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이 있는 집
김진영 지음 / 엘릭시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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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이 있는 집, '행복한 우리집'이라는 환상

 

 

 

 

두 여자의 우연 또는 필연적 만남, 그들이 꿈꾸는 행복한 우리집

 

 

 

 

 

 

주란
“나는 나를 믿으면 안 된다.

내가 의논하고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은 남편뿐이다.

근데 남편을 믿어도 될까?”

 

주란은 예쁜 꽃들을 심어두고 언제든 볼 수 있는 화단이 딸린 집에 살고 싶었다.
그녀에게는 병원을 운영하면서 부족할 것 없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남편과
잘생기고 똑똑한 아들이 있었고
행복한 가정의 안주인으로서,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완벽한 사람이 되고자 애썼다.
자신은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환경을 모두 갖추었으며
이것이야말로 행복이라고 생각하며 우아하게 살고 있다.
화단에서 그 냄새가 나기 전까지,
화단에서 사람 시체를 발견하기 전까지,
자신의 마당 안으로 어떤 남자가 카메라를 들이대기 전까지!

 

 

 

 

 


상은
“나는 알고 있었다.

남편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나는 남편에게 약자이자 패배자여야만 했다.”

 

상은은 결혼하자마자 족쇄처럼 자신을 가두고 통제하려는 남편과 마주하며
후회와 더불어 끊임없이 이혼할 틈을 노린다.
하지만 4년 만에 어렵게 임신이 되자 남편의 육체적 폭력은 멈추었고
집착은 더욱 강해졌다.
상은은 이대로 자신의 삶이 수면 밑으로 끌어내려지듯
불행의 자이로드롭을 탈 게 뻔하다는 사실에 괴로워하다 결국 일을 꾸민다.
남편을 살해하기로 한 것이다.
집 안에는 제약회사에 다니는 남편이 가져다둔 수면유도제가 잔뜩 쌓여 있고
마침 남편은 상은의 친정 근처 저수지에서 거래처 병원장을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이것은 배 속 아이와 행복하게 살아가라고 하늘이 준 기회였고,
상은은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결국 남편은 익사체로 발견되었고 이제 상은은
남편을 잃은 미망인의 모습을 연기해야 했다.
이제 상은이 꿈꾸는 행복한 인생이 펼쳐질 것이었다.

 

 

 

 

 

 

 

 

두 주인공이 정말 행복한 집을 갖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이 담긴 이야기다.
그러기 위해 주란은 이제까지 탄탄하게 쌓아 올린 집에서 발견된
불안한 원인을 파헤쳐 제거하려고 하고
상은은 현재의 집에서 벗어나 새로운 집을 꾸리려 마음먹는다.
그들의 행동은 지금까지 그들의 삶이었던 가정이 파괴될수록
그들은 점차 자신의 본디 모습을 찾아가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꼭 행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이 없을 뿐이다.

 

주란은 자신의 심리적 불안을 모두 케어해주는 남편을 믿지 못한 대가를 치르고
상은은 아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남편에게 대가를 치르게 한다.
주인공들은 끊임없이 불안감을 퍼뜨리고
마치 삶을 공유하기라도 한 듯 관련 없는 사건과 사실들이 절묘하게 엉켜든다.

 

390여 쪽에 이르는 책을 단숨에 읽어버렸을 정도로
이야기는 끊임없이 나를 공범으로 끌어들인다.

행복한 우리집으로 대표되는 마당이 있는 집,
그 안에서 무언가 썩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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