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끌리다 - 나를 위한 특별한 명화 감상
이윤서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7월
평점 :
품절


​그림에 끌리다, 그림의 배경에 끌리다




몰라도 좋지만 알면 더 좋은 그림의 배경들과 함께하다!


 


우리에게 초상화 화가라고 각인되다시피 한 모딜리아니
33세때 19세의 잔느 에뷔테른과 사랑에 빠진다.
두 사람은 잔느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부의 연을 맺었지만
결국 법적인 부부는 되지 못한 채 첫딸을 남겨두고 목숨을 잃는다.
모딜리아니는 수막염으로, 잔느는 뱃속의 아이와 함께 동반자살로.
그녀는 왜 그토록 비극적 선택을 했을까?
모딜리아니에게 잔느는 구원 그 자체였다.
그리고 잔느는 그가 없는 세상을 살아낼 자신이 없었던가 보다.

모딜리아니의 초상화 특징이라면 텅 빈 눈, 눈동자가 없는 눈이다.
그런데 잔느를 만난 후 모딜리아니의 초상화에는 눈동자가 등장한다.

에뷔테른이
"모딜리아니, 당신은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는 거죠?"라고 물었다.
모딜리아니는
"당신의 영혼을 보게 되면,
그때는 눈동자를 그릴 수 있을 거야"라고 대답했다.






 
누구의 그림일까?
꿈속에 있는 듯 자유롭고 가벼운 느낌.
무중력 상태에 놓인 듯한 그림.
샤갈이다.
그의 그림에 자주 사용되던 노랑과 파랑과 빨강은
행복했던 시절, 사랑이 가득한 시절의 희망과 평화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아내 벨라가 갑작스럽게 사망하자 9개월 동안 붓을 들지 못했던 샤갈은
이후 어두운 분위기의 그림을 그린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이름이 다양하게 발음되는 화가, 어디서는 페르메이르!)
그의 대표작이 되어 버린 <진주 귀고리 소녀>는 실제 모델이 없다는 설,
즉 작가가 상상으로 빚어낸 환상적 존재라는 주장이 있다.
저 소녀이 머리에 두른 동양의 터번은 15세기 유럽에서 유행했던 게 맞지만
베르메르가 당시 엄청난 부의 상징이었던 진주를 살 돈은 없었다는 게 그 주장의 근거다.
그런 논란이야 평론가들에게 미뤄두는 걸로!

베르메르의 작품에는 거의 한두 명 정도의 인물만 등장하는데
이로써 작품이 전반적으로 서정적이라는 평을 얻고 있다.
그리고 그가 사용한 기법, 옵스큐라! 다른 책에서 읽었던 설명과 동일하다.




 



에두아르 마네의 많은 작품에 등장하는 여인은 '빅토린 뫼랑'이다.
마네는 언제나 "나에게는 빅토린이 있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16세부터 모델 일을 시작한 그녀는 기타와 바이올린 연주를 잘했고
노래 역시 수준급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훗날 그녀가 마네 곁을 떠나 화가의 길을 걷게 되었을 때도
마네는 <피리 부는 소년>에서 소년의 얼굴에 빅토린을 그려넣을 정도로
그녀를 애지중지했다. 빅토린은 그야말로 마네의 절대적 모델이었던 셈이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17세기 여성 예술가들이 그러했든
초상화, 정물과, 종교소재의 그림 등으로 독자적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당시 여성이 남성의 몸을 그리는 것은 금기시되어 있었지만
젠틸레스키는 과감히 남자의 몸을 그려냈고
그로써 창녀로 낙인 찍히고 비난 받기도 했다.
그리고! 스승이었던 아고스티노에게 강간을 당하는 불운도 겪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도발적이고 남자를 꾀어낸 나쁜 여자로 몰아세웠다.
그에 대한 복수의 심정으로 그녀는 붓을 든다.
많은 화가가 소재로 삼았던 '홀로페르네스'와 그 목을 베는 '유디트를 꺼내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디트>를 그려낸 것이다.
이때 홀로페르네스의 얼굴에 아고스티노의 얼굴을 그려넣고
유디트의 얼굴에는 자신의 얼굴을 그려넣음으로써
그녀는 그림을 통한 복수를 구현하고 용감한 영웅이 된다.
죄 지은 이들, 지금 떨고 있는가?

 



존 클리어의 <레이디 고다이바>.
멋몰랐을 때는 나 역시 '응큼한 화가놈'이라고 욕했던 작품이다.
이 그림의 여인은 코번트리 마을의 영주였던 레오프릭 백작의 부인 고다이바로,
남편이 소작농들에게 과중한 세금을 매기자 그 세금을 낮춰줄 것을 요청한다.
백작은 자신의 아내가 절대 하지 못할 일을 제시하는데
바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도는 것'이었다.
백작은 일종의 사이코패스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그런데 고다이바는 나체로 마을을 돌기로 했고
그녀의 숭고한 마음에 감탄한 농민들은 그녀가 마을을 도는 동안
아무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기로, 내다보지도 않기로 뜻을 모은다.
이 와중에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를 훔쳐보는 이가 있었으니 양복 재단사 톰이었다.
이 사건 이후 엿보기를 좋아하거나 관음증 환자를 '피핑 톰'이라 부르게 되었다.





모딜리아니에서 천경자까지 스무 화가의 그림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다.
마지막에는 민화까지 다루었으니 동서양을 모두 다루었다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그림 안에 담긴 화가의 메시지를 이해하려는 작가는
결국 화가들의 삶을 찬찬히 들여다봄으로써 그들의 고민과 고뇌와 동경을 잡아낸다.

명화 속 사연만큼이나 소중한 현재의 삶을
작품과 작품 소재와 작품 탄생의 배경에 잘 버물린 책.
그림에 끌렸다, 아니, ≪그림에 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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