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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교향악 ㅣ 펭귄클래식 39
앙드레 지드 지음, 김중현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앙드레 지드는' 신교도였던 아버지와 가톨릭교도였던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일찍이 아버지가 죽자,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어머니와 살면서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는데, 종교와 도덕적으로 엄격했던 어머니의 가정교육이 평생 자신의 삶과 작품에 많은 영향을 미친듯하다.
2세 연상의 외사촌 누이와 결혼해서, 순결한 사랑을 위해 성적인 결합은 하지 않겠다는 맹세를 했지만, 자신의 욕망은 사내애들에게서 채워왔다 한다. 친구의 아들과 몇 달을 함께 지내기도 하는 등으로 부부간의 갈등도 컸다고ᆢ
그의 사촌 누이와의 사랑과 사랑관은 [좁은 문]이나, [앙드레 왈테르의 수첩]등에 잘 나타나 있다.
[전원 교향악]은 내면의 일기 2편으로 구성된다.
며칠간 계속 내리는 눈으로 인해 세상과 격리되자, 목사는 일기를 적으면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한다.
그가 2년 반전에 죽어가는 귀머거리 노인 집에 방문했다가, 눈먼 소녀를 데려오게 된다. 의식 없는 짐 꾸러미처럼, 영혼 없는 살덩어리 같은 어린아이를..
"무슨 짐을 짊어지고 왔느냐?"라는 아내의 잔소리와 비난이 이어졌지만
그는 종교적인 신념으로서 그 아이를 기꺼이 데려왔고,
그 아이를 거두어주고 싶었다. 그의 집에는 이미 여섯 자녀가 있었다.
캄캄한 잠을 자는, 자는 것과 깨어있는 것이 다를 게 없는 아이, 목사는 자신의 사랑이 이 영혼으로부터 캄캄한 암흑을 쫓아버리게 허락해달라고 자신의 신께 기도드린다.
하지만 벼룩과 이가 우글거리고, 표정이 전혀 없고 정신발육이 느려, 동물의 울음소리와 신음소리만 내고 있던 그 아이의 모습에 직면하자, 열의가 얼어붙기도 했고,,
사랑이 사랑엔 보답하는 것과 다르게 그 영혼의 완강한 거절 앞에서 혐오감이 절망에 이르게 하고 후회와 무관심이 일 즈음, 미덕의 정원 같은 아내는 그 아이를 더 정성껏 보살펴준다. 목사의 가족들은 그 아이의 이름을 '제르트뤼드'라고 지어준다.
그리고 의사의 조언을 얻어 그 아이를 가르쳐 나간다.
마침 신학대학에 다니던 아들 '자크'도 돌아와서 도움을 준다.
그 아이에게 조금씩 변화가 온다. 무표정했던 얼굴에 미소가 일어나는 순간은 광채였다.
태어날 때부터 장님인 '제르트뤼드'에게 색깔을 가르치는 일이 어려웠다.
- 그리고 교향악에서 각 악기들이 맡은 역할을 설명하면서 자연스레 색 문제에 대해 다시 이야기할 수 있었다. 나는 제르트뤼드에게 금관악기와 현악기, 목관악기의 서로 다른 음색과, 그것들 각각이 자기 스타일에 따라 더 강하게 혹은 더 약하게 가장 낮은 음에서부터 가장 높은 음에 이르기까지 전 음계를 낼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또한 자연의 붉은색과 오렌지색은 호른과 트롬본의 음색과 유사한 것으로, 노란색과 초록색은 바이올린과 첼로, 콘트라베이스의 음색과 유사한 것으로, 그리고 보라색과 하늘색은 플루트와 클라리넷과 오보에를 연상시키는 것으로 상상해보라고 했다. 그때부터 그 애의 내부에서 생겨난 일종의 황홀감이 모든 의혹의 자리를 채워 나갔다. 39-40
그리고 목사는 '제르트뤼드'를 데리고 연주회에 간다. 그 아이에게 가장 들려주고 싶었던 [베토벤 전원 교향곡]이 마침 연주되었다.
- "목사님께 보이는 것들은 정말 그것만큼 아름다운가요?"
"무엇만큼 아름답다는 말이니? 사랑스러운 내 아이야."
" 그 '시냇가의 풍경만큼 말이에요.'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교향곡의 화음들이 현실 그대로의 세계가 아니라, 있을 수도 있었을, 만일 죄와 악이 없었더라면 가능할 수도 있었을 세계를 그리고 있다는 생각에 즉답을 피했다. 게다가 나는 아직 제르트뤼드에게 감히 악과 죄와 죽음에 대해 말해주지 못한 상태였다. 이윽고 나는 이렇게 말했다.
"눈이 보이는 사람들은 자기가 누리는 행복을 모른단다."
"그렇지만 볼 수 없는 저는 듣는 행복은 알아요."그 애가 곧바로 큰소리로 말했다. 42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제르트뤼드',, 어느 날 목사는 자신의 아들 '자크'와 함께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아들의 고백을 듣는다. 그녀를 사랑하고 있으며 결혼도 하고 싶다고..
그리고 '제르튀르드'의 고백도 듣는다.
그녀는 목사를 사랑하고 있다고..
