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찾아 떠난 남자 - 빛으로의 여행
클라라 마리아 바구스 지음, 김희상 옮김 / 청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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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는 왜 봄을 찾아 떠났을까'가 궁금했지만, 막연히 봄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

[운현궁의 봄]을 읽고는 또 [봄을 찾아 떠난 남자]를 읽으며 봄의 시작을 만끽한다.

작년에 책 나눔 해드린 이웃 중, 이 책이 두 권 있다 하시어 냉큼 받아두었던 책이다.

'클라라 마리아 바구스'는 심리학을 전공한 여성으로, 여행을 하면서 자아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을 만났으며 그들이 자아를 탐색할 수 있는 마법 같은 이야기들로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은 그 마법 같은 이야기들이다.

한겨울, 서리와 얼음으로 덮여있는 어느 날 창가에서 차를 마시던 초췌한 몰골의 남자가 무심하게 창밖을 바라보다가 화려한 색채에 작고 반짝이는 깃털을 가진 새의 지저귐을 듣는다. 그새가 앉았던 곳에는 찬 바람의 숨결이 그치고 봄의 향기가 풍겨온다.

목련도 꽃을 피우지만 새가 사라지자 다시 겨울이 된다.

그 새는 숲으로 날아가고, 건너다보는 숲에는 나무들이 신록으로 물들고 꽃들이 피어나고 역시나 향기가 전해온다.

남자는 배낭을 꾸려 그 새를 찾아 숲으로 향한다.

새가 사라진 숲은 나뭇잎들도 시들고 만개했던 꽃들이 다시 봉오리가 된다.

그 새의 행방을 찾아 떠나는 이 남자의 여행은

'봄을 찾아 떠나는 것'이고, '잃어버린 꿈'과, '영혼'과 '자아'를 찾아 그리고 '진리'를 찾아다니는 여정이 된다.

방앗간 주인을 만나고, 사공을 만나고, 와인 빚는 노인을 만나고 새알도 만나게 된다.

새알을 소중히 품고 다시 길을 떠나, 헌 신을 신은 소년과, 왕과 식당 주인과 벤치 위의 할머니를 만나고 포도밭 농부, 그림 그리는 소녀와 아버지, 노인, 어부, 선장, 상인, 양봉가 등을 만나면서 그들과의 짧은 대화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조금씩 달라져간다.

- "살아 있는 한, 너무 늦은 것은 없다오. 포도를 자세히 보시오. 포도의 수확이 포도의 죽음을 뜻하지는 않아요. 그건 그냥 변화일 뿐이 라오. 어떤 상태에서 아직 있지 않았던 다른 상태로의 바뀜이랄까? 와인은 본래 상태의 변화이지, 끝이 아니라오. 그리고 건포도도 포도의 죽음은 아니죠."104

- 어쨌거나 가을의 시작이 여름의 죽음은 아니라오. 그냥 가을의 출발일 뿐이라오. 오로지 상태가 변한 거죠. 변화한 상태에서도 많은 것이 가능하다오. 아마도 당신이 상상했던 것이 아니라 당신이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어떤 다른 것일게요."105

- 끝이란 없다. 모든 것은 계속된다. 모든 것은 오로지 상태의 변화일 뿐이다. 106

-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도 끝은 아니다. 그것은 오로지 이전 모습의 변화일 뿐이다. 이전 것이 아직 있지 않았던 어떤 것으로 바뀌는 변화를 남자는 생각했다. 가을에 잎이 녹색을 빨갛고 노란 단품 색으로 바꾸듯, 우리는 늙어가며 환상을 경험과 맞바꾼다. 인생의 가을은 반드시 우리 꿈의 죽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우리 인생이 예전에는 볼 수 없던 것으로 그만큼 더 풍요로워짐을 뜻할 수도 있다. 더는 가능하지 않은 것이 새로운 가능성에 자리를 내어준다. 변화는 상실이 아니다. 106- 107

 

노년의 지혜는 젊음의 피와 마찬가지로 예상치 못한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인데,

기존의 가능성이 닫히고 새로운 가능성은 아직 열리지 않은 상태인 좁은 구멍을 슬기롭게 잘 빠져나와야 맞이할 수 있는 넓은 바다..

인생이란, 더 이상 아무런 가능성이 없을 정도의 꽉 막힌 일이 일어날 수 없다고..

거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중간의 좁은 길도 길은 길이니까, 어디로든 통할 테고..

다시 나타난 새의 도움을 받아, 모래시계에서 탈출한 그 남자의 여행은 종료된다.

그리고 자기가 메모해 두었던 여행 중에 헤매었던 길들이 자신의 지문과 일치하는 것을 알게 된다.

지문은 인생의 지침서였다.

좋은 인생은 결국 자기 자신 안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

그가 갈망해 오던 보물, 봄은, 자신 안에 숨어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그 남자는 이제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갔다고 한다.

언제부턴가 기도의 주제가 '지혜를 주십사'이다. 아직은 모래시계의 좁은 길에 놓여 있지만, 내 시작이 넓었듯이, 지혜를 획득한 나의 노년 또한 넓은 바다이기를 잔뜩 갈망해본다. 또한 청춘들이 그 좁은 길에서 성급히 판단하지 않기를,, 인내하고 지혜를 갈구하며, 통과해 나오기를 이끌어 줄 수있는 어른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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