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덴브로크 가의 사람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7
토마스 만 지음, 홍성광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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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만'은 1929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다.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은 그의 나이 이십대에 쓴 최초의 장편소설로 자전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처음 도입 부분에서는 이 책이 독일 소설일 수 있는가? 혹은 '만'의 소설이 이렇게 수월할 수가 있는가 하는 착각을 하기도 한 것이, 마치 영국 소설이나, 러시아 소설의 서막을 여는 듯해서, 의아했지만, 역시나 그의 소설은, 그리고 독일의 소설은 관념을 포기할 수가 없는 거였다.

이야기는 1835년, 엄격한 전통을 가진 가문 부덴 브로크가가 새로 지은 집에 지인들을 초대해 모임을 갖는데서 시작된다. 영사인 '장'과 그의 아내 '베티', 그들의 부모인 '요한 부덴 부로크' 노인과, '안토아네트' 그리고 그들의 세 자녀.

그 집안의 가정교사인, 귀족 출신의 프로이센 여인 '이다 융만'과 노인의 조카딸로 엄청난 식욕을 소유한 '클로 틸데'..

영사란 직위는 지역의 총독쯤 되는 걸로, 시장도 있고 시의원도 있는데, 대물림되는 영사란 직이 있었던가 보다, 이 가문 역시 대를 이어 영사가 되고, 그의 장인 일가도 영사직을 이어받는다.

그 모임에 시인과, 가정의와 목사와 시의원, 포도주 도매상, 목재상과 장의 처가 식구 2대도 참여한다.

'장'에게는 이복형제이자 아버지 '요한'의 장남인 '고트홀트'가 있다. 그는 자기 지분에 대한 보상액을 요구한다는 편지를 보내왔는데, 아버지는 장남이 신분에 맞지 않는 결혼을 한 터라, 제 몫을 주지 않겠노라 한다.

'고트홀트'는 그 여인과 결혼해서 세 딸을 낳고 그녀들은 각종 모임에 초대되어 교류하면서 이 집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질투와 조롱을 보내는 역할을 한다.

귀족 집안이던 이 가문은 곡물상을 운영하면서 부를 축적해왔다.

그 집안에는 가족 연대기가 있다. '요한'에게서 '장'으로 일가의 일들을 메모하는 일이 자연스레 대물림되어 있었다.

프랑스의 7월 왕정 이후 공업학교, 기술학교, 상업학교들이 생겨나면서 고전적인 교양은 어리석은 것이 되어버리고 온 세상이 광산, 공장,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있다. 예술적인 기질의 '요한'은 이것을 모욕으로 여기기까지 했다.

그리고 '장'에게는 넷째이자 막내인 '클라라'가 태어난다.

장남 '토마스(톰)'와 장녀 '안토니(토니)', 차남 '크리스찬'에 이어 차녀인 '클라라'..

아버지 '장'을 따라 사업 일을 배우던 '토마스'는, 사업에 수완 있음을 보여주지만, '안토니'와 '크리스찬'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막내는 그냥 명랑하다.

'토니'는 특권의식도 있고, 좀 되바라진 아이였는데 부유한 외조부모집에 드나들면서 버릇을 더 나쁘게 키운다.

할아버지 '요한'을 닮은 '토마스'는 현명하고 활동적이며 분별력 있는 아이로 합리적이고 명랑했다.

아버지 '장'을 닮은 '크리스찬'은 재주는 있지만 진지함이 결여되어 기분파로 우스꽝스러운 짓거리를 일삼기도 한다.

'장'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토니'는 기숙학교로 보내진다. 그렇게 1대 '요한 부덴부로크' 부부의 이야기가 끝난다.

성장한 '토니'에게 '벤딕스 그륀리히'가 구혼을 한다.

그는 행동거지나 외모가 우습기 짝이 없지만 부유한 상인으로 '장' 부부에게 온갖 아양을 떨어 관심을 사는데 성공하지만 '토니'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고 오히려 그를 경멸한다.

수로안내인의 집에서 마음을 추스르던 '토니'는 그들의 아들 '모르텐'과 교제한다.

대학의 학생 조합원으로 자유를 원하는 '모르텐'은 의대생으로 매우 진보적인 사고를 지니고 있으며, 귀족들이란 경멸스러운 존재일 뿐이라고 '토니'에게 말하기도 한다.

그와의 미래를 꿈꾸기도 하던 '토니'는 아버지 '장'의 반대와 충고로 집으로 돌아오고 가족의 연대기를 보면서 스스로 메모를 한다. 증조부모와 조부모 그리고 부모로 이어지는 사슬의 한고리로서의 자신의 책임을 자각하며, 그는 '그륀리히와 약혼'이라고 썼고 1846년 그와 결혼한다.

