후에는 수많은 규칙을 지켜야 하고 금지사항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
남자친구 사이먼의 집에서 지내던 에마는 한밤중에 혼자 있다 강도를 당한 후
이사를 결정한다, 그녀의 눈에 이 집은 그야말로 안전해 보였다.
사이먼은 내키지 않지만 에마가 원하는 대로 해주고 싶어 이사를 강행한다.
하지만 둘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에마는 사이먼에게 결별을 선언하고는
에드워드와 사랑을 나누기에 이른다.

 

(현재)
얼마 전 아이를 사산한 제인 역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집이 필요했다.
그녀는 아이를 사산한 충격에서 빨리 벗어나지 못했기에
아이와의 생활을 꿈꾸었던 집에서 떠나고자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녀에게 소개된 공간과 그곳을 설계하고 건축한 주인 에드워드에게
완전히 마음을 빼앗긴다.
얼마 후 제인은 에마가 이 집에서 살해됐다고 말하는 사이먼과 마주치고
에마가 정말 살해된 것인지, 아니면 경찰의 말대로 자살인지를 파고들기 시작하는데...

 

 

 

 

 

 

 

 


과거와 현재가 이렇게 비슷하게 흘러갈 수 있는가?
그럴 수 있다. 누가 조절하고 그걸 따르는 자가 있느냐의 문제일 뿐.
그 집 문간에 에드워드의 죽은 부인과 아이가 묻혀 있다는 괴담 따위는
집을 본 순간 귀담아들을 필요도 없는 잡소리가 된다.
각 잡는 거 좋아하고 어질러져 있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에드워드,
그의 소시오패스적 성향은 애인마저 죽은 아내를 닮은 여자를 고르게 한다.
제인은 자신과 똑 닮은 에마의 얼굴에 놀라고
자신들이 에드워드와 관계를 맺어가는 동안 얼마나 비슷한 행동을 하고
비슷한 감정에 휩싸이는지를 깨닫는다.
에마의 사건을 파헤치려는 제인에게 날을 세우는 에드워드.
제인은 아랑곳하지 않지만 누군가 자신을 지켜본다는 기분을 떨치지 못하는데...


모든 것이 완벽하게 통제되는 집 안에서 그녀들은 마치
집을 구성하는 장식물처럼, 인형처럼 그렇게 살아갈 것을 스스로 선택한다.
과거의 여자 애마와 에드워드와의 관계가 자신에게도 고스란히 반복됨을 알아차린 제인은
반복강박의 늪에서 빠져나오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그녀의 마음도 어쩌면 에마를 죽게 만든 독으로 물들어버린 걸까.
끝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것은 기본,
어느 순간 서늘해지는 이 느낌!
삶을 엿보고 통제하려는 이가, 지금 당신을 들여다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팔림프세스트: 사본에 기록되어 있던 원 문자 등을 갈아내거나 씻어 지운 후에,

다른 내용을 그 위에 덮어 기록한 양피지 사본.
펜티멘토: 제작 도중에 변경하여 뭉개버린 형상(形象)이나 터치가 어렴풋이 남은 자취,

또는 아련히 나타나 보이는 원래의 형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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