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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크맨
C. J. 튜더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7월
평점 :
초크맨, 끝까지 독자의 머리 위에서 분필을 끼적인다
예단하지 말 것,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할 것!
작은 마을 앤더베리의 5총사는 어느 날 끔찍한 사간에 맞닥뜨린다.
사지가 절단된 머리 없는 소녀의 시체가 숲속에서 발견된 것.
그 시체가 오래 방치되는 걸 원하지 않은 듯, 시체가 놓인 곳들을 가리키는 분필 그림이 있었지만
사건의 끔찍함에 묻혀 이슈화되지 않는다.
열두 살 에디는 축제에서 놀이기구 사고로 다친 댄싱 걸을 함께 구한 인연으로 헬로런과 알게 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얀 헬로런은 에디에게
분필 장난을 권유하는데,
5인조는 친구 집 앞에 막대인간을 그려 비밀 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난에 흠뻑 빠져든다.
그런데 초크맨이 등장할 때마다 섬뜩한 사건이 벌어진다.
앞서 머리 없는 시체로 발견된 16세 소녀는 바로 댄싱 걸이었고
자신을 구해주고 끊임없이 위로해준 30대 교사 헬로런과 마음을 나누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사회적으로 허용받지 못했고
소녀는 죽었고 헬로런은 자살했으며
사건은 헬로런의 치정 살인 후 자살로 결론이 나버렸다.
30년 후, 고향에서 교사로 일하는 에디에게
올가미를 매단 막대인간을 분필로 그린 그림과 편지가 도착한다.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지만 때맞추어
5인조 중 한 명이었던 미키가 에디를 찾아오고
그 끔찍했던 30년 전 사건의 범인을 안다는 말로 폭탄을 터뜨린다.
그리고 다음 날 그는 강에 빠져 죽은 채 발견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주인공 시점! 이것이 때로 나를 혼란에 빠뜨리고
확신하게 만들었다가 조롱하듯 패대기친다.
살인 미스터리를 기본으로 삼아
어린 시절 벗들의 유대감과 그 한계를 해집고
끝내 나로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태연히 끄집어낸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을 놓지 말라고 경고하듯 이 책은 읊조린다.
예단하지 말 것.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할 것.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초크맨≫.
스티븐 킹이 강력 추천했다는데, 그럴 만하다!
주인공이 몽상과 환상과 현실을 제대로 구분하는지 궁금해하지 말 것.
그는 늘 제정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