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파라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3
후안 룰포 지음, 정창 옮김 / 민음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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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의 산문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을 읽으면서 관심이 갔던 작가이고, 작품이다.

그는 '이 책이 누구도 '후안 룰포'처럼 계속 서술할 수 없는 책이며 영원히 완성을 기다리지만 영원히 완성을 기다릴 수 없는 책이며 그러면서도 아무런 제약 없이 활짝 열려있는 책'이라 했는데, 모호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작품이라 망설이기도..

이 책은 라틴 아메리카의 기념비적인 소설이라 하고, 라틴아메라카 문학의 영원한 고전으로 남을 작품이라 한다.

'후안 룰포'는 아주 독창적이고 예외적인 작가로 '제임스 조이스', '윌리엄 포크너', '마르셸 프루스트', '버지니아 울프'를 집약시킨 거인이라는 평가도 있다.

문체 자체가 매우 시적이고 화자가 아들 '빼드로 빠라모'였다가 그가 찾는 아버지 '빼드로 빠라모'였다가, 또 다른 사람들로 바뀌기도 한다.

그에게 말하는 이가, 혹은 이미 말했던 이가 벌써 죽은 자였다고 하고, 결국 처음의 화자인 아들도 죽은 사람이 되는데, 놓치지 않고 읽는다 해도 언제 왜 죽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처음 몇 번 당황하다가 마술적 리얼리즘이라잖나~ 하면서 그 모호함과 애매함과 난해함을 즐기려 드니, 비로소 스토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역시 멕시코의 역사와 혁명을 검색해 봐야 했다.

멕시코는 에스파냐(스페인)의 300년간 식민지였다.

1821년 독립하여 1823년 공화국을 수립하고 50년 동안 대통령이 서른 번 이상 바뀌고

1848년엔 미국과 전쟁을 치러 거대한 땅을 잃는다.

1876년 쿠데타를 일으킨 '디아스'에 의해 30년간의 독재 체제였고, 생활고를 시달리던 농민들은 가난하고 또 가난했다.

1910년 멕시코 혁명은 여러 영웅들이 탄생했지만, 한낱 도적떼 출신도 있었고 군인도 있었고, 아직까지도 평가가 어긋나는 그들은

배신하고 배신당하고 살해하고 살해당하고 그래왔다.

그 시기를 보낸 '후안 룰포'는 부모를 잃었고 친척 집을 전전하며 우울하고 고독한 유년기를 보낸다.

그리고 이 작품의 배경이 그 시기이다.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란 '빼드로'에게 죽음을 앞둔 어머니 '둘레로스'가 아버지를 찾아 '꼬말라'에 가라고 한다.

'꼬말라'는 그녀에겐 푸른 벌판과 익은 옥수숫대가 어우러진, 밤이면 희뿌연 빛에 휩싸이는 아름다운 정경으로 남아있는 그녀의 추억과 향수가 깃든 고향이었다.

그녀는 아들더러 네 아버지는 내게 당연히 갚아야 할 빚이 있고, 우리를 버렸던 죗값으로 받을 것이 있으니 당당히 요구하라고 한다.

어머니의 유언대로 '꼬말라'에 가는 중, 마침 방향이 같다는 마부 '아분디오'가 길잡이가 되어준다.

하지만 그가 도착한 '꼬말라'는 소리가 없고, 텅 빈 집들과 잡초들만 무성한 곳이었다.

자신의 아버지는 이미 죽은 지 오래된 사람이었고

자신을 안내했던 마부 역시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한다.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기억하는 사람인지 유령인지 모를 인물들을 따라나서고,

그들에게 어머니의 과거와 아버지의 과거를 듣는데, 이미 아들 '빠라모'도 죽은 사람이 되어있다.

그의 아버지 '뻬드로 빠라모'는 그 지방의 토호쯤 되는 사람으로, 대농장 '메디아 루나'의 주인이었다.

그는 사람들을 거느리고 여러 여자들을 거느렸다.

'빼드로'의 어머니 '둘레로스'는 목초지의 명의자로 그 땅을 빼앗으려는 '빼드로 빠라모'의 청혼으로 그와 결혼을 하지만

그날 밤 초야를 치르면 안 된다는 충고에 사로잡혀 자기 대신 친구, '에두비헤스'를 들여보냈다.

처음에는 안된다며 거절했지만 '에두비헤스' 역시 '뻬드로 빠라모'를 연모했던 지라 신방에 들어갔지만, 만취한 신랑 때문에 아무 일 없이 날이 밝고, '둘레로스'는 이듬해 아들 뻬드로'를 낳는다.

그녀는 남편을 증오했고 그의 닦달을 견디지 못해 아들을 데리고 언니가 사는 다른 마을로 가버렸다.

그리고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아들에게 아버지를 찾아가라고 한 것.

아버지 '뻬드로 빠라모'에게는 망나니 아들 '미겔 빠라모'도 있었다. 그리고 마부 '아분디오'를 비롯해 많은 자식들이 있었지만, 자식들이 태어날 때 코빼기도 안 비친 사람이라 한다.

하지만 그에게도 평생 못 잊는 여인이 있었는데

어릴 때의 소꿉친구이자 첫사랑 '수사나'였다.

미망인이 된 그녀를 찾아와 결혼해서 '수사나'가 마지막 부인이 되는데

광기와 환상에 사로잡힌 그녀는 마음의 병을 얻은 미친 여자였다. '뻬드로 빠라모'가 가장 사랑한 여자 '수사나'..

하지만 그녀는 '빼드로 빠라모'가 풀지 못한 숙제이기도 했다.

그녀를 괴롭히는 기억들과 절규, 불면을 보면서 손 하나 까딱할 수 없었고

그녀가 죽은 후 '뻬드로 빠라모'는 곳간에 쌓인 곡식들을 모조리 태우고 그녀가 떠난 저승길을 바라보며 의자에 길게 드러누워 시간을 보내다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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