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 산은 높고 바다는 깊네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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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 산은 높고 바다는 깊었으니 조선 제일의 천재였다!

 

 

 

 

 

 

추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며 그의 작품들이 줄줄이 보물로 지정되고 있다.

이 재평가의 시기에 그의 탄생부터 만년까지의 일대기를 좇아

추사의 삶과 예술, 그리고 학문을 전기 형식으로 구성한 책이 나왔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의 저자 유홍준 교수의 작품이다.

 

추사 김정희라고 하면 바로 연상되는 추사체.

그냥 정해진 형태의 서체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 그건 아닌 듯.

당시 유행하던 서체와 구별되는 개성 강한 추사의 모든 서체를 추사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굵고 가늘기의 차이가 심한 필획과

각이 지고 비틀어진 듯하면서도 파격적인 조형미...

이렇게 규정하기도 뭣하다.




 
이것은 여덟 살 소년 시절의 추사의 글씨로,
아들이 없던 큰집에 양자로 들어갔던 추사가
생부 김노경에게 보낸 안부 편지에 쓰인 것이다.
추사를 조선의 천재요, 나아가 아시아의 천재라고 일컫는 이유가
여기서 살짝 드러나는 듯하다.
여덟 살에 저렇게 반듯하게 글씨를 쓰다니, 될성부른나무 떡잎부터 알아본다고나 할까.



추사가 연경에 머물 당시 교류했던 옹방강에게 받은 편지 끝에
실사구시에 대한 풀이글을 써넣은 추사의 글씨다.
연경을 떠나 귀국한 추사는 옹방강과 엄청난 양의 책과 자료를 교환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중 옹방강이 추사에게 보낸 장문의 편지 묶음 3봉의 경우,
그 안에 담긴 글자 수만도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좌: 추사가 두보의 시를 쓰면서 그 내용을 고증한 것.
낙관에 난미거사라고 되어 있으며
옹방강의 아들 옹수곤의 글씨와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고 한다.
중: 조용진이 자제군관 자격으로 연경에 가는 것을 축하하면서
옹방강을 만나보라는 소개의 뜻을 담아 쓴 송별시이다.
 
우: 장년 시절 추사의 대표적인 행서이다.
추사는 옹방강의 석묵서루에서 본 것을 본받아 썼다고 밝혔다.



자하 신위가 연경에 가게 되자 추사는 무려 10수의 송별시를 지어 축하하면서
연경의 수천 백억의 경관을 보느니 옹방강을 만나보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하였다.

여기까지만 봐도 추사의 글씨체가 참 다양하다.
왜 마구 흘겨쓴 듯한 글씨를 명필이라고 하는지 의문이었는데,
추사는 글씨를 글씨로만 머물러 있게 하지 않고 예술로 승화시켰기에 명필이라고 추앙받는다고 한다.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와 추사 글씨 탁본.
우리나라의 옛 비문을 조사하던 추사는 북한산 비봉에 올랐다가
전설의 비를 발견하는데, 이를 탁본하여 거듭 연구한 끝에
이것이 진지왕 때 세워진 진흥왕 순수비임을 밝혀낸다.
이 비는 마모가 심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고
그 자리에는 복제비가 세워져 있다.



추사가 33세에 쓴 <가야산 해인사 중건 상량문>이다.
이는 추사 30대의 최고 작품이자 최고의 해서체 명작으로 손꼽히는 유물로,
부친 김노경이 사주하여 해인사를 중건하자 추사가 그 상량문을 짓고 썼다고 한다.
이 상량문 역시 해인사 성보박물관에 보관 중이며
이를 베낀 부본이 본래 자리에 있다고 한다.





 
좌: <시경> 탁본. 화암사 병풍바위에 새긴 예서의 탁본.

중: <소봉래> 탁본. 화암사 뒷산 역시 신선이 사는 '작은 봉래산'이라는 뜻으로 새긴 암각 글씨의 탁본이다.

우: <천축고선생댁> 탁본. 화암사 병풍바위에 새긴 글씨의 탁본이다.


 

<소영은>.
해남 대둔사에 ≪복초재시집≫을 영구 보관케 하고 써준 편액.





≪동몽선습≫.
추사가 아들 상우를 위하여 직접 쓰고 발문까지 지은,
어린이 교과서 ≪동몽선습≫의 필사본이다.
이는 추사 해서체의 한 기준작이다.


 

 
추사의 <간찰>. 이는 추사가 유배된 지 3년째 되던 해에 본가에 보낸 편지로,
우리가 추사체라고 말하는 모습에 가까워지고 있는 서체다.



 

국보 180호 <세한도>는 추사가 사제의 의리를 지켜준 이상적에 대한 고마움을 세한송에 비유하여 그린 그림이다.
옆쪽으로 글씨가 적힌 부분이 있으나 여기서는 짤렸음.
추사 해서체의 대표작이며 글자가 질서 정연하게 늘어선 느낌이다.


 



<잔서완석루>는 추사체의 멋과 개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명작으로 손꼽히는데,
임창순 선생은 전서, 예서, 해서, 행서의 필법이 다 갖추어져 있다고 평했을 정도다.



 

 

 

 


울 아빠가 서예를 하고 있기에 자연스레 글씨에 관심이 쏠렸나 보다.
여기서는 글씨 위주로 소개했으나
추사 김정희의 어린 시절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
그의 학문과 예술과 삶의 고난 등이 몽땅 담겨 있는 책이다.
까칠한 천재 추사 김정희의 높고 깊은 예술과 학문이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 시시때때로 들춰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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