친구 의사의 노력으로 희망적인 그녀의 눈 수술 일정이 집히고 그즈음, 목사는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된다.
- 주여, 당신은 우리를 위해 이토록 깊고 아름다운 밤을 만드셨습니까? 저를 위해 만드셨습니까? 포근한 바람이 불어오고, 열린 창 사이로는 달빛이 비쳐 듭니다. 저는 하늘의 무한한 침묵에 귀 기울입니다. 오, 당신에 대한 삼라만상의 황송한 마음의 경배, 그 경배 안으로 말없이 저의 마음도 황홀하게 녹아듭니다. 저는 열렬히 기도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하나님, 만일 사랑에 어떤 구속이 있다면 그 구속은 당신의 것아 아니라 인간의 것입니다. 오! 저의 사랑이 비록 인간의 눈에는 죄짓는 일처럼 보일지라도, 당신에게는 경건하게 보인다고 말씀해 주세요.
저는 죄라는 생각을 떨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렇지만 제게 죄는 어쨌든 견딜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리스도를 저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아니요, 저는 제르트뤼드를 사랑함으로써 죄를 범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제 가슴을 캐내버리지 않는 한 저는 제 마음에서 이 사랑을 캐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왜지요? 제가 만일 이제 와 그 애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저는 동정심에서라도 그 애를 사랑해야 합니다. 그 애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은 그 애를 배신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 애는 저의 사랑을 필요로 합니다. 주여, 저는 당신밖에 모릅니다. 저를 인도해 주소서. 때때로 저는 암흑 속으로 빠져들어 그 애가 되찾게 될 그 시력이 마치 제게서 빼앗아 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96-97
자연의 법칙은 인간과 하나님의 법칙이 금하는 것을 허락하기도 한다고 아이에게 말하는 목사,,
그는 주님을 사랑하기 위해서 그 애의 사랑이 필요하다고까지 한다.
'제르튀르드'의 눈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돌아오는데,,
그 아이가 꽃을 꺾으려다 물에 빠져 떠내려가는 사고가 일어나고,
자리에 앓아누운 그 아이가 목사에게 고백을 한다.
자살하고 싶었노라고~~
그 아이는 눈을 뜨게 된 후 세상은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지만, 사람들의 걱정 가득한 모습이 보였노라고..
-"목사님, 나의 목사님. 목사님의 마음과 삶에 제가 너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걸 목사님은 잘 알고 계세요. 목사님 곁으로 돌아오자마자 저는 그 점을 깨닫게 되었어요. 그리고 제가 차지하고 있던 그 자리가 저 때문에 슬퍼하는 다른 분의 자리였다는 것도요. 저의 죄는 바로 그 점을 좀 더 빨리 깨닫지 못했다는 거예요. 저에 대한 목사님의 사랑을 이미 잘 알고 있었으면서도 목사님이 저를 사랑하도록 그냥 내버려 두었다는 것부터 잘못된 일었었어요. 이제서야 제 눈으로 직접 수심이 가득한 그분의 가엾은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자 저는 그 슬픔이 저 때문이라는 생각에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었어요. ... 그렇지만 목사님은 자책하지 마세요. 그냥 저를 떠나게 내버려 두시면 돼요. 다시 그분을 기쁘게 해드리세요." 104-105
그리고 로마서 7장 9절을 이야기한다. 목사에 대한 사랑이 죄였음을 깨닫게, 보게 되었다는 것..
전에 율법을 깨닫지 못했을 때는 내가 살았더니, 계명이 이르매 죄는 살아나고 나는 죽었도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자크'가 그녀에게 성경 구절을 읽어주었고, 특히나 이 부분이, 그녀가 눈을 뜨자, 율법을 깨닫게 되자, 모르고 살았던 어리석음을 깨닫고 비로소 죽게 되었다는..
그 아이가 눈을 떴을 때 곁을 지키던 '자크'가, 사실은 자신이 사랑했던 모습이었노라고 고백했다.
그 아이는 정신 착란과 고통 속을 헤매다가 세상을 떠난다.
목사의 아들 '자크'는 아버지의 과실을 본보기 삼아, 개종하였고, 수도사의 길을 떠난다.
죽기 전 그 아이도 '자크'와 함께 개종하였던 사실도 알게 된다.
목사는 눈멀어 있을 때 그 아이에게 세상은 [전원 교향곡] 속의 느낌처럼 그렇게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고 말해줬어야 했나?? 이 순수한 영혼에게 죄와 악과 죽음을 가르쳤어야 했나?
눈뜬 후 목사의 아내를 보면서 그녀가 누려야 했던 것들, 자신에게 빼앗긴 자리에 대해 죄책감으로 못 견뎌 했던 '제르튀르드',,
그렇다면 이 목사님은 뭔가??
종교적인 사랑을 실천하려다 인간적인 사랑의 함정에 빠져든..
이미 아이를 여섯이나 낳고 함께 사목일을 하는 아내에 대한 목사의 시선이 참 재미나다.
그리고 종교적인 합리화로, 아들의 사랑을 방해하고 그릇된 사랑을 품다니,,
'앙드레 지드'는 이런 모순으로, 자신의 이상한 결혼생활처럼 그렇게 평생 고뇌했는지도 모를 일..
그러나, 오랫만의 고전은,, 마음을 참 평안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