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지대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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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파 라히리'는 영국 출신으로 인도 벵골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하여, '로드아일랜드'에서 성장했다고 한다.

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이 인도 동부 캘커타의 '톨리 건지'와 미국의 '로드아일랜드'이다.

'우다얀'과' 수바시' 형제를 중심으로, 그들의 부모님, 그리고 그들의 아내였던 '가우리'와 그들의 딸, '벨라'에 걸친 삼대의 이야기가,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인도에서 공산혁명운동을 기점으로 펼쳐진다.

15개월 차이의 이들 형제는 쌍둥이처럼, 외모도 목소리도 비슷하다. 형 '수바시'는 조심성 많고 자신의 존재감을 최소화하려는 소심한 편이고, 동생 '우다얀'은 자기통제를 모르는, 진취적이고 모험심이 있는 아이다. 서로 속해있고 서로 연결되어 자라난, 그들은 다 수재이다.

그들이 나고 자란 '톨리 건지'는 조용한 주거지로 중산층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주거지 안에 길쭉한 연못과 그 뒤로 부레옥잠으로 가득한 '저지대'가 있다.

그 마을에는 외국인이나 드나들 수 있는 '톨리 클럽'이라는 골프장, 전혀 다른 세계가 있다.

둘은 나란히 가장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수바시'는 화학공학을 '우다얀'은 물리학을 전공한다.

형제는 어른이 되면서 인도의 정치적 현실에 눈뜨고 분노하기도 하지만, 온건한 '수바시'에 비해, '우다얀'은 '마오쩌둥'의 어록을 읽고, 생각이 같은 학생들과 어울리며 행동에 나선다. '낙살라이트'가 되었던 것이다.

둘 다 대학원을 마치고, '수바시'는 미국으로 박사과정을 지원한다. '우다얀'은 처음엔 형의 유학을 반대하고 말렸지만, 집을 떠나 오랫동안 여행을 하다 돌아오곤 하는 일을 반복하며 지내고, 손을 떠는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인도에 공산당이 출범하고, '우다얀'이 집회에 참가하기도 하는 즈음, '수바시'는 미국 '로드아일랜드'로 간다.

해양 화학연구를 하면서 장학금을 받고 혼자 사는 생활에 젖어가는 갈때..'우다얀'의 편지와 사진을 받는다. 사진 속에는 '수바시'의 눈에도 매력 있어 보이는 여인 '가우리'의 사진이 들어있으며, 책 읽기를 좋아하고 철학을 전공하는 이 여인이 자신과 결혼을 했다고 한다.

'수바시'는 자신보다 한참 연상인 별거 중에 있다는 '홀리'라는 여인과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되지만, 그녀가 전 남편과 다시 합치게 되었다며 이별을 통보할 즈음, '우다얀'이 죽었다는 소식이 온다.

2년 만에 '톨리 건지'로 돌아간, '수바시'는 장례를 치르고 '가우리'에 대한 책임감과 '우다얀'과의 유대감으로 23세에 동생의 아이를 잉태한 채, 과부가 된 그녀와 결혼 의사를 부모님께 밝히고 미국으로 먼저 온다.

 

-중간생략-

미국의 다양한 가족 구성원에 대해

미국을 구성하는 다양한 민족에 대해서까지 생각이 미치게 되었다.

전혀 다른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인도의 삼대의 삶을 관통하는 이 이야기는, 우리의 현대사와도 많이 닮아있다.

인도의 역사를 들춰보며 독서해야 했다. 다른 나라의 문학을 읽는 것은 낯 설고 이질적인 그 문화와 언어와 사회와 역사를 읽는 기쁨을 준다. 유럽의 소설과는 또 다른,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나라의 이야기들이라서 호기심과 함께 더 자극이 되는 책이었다.

오래도록 인상 깊게 남을 책이다. 작가의 서술 방식도 매우 좋다.

나는 개인의 삶의 이야기 속 배경이 되는 커다란 사회의 이야기를 좋아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도 우리처럼 지극히 개인의 삶을 살고, 이야기하지만,

그 개인이 그런 삶을 사는데 영향을 끼치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상황.. 그것이 세계대전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물론 전쟁 이야기도 아니고, 전쟁 언급은 고작해야 몇 번, '수바시'가 태어난 연도와 상황, 인도의 분리 독립 언급 시 잠깐 등장한다.

그래서 작가에게는 그 시대를 반영해야 하는 의무감도 있는지 모른다.

이렇게 전율하는 독서를 마치고 나면, 몰려오는 피로와 벅찬, 호흡에 숨을 크게 몰아쉬어야 하지만 행복하다. 이런 책을 만나게 해주고 이끌어주시는 이웃들에게 늘 감사드린다.

 

 

- 왜 철학을 전공해?

뭔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돼요.

그런데 그게 뭐가 중요해?

플라톤은 철학의 목적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이라고 했어요.

우리가 살아 있지 않다면 배울 것도 없어. 죽음 앞에서 우린 평등해. 그 점에선 죽음이 삶보다 나은 것 같아. 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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