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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소식 ㅣ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지음, 공진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6월
평점 :
나쁜 소식? 거리에 나가 춤을 추고 싶은데!
늘 그렇듯이 어릴 적 상처는 치유가 힘들지!
떨어져 살던 아버지의 죽음을 전해 들은 패트릭.
끔찍한 소식, 나쁜 소식을 전하게 되어 유감이라는 지인의 말에
패트릭은 잠시 움직이지 않는다.
정신을 단단히 차리라는 말에 의례적으로 감사의 말을 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게 나쁜 소식이라고?
거리에 나가 춤추지 않을 정신,
너무 표나게 웃지 않을 정신이 필요하겠지.
이렸을 때부터 당해온 아버지로부터의 억압과 폭력과 모욕은
패트릭을 병들게 했고 방탕하게 살도록 했으며
마약에 취하게 했다.
아버지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던 패트릭에게
자유로워지기 위해 쓸 수 있는 수단은 많지 않았다.
마침내 패트릭의 엄마는 이혼에 성공했고
그 때문에 패트릭은 아버지의 영향에서 더 벗어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패트릭은 제법 자랐고
기운이 쇠약해져 자기 자식을 때릴 수 없는 노년의 비극에 처한
아버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버지의 유해를 담은 갈색봉투 역시
아버지 데이비드에 대한 패트릭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자신을 통제하고 모욕을 안겨주었던 이가
몇 줌 재로 변한 채 봉투에 담겼고
여러 사람이 스치듯 봉투를 치고 지나가는 데서
패트릭은 묘한 안정감 따위를 느낀다.
마치 마약을 한 후 느끼는 포근함 같달까!
맞다, 그는 약쟁이가 되어버렸다.
스물네 시간의 긴 이야기를 다뤘던 전작 ≪괜찮아≫와 마찬가지로
≪나쁜 소식≫에서는 약물에 중독된 패트릭의 하루 24시간이 그려진다.
그가 마약을 얻기 위해 어떻게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지,
어떻게 마약과 더불어 시간을 보내는지,
어떤 다중적 성향을 지니는지,
어떤 몽환경에 잠식되어 살아가고 있는지가
아주 세세하고 아주 적나라하며 아주 짜증나게 그려지고 있다.
그에게 멈추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14년이라니!
성인이 될 때까지 아버지에게 지배당하는 치욕을 견뎌야 했던 패트릭에게
감히 충고 따위 내뱉기 어렵다.
패트릭은 습관적으로 마약에 취해 의식을 분열을 일으키고
수십 명의 인격을 흉내 내면서
내면의 상처와 속마음을 끊임없이 드러낸다.
"아버지는 용서할 수 없어요."
잔인한 학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 애쓰다
오히려 '중독'에 빠져버린 이야기.
다시는 약물을 하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하지만
결국 약물을 하고 허탈해하고 황홀해하는 패트릭의 하루,
정말 나쁜 소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