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 부인의 연인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5
D.H. 로렌스 지음, 이인규 옮김 / 민음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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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은 중학생이 읽으면 안 된단 말이지.. 근데 책에는 왜 19금이 없냐고' 맨날 여기다 써대는데,, 하긴 중학생 정도면 이런 책의 농도를 어차피 읽어도 모른다는 뜻일지도..??

사랑의 행위에 대한 묘사나 그 심리 묘사가 너무도 정교하여 eroticism 문학의 정수라 일컫는,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한 때 예술이냐, 외설이냐의 시비에 놓여, 판매금지가 되었었고, 작가는 이탈리아에서 사비를 들여 출간했었고, 미국과 영국과 일본에서는 출판을 놓고 재판이 열리기도 했다는 것, 그러하다 보니 사람들은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못 구해서 안달이 나, 해적판들이 난무할 때는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도 했다는데(1천만 원을 호가하였다고도.), 예술적인 측면에 방점을 찍어준, 미국과 영국에서는 각각 1959년과 1960년에 무삭제판 출간이 허용되었다 한다. 일본에서는 패소하였다고.. 작가는 이미 30년 전에 사망했었다.

예술적인 측면에서 탐미성을 말하는데,, 일본 소설에서 추구하는 탐미성과는 차이가 있지만, 작가 '로렌스'는 전쟁의 광기와 참상, 산업 발달의 폐해와 물질 만능주의, 계급사회의 모순을 꼬집는 흐름을 놓치지 않고 두 남녀의 不倫과 性愛의 눈뜸에 대한 심리묘사를 기저로 하여 전개하는데 이 책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논리가, 700여 페이지 분량 중에 情事에 관한 묘사는 고작 30여 페이지에 불과한다고 하는 부분이 너무 어이없어 헛웃음을 짓게 하였다.

정황의 묘사는 일본 소설 보듯 하면 되는데, 저속어가 곳곳에 등장하여, 번역의 한계인가, 내가 너무 오래된 책을 읽었나 갸우뚱~~ 좀 더 세련된 표현은 없었을까 아쉬워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나라 언어를 전공한 번역자가 우리나라 말로 표현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이었다고 판단했겠지 한다. 하지만 불편했다. 실제로 원고를 정서하여 타이핑할 때 타이피스트들이 모두 거부하여 후배 작가의 아내가 했다 하는데,,

이웃 블로그를 보면서 사놓고는 이래저래 미루다가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에서 10대의 소년이, 엄마와 이웃 아줌마 사이의 포옹을 묘사할 때, 그것은 [채털리 부인의 사랑]에 나오는 포옹이었다는 부분이 훅치고 들어와, 바로 읽게 된 책.

이 책은 80년대 한국 에로영화 시리즈들의 클리셰였다 하고, 60년대 서구 사회의 자유분방한 성문화의 도래를 알렸다 한다.

어떤 문제적인 캐릭터가 탄생할 때는 뭔가 다른 배경이 있다.

이 책의 작가 역시 그러했고, '채털리 부인', '코니' 역시 그러했다.

그리고 그 시대가 그러했다.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이하 로렌스)'는 죽기 2년 전에 이 책을 내놓았다. 그는 교양 없는 술주정뱅이, 광부였던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막내로 태어났다. 부모의 계급 간 차이는 가정불화의 주된 원인으로 보이며, 가난과 불화는 그의 어린 시절 성격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고, 막내인 그에게 향한 어머니의 집착은 사춘기 여성 관계를 복잡하게 만드는데 기여했다 한다.

그는 취업 부탁 차 찾아간, 대학 은사의 아내와 처음부터 서로 사랑에 빠져 함께 도주한다. 그녀는 독일 출신으로 이미 세 아이의 엄마였고 여섯 살 연상이었다. 전쟁이 끝난 후 적국 출신의 여자라 체포된 사건 이래로, 여러 나라로 밀월여행을 하며 작품 활동을 하다가 그녀의 남편이 이혼을 해주자 정식 결혼을 하였다.

유독, 남녀관계의 윤리 문제에 천착했던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출판 및 발매 금지당하기 일쑤였다. 이 책은 그의 만년에 그의 성철학(性哲學)을 펼친 작품으로 평가된다.

