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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시공사 / 2019년 6월
평점 :
[책 읽어주는 남자]의 경우도 그랬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후반부로 넘어가서야, 한 독일 작가의 전쟁에 대한 반성의 메시지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 이 소설 역시 그러하다.
독일은 이런 작가를 두었기에, 이런 한사람 한 사람의 집합이 오늘의 독일을 있게 하는구나 하는.
그것은 같은 전범국가인 일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우아한 몸짓이요, 본질적인 것이요, 일본인으로선 감히 흉내 낼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독일의 힘으로까지 느껴 진다.
주인공 '올가'라는 여인은, 어릴 때 부모를 전염병으로 차례로 잃고 할머니의 손에서 키워진다. 애초에 '올가'의 엄마가 슬라브 여인이란 이유로 아들의 결혼을 반대했던 할머니는 '올가'라는 이름의 슬라브식 이름부터 고치려 했지만, 어린 '올가'의 고집으로 독일식 이름으로의 개명은 이루어 지지 않고, 그때부터 '올가'는 할머니에게 고집 세고 버릇없고 배은망덕한 손녀로 여겨진다.
사랑받지 못해 늘 외로웠던 '올가'는 책을 좋아했고 공부를 좋아했다.
장원을 소유한 부유한 집의 아들 '헤르바르트'와 그의 여동생 '빅토리아'와 어울리면서 그나마 외로운 유년기의 위안이 되기도 했는데,,
'올가'는 초등 교원 양성소 진학이 희망 이라, 입시 준비를 열심히 했지만 돈이 없었고 할머니와 선생과 마을의 목사는 여자의 고등교육을 반대했다.
'빅토리아'가 여학생 기숙학교로 떠난 이후 달리기를 좋아하는 '헤르바르트'와 자연스러운 이성관계가 형성되는데, 밀회를 즐기면서도 공부를 손에서 놓지 않던 그녀는 국립 사범대학에 최우수 성적으로 입학하여 2년의 과정을 마친 후 교사가 된다.
서남아프리카로 가는 방위부대에 자원한 '헤르바르트'와 결혼을 꿈꾸었지만, '빅토리아'의 농락으로 둘의 결혼은 이루어지지 않고, '올가'는 다른 시골의 교사직으로 내쫓긴다.
군 생활을 하면서 휴가 기간이면 '올가'와 함께 지내던 '헤르바르트'는 반복된 부모의 결혼 반대로 아르헨티나로 떠나기도 하는 등 자유로운 생활을 한다.
위대한 독일과, 식민통치에 관심이 많아, 그것을 주제로 강연을 다니던 '헤르바르트'는 북극 원정대에 나섰다. '올가'와 겨울이 되기 전 돌아오기로 약속 했지만,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독일의 구조대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더 이상 그를 찾는 일을 이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올가'는 그에게 편지를 쓰면서, 죽을 때까지 그와 함께 산다고 여기며 남은 생을 산다.
그녀는 가난한 농가의 아이 '아이크'와 우정을 쌓고
더 늙어서, 열병 끝에 귀머거리가 되어 교사직에서 쫓겨난 이후에도 바느질 솜씨를 살려 소일거리를 하며 드나들던 목사 집의 어린 아들 '페르디난트'와도 우정을 쌓고 그 소년들에게 '헤르베르트'의 모험과 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야기는 '올가'를 따르고 좋아하던 '페르디난트'가 어른이 되어 대학을 나오고 공무원이 되어, 결혼을 하고 은퇴한 후, '올가'에게 늘 들어왔던 '헤르바르트'의 원정대에 대한 기록을 찾아 나서면서, '아이크'의 딸과 만나고, '올가'가 부쳤다던 받는이 없는 편지들을 찾아 우편물을 건네 받고 그 편지를 읽어가면서 퍼즐처럼 '올가'의 일대기가 완성되는 이야기이다.
"흑인들은 저항을 통해 지배권을 빼앗아 가려고 해. 그렇게 돼서는 안돼. 우리가 승리하는 것이 그들의 축복이자 우리의 축복이야. 그들은 아주 낮은 문화 단계에 있는 인간 유형이라서 우리에게 있는 근면이라든가 감사, 동정 그리고 모든 이상적인 것에 대한 최고의 지고한 개념이 없어. 외적으로 교육을 받았더라도 영혼이 따라주지를 못해. 만약 그들이 승리를 하게 되면 문명화된 민족들의 삶에 끔찍한 타격이 있을 거야. 69
- 내게는 먼 곳에 대한 그리움이 있어. 그리고 먼 곳을 향한 나의 그리움은 나의 향수와 다르지 않게 느껴져. 배에 통증이 느껴지고, 가슴이 답답해. 울어서 흘릴 수도 없고 자유롭게 숨도 못 쉬게 만드는 눈물이 목으로 차올라.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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