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지음, 김도연.이선화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3월
평점 :
품절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내가 수집한 이야기들

 

 



마법에 홀린 듯 귀를 기울이게 될 거야!

 

 

 



이란혁명 초기, 임신 7개월의 엄마는
배 속에 든 나와 함께 3층에서 뛰어내린다.
못 박히고 피묻은 몽둥이를 들고
"알라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며 다가오는 두 남자를 피하기 위해서다.
엄마는 땅에 누운 채 깊은 잠에 빠져든다.
그 순간 엄마는 배 위에 손을 얹고 나는 무덤이 된 엄마의 배 속에서 움직인다.



 



혁명가였던 엄마 아빠는 이제 목숨을 부지하기로 힌다.
나는 기저귀를 차고 있던 한 살때부터 부모와 그 동료들의 협조자였다.
그들은 내 기저귀 밑으로 서류를 숨긴 채 검문을 피했고
내 똥오줌이 묻은 기저귀 밑에서 서류를 꺼내 전달했다.
나를 정당의 아이로 쓸 정도로 혁명의식이 강했던 부모는
이제 금지된 서적을 정원에 몽땅 묻고 고향을 떠난다.
내 장난감과 부모의 물건들을 모두 품에 안아 정원은 부자가 되었다.

프랑스 이민자 아빠는 은행원이 되어서도 혁명가처럼 삐라를 뿌려대다 해고당한다.
이빠는 페르시아의 옛 시들을 서예로 남긴다.
그리고 옛 동료들, 혁명에 가담했던 젊은이들의 죽음에
아편으로 그 슬픔을 달랜다.
아빠가 혁명의 구호를 외친 지 30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이슬람은 개선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가면을 쓴 채 내가 겪은 많은 일을
화려하게 꾸며 사람들 앞에 이야기로 늘어놓는다.
내 내면이나 내 고통은 드러내지 않는다.
어느 날 허깨비들이 내 앞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망명자로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
정체성에 대한 혼란은 친척, 친구들, 모국어가 희매해질수록
존재감이 부각되듯 커진다.
다시 찾은 고국에서 페르시아어를 새롭게 배우는 동안
그녀는 마침내 스스로와 화해한다.
시간을 마음대로 넘나들며 펼쳐내는 그녀의 이야기,
시간과 지면만 충분하다면 그녀의 입담이 천일야화처럼 끝없이 이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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