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밤과 서쪽으로
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이 밤과 서쪽으로, 그녀와 함께 날아보아요!
그녀에게 넘어갈 수 없는 지평선이란 없었다!

베릴은 어려서부터 자란 은조로 농장에서 암망아지와 야생얼룩말을 키우고
난디족 무라니들과 어울리며 물소의 흔적을 구분하는 법을 배운다.
그녀는 어릴 적 검은 갈기를 가진 거대한 몸집의 길든 사자 패디한테 다리를 물리기도 했다.
집에서 기르던 개 불러가 오두막에 침입한 표범에게 잡혀가자 덫을 놓아 표범도 잡고,
무라니들과 함께 사납고 몸집이 큰 흑멧돼지 사냥에도 성공한다.
물론 거칠고 강하고 공격적인 불러가 해낸 일이다.
표범과 흑멧돼지는 불러에게 물려 만신창이가 된 채 발견되었고 불러 역시 무사하지 못했다.
그리고 불러의 부상이 신호였다는 듯 유럽 전역과 동아프리카에서 전쟁이 발발한다.
농장은 이제 그 활기를 잃고 아늑함마저 사라진다. 농장도 사라졌다.

아버지의 농장이 문을 닫은 후 베릴은 거의 맨몸으로 몰로로 떠난다.
낯선 곳에 도착한 그녀는 겨우 열일곱 살이었다.
그녀는 생계를 위해 경주마 조련사 자격증을 취득하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말을 빼앗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무릎 꿇지 않았다.
결국 그녀가 직접 훈련시킨 와이즈 차일드가 경마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다.
이로써 '열여덟 살짜리 여자애'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은 시원하게 깨져버린다.
그녀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을뿐만 아니라 자기 스스로를 증명하기에 이른다.
더 나아가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조종사가 되어
저 높은 하늘에서 아프리카를 마음껏 내려다보는 자유를 만끽한다.
케냐의 키르케로 여겨진 베밀 마크햄.
지식과 모험을 좋아한, 당시로서는 놀라운 성격의 한 여성이
아프리카에서 보낸 30여 년의 삶을 에피소드식으로 나열한 책이다.
용감한 삶이 당연한 것이었던 그녀에게 아프리카는 사랑 그 자체였다.
그녀가 코끼리 사냥을 나가 거대한 수컷 코끼리와 직면했을 때
나도 아프리카 초원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꼼짝 못하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위기를 넘기기 위해 바닥을 포복하며 온갖 곤충류를 몸으로 느낄 때는
나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비쩍 마른 소녀, 호기심 충만한 평범한 소녀가 강인한 여성으로 자라,
당시 남성들의 성역이었던 사냥을 하고 말을 길들이고
대서양을 서쪽으로 단독 비행하기까지의 숱한 이야기들.
그녀에게 비행은 불안과 설렘을 안겨주는 인생의 변곡이자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배움길이었다.
그녀가 바람을 타고 누구의 발길도 닿지 않은 바다와 사막 위를 날아
밤의 한가운데를 비행하면서 깨달은 것들을 함께 느껴볼 수 있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