'장'의 장인이 죽고, 부유한 줄 알았던 사위 '그륀리히'는 지불불능 상태에 빠진다.

'그륀리히'는 '토니'와의 결혼을 담보로 사기를 쳐서, 부유한 상인인척했었고 겨우 알게 된 '장'은 딸과 손녀 '에리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다.

'요한'의 죽음 이후 '장'이 경영하던 곡물회사는 사업이 축소되고 더 이상 번성하지 못했다. '장'은 겨우 부도를 막고 근근이 사업을 이어갔으므로 사위를 도울 수 없었고 이미 사기결혼 행각을 인지한 이후였기에 무리하지 않았다. 파산한 '그륀리히'는 순순히 이혼을 받아들인다.

장남 '토마스'는 폐결핵으로 프랑스 남부 도시로 요양을 떠나고, 나이가 들면서 그리스도를 열렬히 사랑하고 의지했던 '장'은 죽음을 맞는다.

'크리스찬'은 연극에 대한 열광과 몽상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 사업에는 무관심했다. '토마스'는 큰아버지 '고트 홀트' 사망 이후 네덜란드의 영사가 되었고 막내 '클라라'는 진지하고 경건한 성품을 지닌 여인으로 성장하여 '티부르치우스' 목사와 결혼을 시키는데 둘 사이에는 아이가 없다.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 아버지가 시에서 획득한 신뢰와 명성은 '토마스'에게 고스란히 넘어온다.

'토마스'는 '게르다'라는 바이올린을 연주할 줄 아는 여인과 결혼을 한다. 그녀는 학창 시절 '토니'의 기숙사 친구였다.

원칙에 충실한 남자로 성장한 '토마스'는 시에서 명성을 얻고 전혀 다른 기질의 '크리스찬'과의 대립으로 두 형제의 불화가 시작된다.

'토니'는 '페르마데라'는 사람과 재혼을 한다.

하지만 그는 '토니'의 지참금을 받는 즉시 실업자가 되었고 '토니'가 출산한 그의 아이는 15분 만에 죽는다.

 

[이하 생략]

 

하지만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괴로워하는 것은 더 이상 아들과 가문의 장래에 대한 걱정만이 아니었다. 다른 새로운 고민이 그를 덮쳐 사로잡고는 지친 그의 마음을 극한까지 몰아댔다. 즉, 그의 현세적인 종말이 더 이상 먼 장래에나 있을 이론적이고도 하찮은 필연성이 아니라 손으로 붙잡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그에 대한 직접적인 준비 조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그는 골똘히 생각하고, 자신의 존재를 탐색하고, 죽음이나 저세상의 문제와 자기의 관계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종류의 시도를 하자마자 당장 그 결과로, 죽음을 맞이하기에는 자신의 정신이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미성숙하고 그럴 자세가 갖추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는 그의 아버지가 실제적인 사업 의욕과 잘 연결시켰고 만년에 가서 그의 어머니도 받아들였던 그 편협한 신앙이나 광적인 성서 주의와 항상 소원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는 오히려 평생 동안 할아버지처럼 그것에 대해 세속적인 회의를 보여왔다. 하지만 요한 할아버지의 안일하고도 피상적인 성격은 그의 깊고 재기 넘치는 형이상학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그는 영원과 불멸이라는 문제에 대해 역사적인 대답을 해서 자기가 선조들 속에 살아 있었고 후손들 속에서도 살아 있을 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러한 견해는 그의 가문 의식, 족장 의식 및 그의 역사적 경건성과만 일치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견해가 그의 활동, 명예심 및 그의 모든 삶의 태도를 뒷받침하고 강화해 주었다. 그러나 죽음을 목전에 둔 지금 그것이 스러지고 없어졌음이 드러났다. 그래서 단 한순간도 마음의 동요 없이 죽음을 맞이할 태세를 지니는 것이 불가능했다. 비록 토마스 부덴브로크가 간혹 가톨릭에 이끌릴 때도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진지하고 깊은 책임감, 스스로 고통을 느낄 정도로 엄격하고 가차없는 책임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그것은 열성적인 진짜배기 신교도가 갖는 책임감이었다. 아니다, 지고하고 궁극적인 것에 대해서는 외부로부터의 도움, 중개, 면죄, 마취제 및 위로가 있을 수 없었던 것이다! 누구나 혼자서 너무 늦기 전에 수수께끼를 풀어야 했고, 자기 힘으로 분명한 준비 자세를 취하고 뜨겁고도 열심히 일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자포자기하여 저세상으로 가야 했다. 토마스 부덴 브로크는 실망하고 희망을 잃은 채 외아들한테서 얼굴을 돌렸다. 그는 아들을 보고 다시 젊어져서 힘차게 계속 살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두려움과 초조함 속에서 그를 위해 틀림없이 어딘가에 있을 진리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344-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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