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전영애.박광자 옮김 / 청미래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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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츠바이크(1884-1942)'는 무의식 세계의 미묘한 움직이라든가 이상심리, 성적 욕구 등에 대한 날카로운 묘사와 분석이 뛰어난 작가로, 유대인 가문의 후손으로, 빈에서 태어나 남다른 감수성으로 시와 희곡을 썼다고 한다. 그의 문학세계는 '후고 폰 호프만슈탈'이나 '릴케'의 시, '니체'의 철학, '프로이트'의 심리학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유럽 최고의 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는 유럽 정신을 대표했다고ᆢ

'히틀러'의 오스트리아 침공 이후 내적인 긴장과 불안 속에서 망명하여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고 세계를 떠돌며 방황하던 그는 전쟁과 나치에 대한 공포, 그리고 고독감으로 끊임없이 자살을 생각하다가 결국엔 아내와 함께 자살로 생을 마친다.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는 그의 전성기 때 쓰여진 작품으로 프랑스 혁명(1789.7.14-1794.7.28)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의 전기(傳記), 혹은 역사 소설이지만, 심리소설에 더 가깝다. 이 두꺼운 소설을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게 만드는 힘은 '츠바이크' 문체 자체도 있지만 인물 하나하나에 대한 심리 분석가적인 묘사가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가와 프랑스의 부르봉가는 유럽 최고의 명문 가문이다. 18세기까지만 해도 국가나, 국민의 개념이 희박했기에 두 왕조는 오랫동안, 유럽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해왔다. 합스부르크가 여성 통치자였던 '마리아 테레지아' 여제와 '루이 15세'는 두 가문을 혈연으로 맺어서, 두 가문의 경쟁으로 인해 이득을 꾀하던 다른 국가들에 경종을 울리고, 유럽의 평화를 도모하고자 한다.

그렇게 '마리아 테레지아'의 막내딸이자 오스트리아의 황녀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5세'의 손자 '루이 16세'의 결혼이 맺어진다.

11세 때 왕세자비로 승인된 그녀는 프랑스 말과 더불어, 프랑스식 궁중의 예의범절을 익혀야 했고, 그들의 결혼은 세계적인 의전 문제로, 경쟁이듯, 보여주듯이 치러지며 호사와 사치가 극에 달하기도 하지만, 불행의 예감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14세의 나이에 베르사유 궁전으로 들어간다.

작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의 매력과 황녀로서의 기품은, 궁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랑스럽게 비치지만, 어린 그녀의 어린 남편과의 정상적인 부부생활은 7년이 지난 후에나 가능해진다.

- 중간 생략-

 

이 소설에서 왕비가 자신의 극장을 만들고 가끔 배우 역할도 하게 되는데

[세비야의 이발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1785년 프랑스 궁정에서 상연된 이 연극에서 왕비 '마리앙투아 네트'는 여주인공 '로지나역'을 맡고, 그녀의 시동생 '아르투아 백작'은 '피가로'역을 맡게 된다.

후속으로 [피가로의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상연된 이 연극의 내용은 귀족들을 비웃는 정치 풍자로 구제도의 왕권, 귀족, 성직자 등, 특수 계급에 대한 민중의 분개와 공격을 대변하는 명작이다. 국왕(루이 16세)은 당연히 상연 금지를 명했지만, 철없는 왕비와 동생의 간청으로 결국 허락했고,

자기 파괴적인 충동에 휩싸인 일부 귀족들은 이 연극을 감싸고 들기도 했고, 또 반정부적인 귀족들은 환호를 했다.

왕비는 생각 없이, 그냥 인기를 좇고, 유행을 좇는 존재였다.

이 연극을 연기할 때만 해도 그녀는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흘러갈지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면서, 자기 운명을 재촉하고 함부로 지껄였던 것이다.

그 유명한 목걸이 사기 사건의 재판은 세계적으로 세상이라는 조명등으로 왕비의 인격과 베르사유 궁을 눈부시게 비추어 그 모습을 드러나게 했고,

프랑스의 백성들은 마리앙투아네트의 쾌락에의 탐닉과 방종을 지탄하고 증오하였다.

깨어나는 시민들은 생각을 하고 주장을 할 줄 알게 되었다.

그들은 공격의 방향을 국왕 타도와 왕비 타도로 잡고 혁명을 부르짖었다.

그리고 궁궐의 안에도 적들은 있었다. 그들의 비방과 부추김으로 인해 왕비는 프랑스의 미움을 받게 되었다. 시민들에겐 속죄양이 필요했다.

목걸이 사건과 적자 재정의 폭로는 화려하기 그지없고 낭비가이자 경솔한 왕비에게 파산의 장본인인 '적자 부인'이라는 칭호를 붙여주고, 그녀를 혁명의 표적으로 삼았다.

