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패트릭 멜로즈 소설 5부작
에드워드 세인트 오빈 지음, 공진호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괜찮아, 하루가 그토록 길 줄은... 정말 괜찮지 않아!

 

 

 

 

상류층의 뒤틀리고 비틀어진 자화상, 그가 산증인이었다!

 

 

 

 


누구나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은 마냥 행복한 때 아니냐는 게 관념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지워버리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고통의 나날이요
평생을 따라다니며 괴롭히는 기억으로 점철된 시절일 수도 있음이다.


데이비드 멜로즈는 영국의 부유한 상류층 가문의 가장이라는 이름 아래
자신의 가학성 심리를 잘 포장하고 잘 관철시키며 제대로 이용한다.
그는 아내 엘리너와 다섯 살짜리 아들 패트릭에게
자신의 뜻을 무조건 따르도록 훈련 및 훈육시키고 그들의 삶을 장악한다.

 

엘리너는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여자였으며 스스로 데이비드의 포로가 되었고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었지만 시도해보지도 않은 채 벗어날 수 없다고 포기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자신의 집을 방문한 니컬러스의 여자친구 브리짓이
마음에 들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떠나려는 것에 대해 충격을 받는다.
절대적 복종 말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삶이었기에
엘리너는 자신의 처지를 술에 의존해 잊고자 했으며
자신이 도피할 곳으로는 오래된 자동차 한 대면 충분했다.
그녀는 끝내 그 삶을 버리지 못한다.
길들여진다는 것, 그것이 이토록 무서운 일이다!

 

 

 

 


패트릭은 아버지에게 저항하기에는 너무나 어렸다.
데이비드는 아이의 양쪽 귀를 꽉 잡고는 자신의 눈높이까지 들어올린다.
아이가 아파 하며 자신의 손목을 잡자
데이비드는 동시에 손을 놓자고 제안하고는 결국 그 제안을 자신이 어긴다.
그러고는 이것이 패트릭에게 아주 유익한 교훈을 주는 행위였음을 강조한다.
아버지에게서 풀려난 패트릭은 비밀 은신처로 가 몸을 숨긴다.
 
아버지는 왜 그랬을까?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될 텐데, 패트릭은 생각했다.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그러면 안 될 텐데.

 
그러나 이 일로 끝이 아니었다.
데이비드는 패트릭에게 최악의 훈육방법을 쓰고야 만다.
슬리퍼로 아이를 때리는 것 따위로는 데이비드의 성이 차질 않았다.
그는 패트릭의 얼굴을 침대보에 짓이기고는 아이에게 새로운 처벌을 가한다.
패트릭은 자신에게 가해지는 처벌이 어떤 형태인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아버지가 그런 아픔을 가하는 걸 보면 단단히 화가 났다고만 알 뿐이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아이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른 데이비드는 
그저 자신이 아이의 궁둥이 사이에 조금 마찰을 가했을 뿐이고
언젠가 학교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을 미리 알려준 것이라며, 자신을 합리화한다.
그저 60이 다 된 자신이 아들 교육에 너무 극성을 부렸을 뿐이며
아들에게 가르쳐줄 것은 너무나 많은데 시간은 너무나 없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난 멀리 가버리고 싶어요."

 

 

 

 

 

 

 

 

 

 

 

읽어 나가는 내내 힘들었고 읽고 나서도 힘들었고
5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라는 사실이 더 마음 아프다.
상류층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쓴 그들은
자신보다 조금 더 영향력 있고 조금 더 상류층인 부류에게 비굴한 아첨을 행한다.
그것은 그들에게 그저 숨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일 뿐!
그리고 자신보다 조금 더 힘 없고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 무례하게 구는 것은
그야말로 들이마신 숨을 뱉어내는 것처럼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
 
하루 스물네 시간이 엘리너나 패트릭에게는 어찌나 긴 시간인지.
패트릭의 시간을 싹뚝 잘라 그의 고통을 없애주고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