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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5
미셸 투르니에 지음, 이원복 옮김 / 민음사 / 2020년 1월
평점 :
[마왕]은 20세기 최고의 전쟁문학이라 일컬어진다.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레마르크' 등 독일 문학 작품을 번역하던 사람이었다.
이 작품은 전쟁소설이지만 특이한 풍채와 특이한 운명적인 힘을 느끼는 주인공 '아벨 티포주'의 이야기와 게르만 신화(마왕, 식인귀) 그리고 성서 이야기(크리스토프 성인, 아벨과 카인)가 상징하는 것들에 주의하면서 읽어야 한다. 그리고 나치 독일과 전2차대전에 대한 정보도 검색해가면서..
이야기의 큰 축은 전쟁이지만, 씨실과 날실처럼 촘촘하게 신화와 성서 이야기를 통해 전쟁을 일으키는, 아니 즐기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 소설에 비하면, '헤밍웨이'나, '레마르크'의 전쟁소설은 매우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이야기의 시작은 불길한 기록이라는 '아벨 티포주'의 일기로 시작된다. 그 기록은 1938년 1월 3일로 시작해서, 2차 대전 발발 직후인 1939년 9월 4일까지이고 여기까지가 1장이다.
심각한 근시에 거대한 몸집, 남근 왜소증인 그는 자동차 정비소를 운영하고 있다. 천성적으로 은밀한 사람인 그는 사교적이지 못한데, 자신의 개인적인 우주에서 유일한 여성이었다는 '라셸'과 관계를 맺어왔는데, 그녀가 그의 남성성을 농락하면서 떠나버렸다.
가끔 그녀는 , '티포주'한테 '당신은 식인귀야' 하면서 놀려댔다. 자신의 일생이 설명할 수 없는 우연의 일치로 가득하다면서, 주어진 운명을 불길하게 여기던 '티포주'는 그녀를 보내고 자신의 지난날을 회상하며 사고로 인한 오른팔을 대신해 왼팔로 기록한다. 그리고 '난 미친놈이 아니다'라고 역설하지만, 좀 미친놈 이야기처럼 시작된다.
유년시절, '티포주'는 기숙학교에 보내졌다. 허약하고 못생겼으며 사교적이지 못한 그는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는데, 전학생 '펠스테르'와의 문신 사건으로 인해 더욱 놀림감이 되었으며 '펠스테르' 무릎에 난 피를 핥으면서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혀 기절을 해버렸다. 학교 수위의 외아들 '네스토르'와 친해졌는데 그는 괴물 같고 천재적이고 환상적인 뚱보로 학교 내에서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었다.
거대한 몸집만큼 거대한 존재감을 지닌 '네스토르'는 '티포주'에게 은밀하고 효과적인 보호막이 되어 주었고 그의 행동은 '티포주'에게 전위된다.
'네스토르는 기마전에서 가벼운 '티포주'를 짊어지고, "꼬마 티포주야, 한 아이를 짊어진다는 게 이처럼 아름다운 일이란 것을 난 여태껏 몰랐어." 한다.
유탄 사건으로 징계에 회부된 '티포주'가 집으로 도망쳤다가 다시 나온 날, '네스토르'는 지하실에서 질식사 한 채로 발견된다.
'라셸'과의 이별 후, 어린아이들에게 남다른 애정을 갖게 된 티포주는 남몰래 아이들 사진을 찍는다.
191센티의 거구에 못생기고 급성 근시에 110킬로에 달하는 그는 한때 군에서 통신병이었는데 제대 후 참을 수 없는 식욕 탓에 살을 찌웠다. 그가 주로 먹던 것은 생고기와 가공하지 않은 생우유였다.
사교성 없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일상적인 흥밋거리에 무관심해서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그가 어린이 찬미자가 되어 '마르틴'이라는 소녀를 알게 되는데, 불상사로 인해 재판에 회부된다. 그즈음 희대의 살인마 '외젠 바이드만'에 대한 기사에 심취해 있었는데, 자신과 같은 날 태어났고 키도 몸무게도 같고 왼손잡이이며 외아들이라는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자신이 불길한 인간임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1939년 9.3일 프랑스 전국에 동원령이 내리자, 예심판사는 그에게 면소 판결을 내리고 그는 전쟁터로 보내진다.
통신 수단인 비둘기를 보살피는 일에 투입되었던 그는 전쟁의 상황이 나빠지자, 먹이로 둔갑한 비둘기를 보게 된다.
독일군의 포로가 된 '티포주'는 아무런 저항 없이 포로생활에 빠져든다.
그에게 프랑스는 짓밟힌 유년기, 반항적인 소년기, 가장 초라한 외모에 가려지고 우롱당한 열정적인 청년기일 뿐이었다.
[중간생략]
신화와 성서의 상징이 불러일으키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전부를 지배한다. 그래서 울림또 한 크다 하겠다.
거세한 몸집이 큰 흑마는 남근왜소증에 거구인 '티포주'를 상징한다. 그 큰 주인을 짊어지는 말 '바르블뢰르'
마왕과 식인귀는, 평범하지 않은 우연들을 겪으면서 특이한 외모를 지닌, '티포주'가 자신의 운명이 그러한 존재인가를 햇갈려하고 부분부분 확신하기도 하지만 유대인들을 학살하고 생체실험을 일삼고, 아이들을 총알받이로 키우는 미친 나치의 모습이었고, 전쟁에 미친 자들의 모습이었다.
'티포주' 자신의 배변, 쾌변, '괴링'이 연구하는 동물들의 배설은, 이 소설을 통한 폭로쯤 되려나..하고
무엇보다, 나치즘의 신화적 뿌리를 [아벨과 카인]의 이야기, 유목민에 대한 정착민의 증오에 비유한것이 너무 인상적였다.
'크리스토프 성인'이 짊어진 예수의이야기를 중학생 '티포주'가 낭독하게 되는데, 자신의 우연하지만 필연적인 행위들을 짊어지는 행위인가하고 회의를 품어오면서, 심지어 소년병 동원에 나서 아이들을 꾀어 데려오는 일조차도 짊어지는 행위인가 스스로 묻게 되고, 이따금 그런가보다 하고 확신을 하지만 결국엔 비쩍마른 유대인 소년, '에프라임'을 짊어지고 떠나면서 비로소 확신하게된다. 자신의 행위는 그리스도를 짊어졌던 그 거인의 행위와 같은 부류였음을.. 그리고 마침내 그가 보게된 황금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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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히 간서치의 네이버 독서블로그
창세기에서 인간의 전락이 실제로 있었다면 그것은 선과 악의 인식을 통한 상승 개념을 나타내는 ‘사과 사건‘이 아니라 원래의 아담이 셋으로 분리되는 해체, 남자에게서 여자와 아이가 떨어져 나온 해체를 통해서 이루어졌을 것이다. 영원한 고아가 된 아이, 고독하고 겁에 질려 언제나 보호자를 찾아 헤매는 여자, 가볍고 민첩해졌지만 모든 특권을 빼앗기고 비굴한 육체노동에 순종할 수밖에 없게 된 비참한 왕 같은 남자.
결혼은 태초의 아담을 회복하기 위해 추락의 길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외에 다른 의미는 없다. 하지만 그런 가소로운 해결책 말고는 없을까? 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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