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의 귓속말
이승우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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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장흥 출신의 남자 소설가 세 분이 있다. '이청준(1939-2008)', '한승원(1939-, 작가 '한 강'의 부친)' 그리고 '이승우(1959-)'..

문득 책장에 놓인 읽을 책들을 둘러보다 '이 승우' 작가의 책들을 모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에리직톤의 초상]도 어렵게 입수했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그렇다고 산문으로 분류해 놓기엔 또 그런,, 아쉬움이 있어서 그냥 귓속말로 여기며 작가가 내게 속삭이는 소리로 듣기로 했다.


- 마음에 가득 찬 것을 입으로 말하는 법이다.라고 했다. 무섭다. 내 책장에 꽂힌 내 책들을 보기가 무안해서 가끔 나는 책들을 뒤집어 놓는다. 저 책들 속의 무수히 많은, 내 안에서 튀어나온 쓸데없는 말들을 다 어떻게 해명한단 말인가. 그날, 해명을 하기 위해 또 얼마나 많은 쓸데없는 말을 동원해야 할까. 어떨 때는 글을 쓰는 것이 큰 벌인 것만 같다. 글쓰기를 통해(서만) 위안을 얻는 사람은 위안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쓰지 않으면 안 되는데, 쓸데없는 말을 빼고 문장을 쓸 수 없다.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62


자신이 쓴 책들을 뒤집어 놓는다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왜 이케 마음이 아픈지..그는 '이청준'의 [나무 위에서 잠자기]라는 책을 통해 쓰기에의 강렬한 충동을 얻었고 소설가로 살고 싶다는 욕망이 싹텄다 한다.그리고 '로맹가리' 같은 작가가 워낙에 특별한 자기의 목소리를 내는데도 '에밀 아자르'라는 예명으로 [자기 앞의 생]을 발표했을 때, 프랑스인들이 미처 알아채지 못한 것이 이해가지 않는다고도 한다.


-중간생략-


- 요동치는 세계의 변화와 상관없이, 혹은 그 때문에 더욱 자기 문학을 해야 한다. 나는 이것이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욕망의 억제, 세상과의 거리 두기, 일종의 초연함일 것이다. 하기야 모든 것을 흡수해버린 시장의 한복판에 살면서 이런 것을 지킨다는 것이 용기 없이 가능한 일 같지는 않다. 204

우리나라에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가 없다고 늘 아쉬워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염두에 두고 작가들이 위축되지는 않기를 바라면서, 나 역시, 오늘의 작가들이 그만의 색깔, 그만의 문학을 해나가길 응원한다.

'엔도샤쿠'의 [침묵]도 이제 용기를 낼 때, '로맹 가리'의 [자기 앞의 생]도 다시 읽어볼 때가 되었나보다. 올해는 꼭 만나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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