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촌수필 문지클래식 1
이문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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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은 충청남도 보령시, 대천의 한 마을이다. 제목이 착각하기 딱 좋게 수필이란 이름을 내세웠지만, 작가의 실제 어린 시절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연작 소설집이라 하고, 해설에서는 느슨한 연작이라 하지만, 그 느슨함이 별개의 단편소설집이라 해도 무방할 만큼이지만, 전체적인 골자가, 작가가 어려서 성장한 관촌과 관촌 사람들의 이야기이므로, 또 연작이라 할 수도 있겠다.

1973년부터 1977년까지의 작품들을 1977년도에 묶어 출판한, 8편의 작품이 실려있다.

제목이 모두 사자 성어로 이루어져서, 갸우뚱거릴 차, 단락마다 첫머리에 달아둔 뜻풀이를 발견하니, 안심이 되었다.

충청도 사투리와 한자어로 인해, 헤맨다던 리뷰처럼, 토속어와 비속어, 지금은 사라진 고어들의 향연을 애쓰면서 즐겨야 했다.

일락서산(日落西山)-서산에 지는 해. 1972년 발표.

양반가의 자손으로 태어나, 조부로부터 친구관계나 행동거지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자라, 자신의 근본적인 고립을 조부의 영향이라 한다.

이미 기울고 퇴색해 가던 가문이 6.25사변을 겪으면서 쑥대밭이 되는데, 남로당의 지역 지도자였던 아버지와 형들을 잃고, 전쟁 중 돌아가신 사대부의 후예 할아버지의 유언은 '족보만은 잘 간직해라'이다. 작가 가족의 실제 이야기로, 중학을 졸업하고 일찌감치 서울로 올라온, 주인공이 장성하여 할아버지 성묘를 가면서 '내 심신의 통치자' 할아버지와 옛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의 서정을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작가는 후기에 [일락서산]을 자기소개라고 하여, 첫 순서로 놓았다고 밝혀둔다.

화무십일(花無十日)- 열흘 가는 꽃이 없다. 1976년 발표.

전쟁 이후 서울로 돌아가던 피난민들의 길목인 관촌에 사람들이 모여들어, 주인공의 집에도 일행들이 하룻밤씩 묵어가게 되는데, 윤영감네 일가족과는 인연이 되어 한참 동안 지내게 된다.

남자들이 없어진 집안의 살림에 윤 영감 내외가 큰 보탬이 되지만, 그들의 젊고 예쁜 며느리가 여관 종업원으로 취직을 하면서 패가망신에 이르고, 그 며느리를 찾겠다고 행상에 나섰다는 윤영감네의 그 이후를 궁금해하면서, 소반 장수의 외침을 통해 떠올려 본다.

행운유수(行雲流水)-떠가는 구름과 물. 1973년 발표.

자신의 집에서 부엌일을 돌보던 열 살 연상의 '옹점이' 이야기, 그녀와 유독 따뜻한 추억이 많은데,,

그녀가 장성하여 시집을 갔고, 남편이 군인 가서, 홀로 모진 시집살이를 살다가 쫓겨났다는 소문을 들어왔는데

약장수를 따라나서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더니, 그가 대천장에서 그녀인듯한 모습을 목격하게 되는데,,

녹수청산(綠水靑山)- 청산녹수, 푸른 골짜기에 흐르는 맑은 물. 1973년 발표.

주인공을 챙겨주고 위해주던 여남은 살 연상의 '대복이' 이야기,

그를 따라다니면서 온갖 구잡스러운 놀이들을 하게 되는데

미군들에 의해 대천 해수욕장이 개발되고, '대복이'는 미군들의 심부름을 하면서 물건을 훔치고 마을에서는 소문난 사람이 된다.

그의 행실에 물들까, 주인공에게 경고들을 하지만, 어머니의 묵인처럼, 자신을 끔찍이 챙기는 '대복이'가 딱히 해될 것은 없고,

또 무엇보다도 그를 너무도 좋이 여기는데, 점점 '대복'의 도벽은 대담해지고 두려워질 무렵, '대복이'가 유치장에 가게 된다.

전쟁이 발발하자, 옥문이 열려서 출옥하게 된 '대복이'는 공산당 활동을 하며 돌아다니다가 강간 미수로 잡히게 되는데,,

공산토월(空山吐月)- 빈 산이 달을 토하다. 빈 산에서 떠오른 아름다운 달. 1973년 발표

일가친척의 행랑아범을 살던 신 서방의 장남으로 태어난 신 석공의 결혼 스토리와 그가 자신의 집안에 행한 의리를 떠올린다.

