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눌프 ㅣ 헤르만 헤세 선집 6
헤르만 헤세 지음, 권혁준 옮김 / 현대문학 / 2013년 5월
평점 :
[동방 순례]는 1차 대전을 겪고 패전국 국민들의 비현실적인 상태에 놓인 우울과 절망 속에서, 여행의 진부한 교통수단들을 포기하고 동방으로 순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나' H.H'는 얼마간의 수습 기간을 통해 수련을 받고 선서를 하고, 결맹의 반지가 주어져 비로소 동방 순례의 회원이 되는데 그 결맹에는 고차원적인 특정의 목적(비밀 엄수)과 개인적인 목적이 있다.
어떤 회원은 道를 찾기 위해, 혹은 마술적인 힘을 지닌 뱀을 찾기 위해서 등등의 목적이 있지만, 내게는 아름다운 '파트메르(예언자 마호메트의 딸)공주'를 만나 사랑을 구하고자 함이었다.
세계대전 직후, 종말에 대한 예감과 제3국( '히틀러'가 집권한 국가 사회주의)의 도래에 대한 희망과 함께 구세주, 예언자, 사도라고 하는 자들로 들끓던 시대, 전쟁에 뒤흔들리고 궁핍과 배고픔에 절망하고 피와 재산을 바친 모든 희생이 덧없고, 실망스럽고 허망한 꿈을 좇았던 존재들이, 다양한 모양으로 진실하게 영혼을 고양시키고자 하는 일중 하나가 동방에 대한 관심이었다. 인도, 고대 페르시아, 동방의 신비, 종교에 대한 호기심이 널리 퍼져 있기도 했다.
나와 결맹의 회원들은 여정 속 모든 경건한 장소, 기념물, 교회들, 공경할만한 묘지들을 참배하며 때론 노래로, 때론 침묵과 명상을 바치고, 교회당과 재단에 꽃으로 장식을 하며 다른 회원들과 조우하면, 함께 어울리고 축제와 광란의 춤을 나누기도 했다. 이 들, 순례단은, 돈, 숫자, 시간으로 망가진 세상에서 탄생하여 삶의 참된 내용을 앗아가는 문명의 이기들을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행진과 야영을 계속한다.
태고의 역사를 지닌 결맹은, 남의 눈에는 광신자 집단의 하나로 보일 수도 있어, 나쁜 풍문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수련 기간을 마친 나는 결맹의 수칙을 충실히 지키며 기꺼이 순례자로 살게 되는데 그 회원들 중, '레오'라는 하인에 대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의 밝은 에너지와 지혜는 회원 모두의 칭찬 대상이기도 했다. 동물들 마저 '레오'를 따른다. '레오'는 동방 순례에서 솔로몬의 암호해독 열쇠로서 새들의 말을 알아듣는 방법을 배우고자 나섰다고 한다.
그러다가 변절자가 생긴다.
그는 순례단이 한가하게 빈둥거리는 듯한 행진과 점성술로 며칠씩 여행을 중단하던 일, 꽃잔치를 벌이며, 시문학과 침묵을 하던 일들에 불만을 토로하며 떠났다.
나,' H.H'의 직업은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야담가이다. 모임의 음악을 담당하면서, '니논'이라는 외국 여자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데, 주석에 '니논'은 '해세'의 세 번째 부인을 암시한다고 한다.
결맹의 순례는 공간을 가로지르는 여행만이 아닌, 시간을 가로지르는 여행이기도 하다. 동방을 향해 가고 있지만, 중세나, 황금시대로의 여행을 하는.
그들의 순례는 전쟁으로 교란된 세계를 믿음으로 극복하여 낙원으로 변형시키고, 과거에 존재한 것, 미래에 닥쳐올 것, 허구적으로 상사한 것을 창조적으로 현재의 순간으로 불러내는 일이기도 했다.
'헤르만 헤세'는 회원들 중, 또는 여정 중 만나는 다른 모임에 속한 사람들을 나열하는데, 그의 실제 연인과, 작품 속 주인공들과 평소 교류하던 사람들인, 예술가, 화가, 음악가, 시인들 낯익은 인물들을 등장시키기도 한다. 미소를 띠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회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던, 하인 '레오'가 사라진다.
중요한 문서와 회원들의 귀중품들과 함께
이야기는 갑자기,
순례의 여정을 기록하려는 나,' H.H'가, 주제 접근이 안되어서, 고심 끝에 세계대전 참전했다가 그와 관련된 책을 써서 성공한 친구 '루카스'를 찾아가 묻는다.
그 일이 어떻게 가능했느냐고?
'루카스'는 자신에게 그 경험은 책을 쓰든지 아니면 절망에 빠지든지 둘 중 하나였다고, 책을 쓰는 일은 허무와 혼란과 자살에서 자신을 구원하는 유일한 길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H.H'의 원고를 보면서, 그의 글이, '레오'에 실종에 매달려 자꾸 되풀이해서, '레오'의 이야기로만 되돌아가고 있는 함정에 빠져있음을 보고, '레오'에게서 벗어나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