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로니아공화국
김대현 지음 / 다산책방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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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로니아 공화국, 언제 건국하나요?


 




꼴통 대통령이 이끄는 아로니아 공화국으로 이민 가세!



 




동네 꼴통 출신 김강현과 10명의 동지가 모여
초극비리에 국가 건설 프로젝트를 벌인다!
개그라고 하기엔 너무 상세하고 설득력 있으며 감동적이다.


"데모하는 빨갱이들은 모조리 때려잡아서 죽여야 돼."
왜 그러는 거냐?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데
한국의 주인, 한국 국민들은 혀를 빼물고 게거품을 물었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화염병을 던지는 이들을 탄압하는 데 대한 분노)


동급생을 삥 뜯다가 아버지한테 걸려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은 강현은
이후 어물쩍 개과천선하여 좋아하는 여자도 만나고
타고난 머리로 '외우는 게 제일 쉬웠어요'를 시전하며
단번에 사법고시에 합격, 검사가 된다.


자본은 양심이 없다.
결코 자본은 아량과 관용과 선의라는 단어들과 양립할 수 없다.
(IMF 사태 속에서 재벌기업 회장들과 자식새끼들과 일가붙이 나부랭이들은
전혀 피해를 보지 않은 데 대한 분노)

하지만 권력과 자만으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하는 악취 나는 검찰청에서
오래 버틸 꼴통이 아니었다.
사건을 덮으라는 윗선의 지시를 가뿐히 무시하고 제대로 일을 벌인 강현은
사직서를 사뿐히 내려놓고 검찰청을 나서 전업주부로 여유로운 나날을 보낸다.
(잠깐, 어떻게 전업주부가 여유로울 수가 있지? 의문부호 100만 개!)

그 와중에 낯선 사내 쏭이 강현을 찾아와
자신들과 함께 동중국해에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자는
콧방귀 뀌는 것조차 어이없을 정도의 제안을 하는데!
하지만 전 세계에서 오직 11명만이 알고 있다는 이 비밀스런 프로젝트는
마치 수렁처럼 강현을 야금야금 빨아들인다.


"노력하는 사람은 이길 수가 없다고들 하잖아요.
거짓말입니다.
아무리 죽어라고 노력을 해도 날 때부터 타고난 사람한테는
도무지 이길 방법이 없어요.
아세요?
제 아무리 능력을 타고난 사람도
든든한 빽 있는 사람한테는 어쩔 수가 없더군요."
(빽 있는 사람이 다 해먹는 세상에 대한 분노)





건물이 하늘을 가리면 안 된다는 원칙하에 5층 이하로 지어진 집들,
창 밖으로 펼쳐지는 하트 모양의 푸른 바다, 블루하트.
자동차가 뭐예요? 자전거면 충분하지!
학교에서 뭐하나요? 좋아하는 사람들과 재밌게 노는 방법을 배우지.
뼈빠지게 연금 안 부어도 0세부터 매월 연금을 준단다.

이런 호사가 있을까 싶게 당연하게 주어지는 국민의 권리들.
아마도 꼴통일 것이 틀림없는 김대현 작가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역대 대통령들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말아먹었는지를
조목조목 따져놓으니 이거 혹시 보고선가 싶었는데!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과 형님아우라는 사적인 친분을 쌓고
국가 수장 대 수장으로서 패기 넘치게 담판을 짓고,
한국과 일본의 뒤통수 시원하게 후려치며 국가를 건설하니,
그야말로 유토피아 잘 그려낸 판타지 소설이다.
게다가 1970년대의 한국부터 2038년의 아로니아공화국까지,
시공간을 넘나들며 콧대 높은 미국까지 건드려주시니 SF 명패 걸기 딱 좋다.
 


"한 국가에, 한 백 년에, 진실로 착한 사람 한 명만 있어도 세상은 행복해질 겁니다."



뼈아픈 과거의 실수는 덮을 게 아니라 잘 짚어내 반성해야 한다.
그런데 자꾸 공작을 통해 실수를 덮고 새로운 실수를 연발하고 만다.
이것은 한국에서 나고자란 김강현이 아로니아를 건설할 명분이 되었다.
그 나라, 지금 어디에 세우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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