어머니가 그 아들을 빗대어, '빈 산의 달이 뜨기를 저런 아들을 둘 수 있냐'던, 성실하고 반듯한 신석공,,

- 추석을 마중 가는 길이라서 반달은 물색없이 밝기만 했다. 마치 석공이 작아던 날 밤, 온 하늘에 가득하던 그 예전 달같이........아, 별들은 또 어찌 그리도 고대 숨넘어가듯 가물거려댔던 걸까. 별빛은 보면 볼수록 불안스럽기만 했다. 정말 요망스러운 망상이니라 하면서도 자꾸 불안스럽기만 했다. 정말 요망스러운 망상이니라 하면서도 자꾸 불안해지던 가슴, 그 중의 어느 별이라도 깜뭇 꺼져버린다면 석공의 숨소리 또한 그와 동시에 멎어버릴지도 모른다 싶던 그 두려움, 그 이겨낼 수 없던 시시각각의 공포와 초조로움. 268 (공산토월)

관산 추정(關山芻丁)-고향에서 꼴 베는 사람, 고향의 옛 친구. 1976년 발표.

두 살 연상의 소꿉동무 '복산이', 그의 아버지 '유천만'은 추접스럽구, 우스운 사람이었지만, 징용을 다녀왔던 사람으로 죽다 살아난 이후로 가사를 돌보는 것은 점점 억척스러워지는 아내의 몫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유천만'도 남들이 아주 꺼리는 일은 도맡아서 하게 되는데,,

그 아들 '복산'은 아직도 그들의 고향 관산에 살고 있다.

관산이 고향을 지키고 있어서 고향에 가려면 반드시 거치지 않을 수없는 산(사마천의 사기)이란 뜻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주인공에게 있어 '복산이' 그런 존재이다.

도깨비불을 보고 변하지 않은 게 있다고 좋아하던 차,

낚시꾼들의 간드렛불(candle)이었음을 알게 되고 변해가는 고향 이야기, 사람약의 정체, 그리고 인간 공해..

- 세월은 지난 것을 말하지 않는다. 다만 새로 이룬 것을 보여줄 뿐이다. 나는 날로 새로워진 것을 볼 때마다 내가 그만큼 낡아졌음을 터득하고 때로는 서글퍼하기도 했으나 무엇이 얼마만큼 변했는가는 크게 여기지 않는다. 무엇이 왜 안 변했는가를 알아내는 것이 더 중요하겠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관촌 부락을 방문할 때마다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다. 325(관산추정)

여요주서(與謠註序)- 별것 아닌 일에 대한 설명, 또는 그저 그런 이야기에 관한 해설. 1976년 발표.

역전에서 '장부식( 늘 몰라~)'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신용모'를 만나게 된다.

야생조류 금지법 위반에 휘말려 재판을 앞둔 어리숙하고 무식한 그의 재판 이야기,

사연인즉슨, 오해할 수밖에 없이 처신한 것만 잘못인셈인데,,

야생동물에게 물격이 있다면, 자기도 야생인간인 셈인데, 자신에게도 야생의 인격이 있다면서, 물격보다 거시기 하지 않겠느냐는 호소가 너무 황당하고 웃겨서, 폭소가 터졌던..

월곡후야(月谷後夜)- 월곡 동네의 밤중부터 아침까지. 1977년 발표.

* 후야:밤중에서 아침까지를 이르는 말, 불교에서 새벽 한 시부터 다섯시까지의 시간

유령 출판사에서 번역의 위조일을 하던 '김희찬'이 고향에 내려가려고 일단 몸을 섞던 애인 '조미애'를 따돌리고

두메산골 월곡면으로 들어가 동생 '수찬'과 함께 과수원 일을 하며 사는데

그는 주막의 과부와 관계를 하였고, 그 과부의 첫딸과 자신의 동생 '수찬'과 눈이 맞은 듯한데..

마을엔 14세의 '순이'가 개에 물려 낙태한 사건이 발생하였고,

'순이'를 겁탈한 자는 '순이'의 동무 아버지로 폐결핵을 앓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순이'의 엄마와, 거금 삼만원과 땅문서로 합의를 보고 덮기로 하자

'수찬'과 또래의 청년들이 모여 도덕적인 응징을 가해 그자를 마을에서 쫓아내고자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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