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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필 무렵 ㅣ 글누림 한국소설전집 10
이효석 지음 / 글누림 / 2007년 12월
평점 :
강원도 평창 출신의 작가'이효석', 그의 소설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이국에 대한 동경이 드러나있다.
단편 소설을 시적인 경지로 끌어올렸다고 평가되는 그는 한국 현대 단편소설의 대표작인 [메밀꽃 필 무렵]을 비롯한 많은 작품을 남겼다.
가난과 무지와 핍박의 삶을 살았던 그 시대
특히나 1920-30년대의 소설은 막연한 에로티시즘이 있다.
독립운동이나 저항과 무관해야 했던 예술가들은 그 시대를 그렇게 그릴 수밖에 없었으리라 한다.
어릴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그 막연함을, 여전히 막연해서 긴가민가 하는 면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뜻밖의 그시대 우리 단편소설을 재발견하게 되어, [김동인][채만식] 등의 책들도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고어를 사용하는 어휘들로 인해 아름답고 소중하기도 하지만, 외국 문학의 번역만큼 극복되지 않는 모호함이 여전히 있다. 하지만, 현대의 작가들이 많은 노력 끝에 갈고 다듬어, 주석을 달고, 삽화를 넣어 이해시키려는 노력이 탄생시킨 이 단편집을 지난여름 '이효석 생가'에서 구입해두었다.
기독교적인 요소들과 하이네의 시와 오대산 월정사와 물레방앗간의 등장이 진부하면서도 흥미로웠고,, 탐미주의적인 요소도 만나게 된다.
[메밀꽃 필 무렵]1936
곰보에 왼손잡이인 '허생원'은 '조선달'과 함께 옷감을 팔러 다니는 장돌뱅이다.
봉평장에서 대화장을 가려면 6,70리의 밤길을 걸어야 한다.
그런 그가 봉평장의 '충줏댁'을 보면 철없이 얼굴이 붉어지고 발밑이 떨려와 그림의 떡으로만 여기는 차,
어린 '동이'란 놈이 그 집에서 그 계집과 농탕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꼭지가 돌아 따귀를 올려붙인다.
'동이'가 쫓겨 나가고 거나하게 술이 돌자 슬슬 걱정이 되는데, '동이'가 '허생원'의 당나귀가 야단이 났다면서 술집으로 들어온다.
아이들 장난질에 흥분한 줄 알면서도 '동이'의 그런 처사가 고맙다.
20년 동안 '허생원'은 봉평장을 거르지 않는다.
젊은 날, 돈도 모아봤지만, 투전으로 사흘 동안 모두 날리고, 다시 장돌뱅이로 나섰다.
'허생원'은 계집과 연분이 없다. 못생기고 숫기도 없다.
그는 평생 계집 하나 후려보지 못했다. 계집이란 쌀쌀하고 매정한 것, 평생 인연이 없는 것이라 여기고 살았지만
꼭 한 번의 첫날을 잊지 못하고 산다.
봉평장에 다니기 시작한 젊은 시절, 단 한 번의 괴이한 인연이었다.
'조선달'은 그 얘기가 귀에 박혀있다.
'허생원'은 또 그날을 꺼낸다.
장이 선, 꼭 이런 날 밤,
객줏집 토방에서 무더위로 잠 못 들자, 밤중에 개울가로 목욕을 하러 가다가 옷을 벗으러 들어간 물레방앗간에서,
봉평 제일 가는 일색 성 서방네 처녀를 만난 일
그녀의 일가는 가난에 쫓겨 제천으로 떠났다 하고
찾아 나섰지만 만날 수가 없었고 평생 봉평을 잊을 수없노라고
그들의 대화에서 빗겨서 있던 '동이',,
그는 날 때부터 아비가 없었노라 한다. 어미는 제천의 촌에서 아이를 낳고 쫓겨나 의부를 만나 술장수를 했지만, 의부의 폭력으로 맞아오다가, 18세에 뛰쳐나와 장돌뱅이가 되었노라고..
'허생원'은 묻는다.
어미의 친정이 제천이냐고?
봉평이라 말하는 '동이',
아비의 성은 무어냐는 질문에 '동이'는 모르노라고..
그리고 '동이'의 채찍이 왼손에 쥐여있는 것을 본, '허생원'..
대화장을 들러 제천장으로 가려는 '허생원'일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