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브레이크 다운, 고장 난 채 질주한다!




 



아무도 믿을 수 없다, 가장 믿을 수 없는 것은 바로 나 자신!



 



며칠 전, 집 근처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내 또래의 젊은 여자가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폭우가 쏟아지던 밤이었다.
위험하니 숲 속으로 난 지름길로 가지 말라는 남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 숲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숲길에 멈추어 있는 차를 발견했고,
운전석에 여자가 앉아 있는 걸 보았다.
혹시 곤경에 처한 건가 싶어 도움을 주려 했지만
자신을 유인하려는 건 아닌가 싶어 두려움에 그냥 지나쳐버린다.
그 여자였다, 살해당한 이는.
게다가 얼마 전 나와 식사도 함께했던 제인이었다.

그날 이후 집으로 이상한 전화가 걸려 온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지만 나는 안다,
수화기 너머 있는 누군가가 나를 겁주고 있음을.
매튜는 아무 일 아닐 거라고 했지만
그가 집을 비울 때마다 벨소리가 울린다.
마치, 집 안 구석구석을,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모조리 지켜보고 있음을 티내는 듯하다.

나는 그 밤 제인의 차를 그냥 지나쳤다는 엄청난 죄책감에 휩싸여 있었기에
숨 막히는 공포를 느끼고 정신이 피폐해진다.
그리고 거듭되는 건망증에 깜박증까지,
이제 내 판단과 기억조차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둘도 없는 친구 레이철은 출장에 다녀올 때마다
똑같은 선물을 두 개 사, 하나를 나에게 주고 하나는 자신이 가진다.
이것이 그녀의 우정의 표현임을 알기에 나는 기쁘게 받는다.
나는 레이철의 마흔번 째 생일 축하선물로
이미 프랑스에 집을 구입해뒀다.
우리 부모가 그녀를 두 번째 딸처럼 아꼈기에
내가 받은 유산에서 이 정도쯤은 충분히 그녀에게 베풀 수 있음이다.

하지만 나는 점점 피폐해져간다.
나를 꾸준히 이해해주는 매튜와
나를 염려해주고 안정시켜주려는 레이철,
오랫동안 나를 지켜봐주고 아껴주는 존.
그런데 이들 사이에 뭔가 있었다.
그 무엇인가가 나를 옥죄어 온다.



 





≪퍼펙트 마더≫와 ≪마지막 패리쉬 부인≫을 한꺼번에 읽는 기분이랄까.
가스라이팅 소설답게 끊임없이 펼쳐지는 상황으로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불안감에 휩싸인 인물을 좌지우지하기란 얼마나 쉬운 일인가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세 시간만에 완독!
400페이지에 이르는 책인데 책장이 아주 술술 넘어간다.
거듭되는 긴장감. 끊임없이 주인공을 구석으로 몰아간다.
씁쓸한 결말과는 별도로 흡입력 있는 작품임을 인정!
작가의 전작을 읽고 싶어졌다.




가스라이팅: 상황 조작을 통해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켜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듦으로써 정신적으로 황폐화시키고,
그 사람에게 지배력을 행사하여 결국 파국으로 몰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심리학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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