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키 드 생팔 × 요코 마즈다
구로이와 유키 지음, 이연식 옮김 / 시공아트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니키 드 생팔 X 요코 마즈다, 그녀들의 세상

 
 


누군가가 쏜 화살이 다른 누군가의 심장에 명중했다!


 
시즈에 마즈다였던 그녀가 니키를 알게 된 후 이름마저 요코 마즈다로 바꾸었다.
여성으로, 아내로, 어머니로 평범한 삶을 살던 요코는 시대적, 사회적 제약에 묶여
남자들의 그림자로 살아야 하는 여자들의 삶에 회의를 품는다.
결국 '세상이 만들어둔 틀'에 스스로를 가두었다가
자신의 역할에 의문을 품게 되고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그녀를 똑똑하고 추진력 있는 원래의 모습으로 이끈 건
니키 드 생팔의 판화 작품이었다.

"1960년대에 니키가 사격 회화에서 쏜 총탄이
20년에 걸쳐 지구를 돌아 내 심장에 명중했습니다."

요리사 아버지를 둔 요코는 어머니와의 유대감을 쌓지 못한 채
9살의 나이로 어머니를 여읜다.
이윽고 터진 전쟁을 겪는 등 굴곡의 유년기를 보내는가 싶지만
그녀는 씩씩했고 공부에도 두각을 나타냈으며
학교에서는 많은 이에게 인정받았다.

남편과의 사랑의 도피로 아버지와 등을 진 채 지내기도 했지만
결국 가업을 이어받으면서 당시로서는 드물게 여성으로서 경제적 자립을 이루었다.
여성이기 때문에, 시대적 상황 때문에, 일본이라는 가부장적 사회 때문에
자신의 꿈이나 이상을 이루는 데 제한을 받지만
결국 1960년대의 페미니즘 열풍에 눈 뜨고
니드 키 생팔의 작품을 만나면서부터는 자신의 바라는 모습으로의 삶을 꾸려나간다.




 



50세에 우연히 들른 한 갤러리에서
<연인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라는 판화 작품에 단번에 매료된 요코.
지구 반대편에서 자신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니키 드 생팔을 알게 된다.
새로운 표현 방법과 재료를 사용해 파격적인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던 페미니스트 예술가 니키.
그녀 역시 당시 여성에게 허락되지 않았던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이혼까지 불사한 여성으로, '사회에 저항한 작가'로 불렸으며
누보 레알리슴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성공을 거둔다.

니키와 요코는 서로를 향해 조심스레 다가가다 이내 우정을 쌓고
작가 니키를 위해 컬렉터 요코는 일본 내에 미술관 건립까지 추진하는데...






 

요코는 어머니와 관계를 제대로 형성하지 못했던 것처럼
아들과의 관계 형성에 실패하는 삶을 살 뻔했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사진작가로 성장한 아들과 함께 니키를 만나러 가기도 하니,
엄마로서의 인생을 실패라고 말할 순 없겠다.
게다가 이 책을 쓴 작가 구로이와 유키는 요코의 며느리였으니
자식들과의 관계 형성에 성공한 셈이겠다.

"남성들은 로켓과 원자폭탄을 만들어 세계를 오염시켜버렸습니다.
이전에 여성은 '준다라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에게는 줄 게 많아요.
밖으로 나가서 주자고요.
우리의 몸, 인생을 바친다는 게 아니에요.
더 큰 의미로 지구에게, 우주에게 우리는 주어야 해요."

예술가의 작품 이야기인 줄 알았으나
요코라는 여성이 당시의 사회적 편견을 극복해나가는 성장드라마에 가깝다.
그야말로 며느리가 쓴 시어머니 자서전에 더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기에
작품 사진을 잔뜩 기대했던 나로서는 조금 아쉬웠던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