[안나 카레니나]의 서두만큼이나 이 책의 서두도 인상적이다.

 

 

- 우리 시대는 본질적으로 비극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대를 비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큰 격변이 일어났고 우리는 폐허 가운데 서 있다. 우리는 자그마한 보금자리를 새로 짓고 자그마한 희망을 새로 품기 시작하고 있다. 이것은 좀 어려운 일이다. 미래로 나아가는 순탄한 길이 이제는 전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장애물을 돌아가든지 기어 넘어가든지 한다. 아무리 하늘이 무너진다 해도 살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이것이 콘스턴스 채털리가 놓인 대략적인 처지였다. 전쟁으로 인해 그녀는 머리 위로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사람이란 살면서 겪고 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p 7

그 시대의 본질적 비극, 바로 1차 세계대전이다.

'콘스 턴스 채털리 (코니)'의 남편 '클리 퍼드'가 참전했다가 처참하게 바스러진 채 후송되어 2년간 투병 끝에 하반신 불구가 되었던 것..

신혼생활 1년 만에 전쟁에 나갔던 남편이 그렇게 되어 돌아오자 부부는 남편의 고향인 라그비 저택으로 들어간다. 전쟁에 나갔던 형도 전사했고, 그 몰골을 본 아버지도 세상을 뜨자, '클리 퍼드'는 준남작, '클리퍼드 경'이 된다.

일찍이 '코니'는 언니 '힐더'와 함께 예술가 부모를 둔 탓에, 다른 나라를 유학하며 인습에 얽매이지 않는 교육을 받아, 예술의 숨결을 아는 처녀였다. 그리고 결혼 전에 이미 연애의 경험도 있었다. 부유한 지식인 계급이었던 '코니'는 자기를 잘 가누는 주체적인 처녀였고,' 클리퍼드'는 그녀보다 상류 계급의 귀족이었지만 소심하고 두려워하는 성격이었다. 불구가 된 '클리퍼드'는 더 소심하고 자의식이 강해져 옷차림 등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코니'의 도움에 전적으로 의지하면서,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조금씩 유명해지고 그들의 저택에는 초대손님들이 넘치기도 한다.

창작의 고통을 함께 나누기도 하는 이들 부부는 역경 속에서 정신적으로 깊이 하나가 되지만 육체적으로는 서로에게 존재하지 않는 사이이다.

이 집에 다니러 간 '코니'의 아버지는 딸의 결혼생활을 안타까워하면서 애인을 하나 두는 게 어떻겠느냐고, 세상의 여러 재미를 맛보도록 하게 하라면서 사위에게도 충고한다.

남편에게 헌신하지만, 뭔가 공허하고 존재가 없는 삶을 산다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던 '코니'는 점점 야위어가고, 초조하고, 자신이 부서져 엉망이 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즈음 자신의 집에 드나들던 아일랜드 출신의 희곡작가 '마이클리스'와 연인이 된다.

그와의 애정 행각에 만족감을 맛본 '코니'는 명랑해지고, 그 기운은 남편 '클리퍼드'를 자극하여 그의 최고작들이 이 시기에 쓰여지고, 그는 더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게 된다.

그들의 저택에 남편과 같은 캠브리지 출신 지인들이 방문하여 대화를 나누는데, 그들 당대의 젊은 지식인들은 정신적인 삶이라는 것을 믿는 자들로 그런 류의 대화들을 나누고, '코니'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대화를 듣기도 한다.

그때까지만 해도 '코니'는 정신적인 삶이 뭔가 더 고차원적이고 올바른 삶인 것에 동의한다.

그 저택을 둘러싼 숲 역시 그 부부의 소유인데, '클리퍼드'는 이 숲을 몹시 사랑한다. 그는 여기가 바로 영국의 심장이라 여기며, 훼손되지 않도록 지켜내야 한다고 다짐한다. 그리고 이곳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 아들이 하나 있었으면 한다고 '코니'에게 말하면서, 다른 남자에게서 자식을 낳는 것을 고려해보라 한다.

그즈음 '코니'는 애인 '마이클리스'의 경솔함에 실망하고 있었고

숲속을 산책하다가 '클리퍼드'가 고용한 사냥터 지기 '멜러스'와 조우한다.