그녀에 관한 기록들은 조작이 많았다고 한다. 역사는 승자의 것이니까.. 그녀가 주고받았다던 편지들 대부분도 암호화되어 있어서, 해석이 안되는 부분도 많았지만, 그 편지조차도 거짓들이 많았다고 하니, 100년 후에 그녀의 전기를 쓴 저자가 밝혀두었지만, 그 자체도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어디까지였던 건지의 물음을 우리에게 던지기도 한다.

동성애와 근친상간, 귀족들과의 연인 관계, 그리고 그녀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다고 전해져오는 말들,

하지만 혁명은 성공했고

'루이 16세'와 그녀를 단두대의 이슬로 만들었고,

공포정치가 시작되었고,

그녀를 도왔던, 혹은 혁명의 가운데 있었던 인물들도 단두대로 보내졌고..

혼란기를 틈타,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고, 다시 왕정이 복고되고..

하지만 그녀의 삶 전체에 진정한 벗이자, 사랑이었던 스웨덴의 귀족 '한스 악셀 폰 페르센'이 있었다. 세계인이 되기 위해 여행을 떠났던 그는 독일에서 고등 마술(馬術) 교육과 군사학, 이탈리아에서 의학과 음악, 제네바에서 볼테르를 배우고, 세련된 대화와 훌륭한 예의범절을 배우기 위해 파리로 왔다. 18세기 젊은 귀족의 전형적인 교양 과정을 밟았고 잘생기기까지 했던 그는 왕비와 열정적이고 비극적으로 가까워졌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수많은 환멸을 겪으면서 그로부터 마지막 행복을 찾아보려 하였고, '페르센'은 기사적인 사랑과 무한한 희생으로 그녀에게 잃어버린 왕국을 보상해 주려고 하였다.

궁지에 몰린 그녀를 찾아와 함께 죽을 각오로 그녀를 위로하고 도우려 했던 그는, 그녀의 진정한 친구이자, 유일한 친구였던 것.. 그는 왕가를 도주시키려는 계획도 주도했으나, 무산되었다. '페르센'을 향한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랑은 위대하고 단호하게 자기의 남은 생(生)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오를레앙 공작'의 음모와 '루이 16세'의 두 동생들,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황제의 방관도 그녀의 불행을 부추기게 된다. 프랑스 혁명군과 오스트리아의 전쟁 역시 그녀의 명을 재촉할 뿐이었다.

그녀는 의연하게 품위 있게 자신의 죽음을 맞이한다.

결코 평범하지는 않은 한 여인의 기구한 생을 따라 읽어가면서, 프랑스의 혁명과 역사를 훑어보게 된다. 한편으로는 '발자크'와 '에밀 졸라'를 읽기 전에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랑 없는 정략결혼의 희생양

무지와 순종에서 깨어난 시민의 속죄양..

그래도 그녀가 마지막 품고 갈 사랑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자기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보여준 오만한 오스트리아 여인이라는 비방이 되었던 최후의 의연함에 비장미까지 돈다.

 

- 프랑스 백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어디에선가 자기들에게 부정을 저지르고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그들은 오랫동안 복종하고 굴종하면서 보다 좋은 시대가 오리라는 것을 믿으며 기다렸다. 새로운 루이가 왕우에 오를 때마다 깃발을 흔들었고, 영주와 교회에 공손히 세금을 바치며 부역을 해왔다. 그러나 허리를 낮게 구부리면 구부릴수록 압박은 가혹해졌고, 세금은 더욱더 탐욕스럽게 그들의 피를 빨았다. 프랑스는 넉넉한 땅이었으나 곡물창고는 텅텅 비었고 소작인은 가난의 밑바닥에서 허덕였다. 유럽에서 가장 비옥한 땅과 아름다운 하늘을 누리면서도 끼니를 거르는 판이었다. 누군가가 책임을 져야만 했다. 빵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진탕 먹는 자가 있기 때문이며, 의무에 목이 졸리는 사람이 있는 것은 권리를 독차지하는 자가 있기 때문이다. 명철한 사고와 탐구에 앞서 나타나기 마련인 어렴풋한 불안이 점차 온 나라를 휩쓸기 시작했다. 볼테르, 루소와 같은 인물에 의해서 잠을 깬 시민계급은 스스로의 힘으로 판단하고, 비판하고, 독서하고, 저작하고, 의지의 소통을 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무서운 폭풍에 앞서 번갯불이 번쩍였다. 부농의 집은 약탈을 당했고, 영주는 압력을 받았다. 거대한 불만이 오래전부터 먹구름처럼 온 나라를 뒤덮고 있었다. 24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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