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갱
반시연 지음 / 인디페이퍼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무저갱, 범죄와 정의의 구렁텅이


 

 

 

 

 


나는 괴물이 아니야, 가끔 괴물로 변할 뿐이지.
vs
보통 사람은 그 어떤 때에도 괴물로 변하지 않거든요.

 

 

 

 

 

 

 


약물과 가스로 491명을 안락사 시킨 사내가 있다.
죽음을 원하는 이들은 그를 "선생님"이라 불렀다.
그는 잘생기고 귀여운 소년과 함께 다닌다.
그 소년의 입은 개같다.
선생님은 끊임없이 아이에게 입단속을 시킨다.
하지만 소년은 입만 열면 개가 된다.

 

 

 

 

 

 


강간을 저지르고 피해자의 이마에 칼로 표식을 새기는 사내가 있다.
세 명의 여자를 강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 그 수는 축소된 수치였다.
노남용은 좋은 집안의 자식이었고
그 배경과 막대한 재산으로 지은 죄에 비해 모자라는 형벌을 받았다.
게다가 이제 출소까지 앞두고 있다.

희대의 살인마를 사회로 내보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지만

그는 감옥 안에서 회개하는 듯한 시를 써 시집을 출간하고

그 시집은 베스트셀러가 된다.
10년 세월을 감옥에서 보낸 노남용은
자유를 잃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게 되었다.

 

 

 

 

 

 

 


노남용을 교도소로 다시 돌려놓기 위해
치밀하게 계획하는 사내가 있다.
그는 노남용에게는 신체적 고통 따위가
즐기고 흥분해버리는 것에 불과함을 알고 있기에
노남용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그를 단죄하고자 한다.

놈은 충분한 벌을 받지 못했다.
배경을 이용하여 언제나 강물에 발톱 끝만 살짝 적셨을 뿐.

사내는 긴 시간 동안 정성들여 덫을 놓는다.
노남용을 그와 같은 새끼들이 잔뜩 있는 곳으로,
그 새끼들마저 그를 경멸하는 곳으로 보내기 위해.

 

그리고 또 하나 끼어드는 사람이 있다.
보호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노남용을 죽여야 하는 사내 말이다.
62일 후에 죽는 사내.
이로써 시점이 복잡해진다.
하지만 판은 완성되었다.

 

 

 

 

 

 

 

 

 

 

잔인하다.
심장 약하신 분들은 책을 펴지 마라.

죄 지은 자가 제대로 된 형벌을 받지 않는 이 사회에,
피해자를 대신 보호해주고
가해자를 대신 응징해주는 회사가 생겨났다.
회사의 직원들은 하얀 마스크를 쓰고 활동을 벌이니,
하얀 마스크가 사원증인 셈이다.

 

살인과 폭력, 강간, 고문, 학교폭력 등
입맛 쓴 이야기들이 완전 난무하는 중에
작가의 머릿속이 궁금해진다.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무언가 내뱉는 것이
작가의 머릿속을 제대로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제대로 된 형벌이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우리를 지킬 수 있는가, 라는 물음을 던지며
반전까지 이뤄낸 반시연 작가의 소설 <무저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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