아이를 갖게 해줄 남자를 떠올려보다가 남편 심부름으로 '멜러스'의 오두막에 갔다가 그의 목욕하는 모습을 본다.

피를 뜨겁게 하고 존재 자체를 새롭게 만드는 건강한 인간의 官能.

그리고 '클리 퍼드'의 숙모가 '코니'의 희생을 보면서 '너의 젊은 시절을 이렇게 허비하지 말라'는 충고를 받아들여 간호사 '볼턴 부인'을 고용하자, 까탈을 부리던' 클리 퍼드'도 점차 '볼턴 부인'에게 적응하고 엄청 가까워진다. 한결 한가해진 '코니'는 자주 숲으로 달아난다.

그 숲에서 알을 품은 어미 닭들을 보면서, 아이를 품어보지 못할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던 때 '멜러스'가 나타난다. 그들은 가까워진다.

'코니'에게 '멜러스'는 사투리를 쓰는 하층민, 노동자 계급에 지나지 않지만, 전쟁에서 장교직을 수행했고, 뭔가 많이 지쳐있지만, 다른 노동자와는 다른 면모가 보였다. 이런 계급의 차이를 '클린 퍼드'는 경멸할 터였다. 비슷한 계급 신사와의 불륜으로 아이가 생겨나, 자신과의 관계가 바뀌지 않는 한은 상속자가 되겠지만..

산업 사회의 발달로 인한 단절을 본다. 지주와 저택들의 영국은 지나갔고 끝장난 것, 다만 그 지워 없애기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을 따름이라고,

노동 계급과 지배 계급에 대한 생각이 트이고, 전혀 다른 자본의 물결을, 역동적인 변혁의 물결을 직감하면서,

그리고 점점 노동자의 삶, 육체적인 삶을 직시하면서, 지배계급인 '클리 퍼드' 무리들이 지향하던 정신적인 삶과 비교한다.

광부들을 보면서 산업 노동자와 대중에 대해 두려움도 갖는다.

참을 성 많고 성실한 인간들, 하지만 그들은 삶에 대한 아름다움이나 직관이라곤 전혀 없이, 항상 어두운 갱 속에서만 삶을 보내지만 여전히 가난하고, 그래서 그들이 존재를 상실한 인간들로 비춰진다.

그즈음, '볼턴 부인' 덕에 컨디션이 많이 좋아진, '클리퍼드'는 자신의 영지 내, 제철과 광산 산업에도 관심을 갖게 되고 사업에 집중하게 된다.

'멜러스'의 아이를 갖게 된 '코니'는

그와의 삶을 꿈꾸며 언니와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나서고, 남편에게는 거기서 한 남자를 만나 연애의 결실을 맺게 된 것으로 꾸미려 드는데

일은 수월하지 않게 돌아간다.

'멜러스'에게는 이혼하지 못한 야성적이고 상스러운 아내가 있었고(진짜 가관이다.)

'클리퍼드'는 자신이 고용한 사냥터 지기 따위와 놀아난 '코니'를 용서하지 못한다... 그래도 마지막은 삶을 바꾸려 시도하는 '멜러스'의 편지가 '코니'에게 전해지는데..

 

아무리 감상적 차원에서 좋게 생각하려 해도, 이 성관계 문제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지저분한 관계이자 예속 중 하나였다. 이것을 찬미한 시인들은 대부분 남자였다. 여자들은 항상 뭔가 더 나은 것, 뭔가 더 고귀한 것이 잇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특히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더 명확하게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한 여자의 아름답고 순수한 자유는 그 어떤 성관계의 사랑보다도 한없이 더 훌륭한 것이었다. 다만 불행한 것은 이 문제에 있어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너무나 멀리 뒤처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남자들은 마치 개처럼 성관계에만 집착했다. 그리고 여자는 이에 따라야만 했다. 남자란 욕구로 가득 찬 어린아이와도 같았다. 여자는 그가 원하는 것을 주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는 아이처럼 심술 사나워져 골을 내고 날뛰면서 이제껏 아주 유쾌했던 관계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기 십상이었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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