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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초판 출간 80주년 기념판)
대프니 듀 모리에 지음, 이상원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8월
평점 :
영화와 뮤지컬 연극이나 드라마의 제목으로 많이 들어왔던 [레베카]이다. 최고의 이야기꾼이자 서스펜스의 여왕이라는 찬사를 받는 '대프니 듀 모리에'의 소설 중,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영국, 미국, 유럽 전역의 베스트셀러였고 아직까지 한 번도 절판된 적이 없다는 책..
어떤 작가는 이 책을 가리켜 대중소설의 모든 기준을 만족시키면서도 정통 문학으로서의 손색도 없다고 했다 한다. 고딕 문학의 특성을 보인다고 하는데 '고딕 문학'은 공포소설과 로맨스의 요소가 결합된 장르로 18세기 중엽에서 19세기 초기에 영국에서 유행한 기법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서술과 묘사를 엄청 좋아하는데,, 그 서정성 짙은 문장들에 재미까지 어우러져,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뗄 수 없던 책이다.
아직, 영화도 뮤지컬도 못 봤고, 내용도 전혀 모르는 채로 읽었기에 더 흥미로웠는지도~~
주인공 '나'는 아직 어린 소녀의 티를 벗지 못한, 수줍음 많고, 숫기 없고, 왜소하고, 부모도 없다. 돈 많은 미국 노부인, '벤호퍼'를 보살피며 한 달에 한 번씩 용돈을 받고 함께 프랑스 남쪽 모나코의 작은 호텔에 머무는데,, 이 노부인은 지독한 속물에 광적인 호기심으로 모든 유명 인사들이 다 자기의 친구라고 주장하고 남들의 소소한 생활 이야기가 삶의 의미인지라 호텔에 나타나는 새로운 손님은 또 분석의 대상이 된다.
몬테 카를로의 어느 식당에서 '맥시밀리언 드윈터' 씨..(이하 맥스, 드윈터 씨)를 만나게 되자
'벤호퍼' 부인은 막, 아는 체를 하며 말을 건다.
그는 영국 어느 지방의 유명한 저택 '멘덜리'의 소유자이다.
노부인이 독감에 걸려 간호사의 도움을 받게 되자, 할 일이 없어진 나는 '맥스'와 매일 드라이브를 하고 함께 점심을 먹고 우정을 쌓는다.
그 우정은 서서히 내게 첫사랑이 되고, 기억을 담아두는 발명품이 있다면 그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기를 바라는데, 그는 '온통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잊고 싶다'고, '1년전의 사건이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면서 '깨끗이 지워버리고 새로 시작하고 싶다'고 한다.
몬테 카를로에 온 이유도 기억을 지워버리기 위해서이며, 내가, 그 과거를 지워주고 있다고 한다.
나는 수준 이하의 '벤호퍼' 부인을 싫어했지만, 그녀와의 동행이 생계였으므로 떠나지도 못하는데 그녀가 딸과 손주 때문에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함께 가자고 한다. 작별인 사차 만난 '맥스'는 청혼을 하고, '나'는 그의 어린 신부가 되어 7주간, 프랑스와 이탈리아 하고, '맨덜리' 저택으로 향한다.
대저택 '맨덜리'는 주1회 일반인 관람객에게 공개되고, '나'의 방은 동쪽에 꾸며졌다. 그곳은 장미 정원과 잔디밭과 숲이 보이지만 바다는 보이지 않았다. '맥스'의 전부인인 '레베카가' 빠져 죽은 바다.. 서쪽의 전 부인이 머물던 방에서는 바다가 보인다. 그곳엔 아직 그녀가 쓰던 물건들이 그대로 있었다.
거실도 집안의 그림과 꽃들도 모두 그녀의 취향 그대로였고..
신분도 낮은 '나', 소심하고 미숙하고 수줍음을 많이 타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도 두렵고, 어려워 손톱이나 물어뜯는데,,
집안은 어릴 때부터 '레베카'를 돌보던 '댄버스 부인'의 지휘 아래 관리되고 있었다. 나는 검은 옷을 입고 깡마르고 어두운 표정의 '댄버스 부인'이 너무 무서와 주눅 들고 피하고 싶어진다. 모두 익숙해있고 나만 이방인처럼 '멘덜리'의 그 많은 규칙들에 놀라워하던 중, '맥스'의 누나 부부와 영지 관리인 '프랭크'가 찾아온다.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모두 놀란다.
내가 너무나 다르다고, 전 부인과..
매사에, 나는 키가 크고 세련된 미인이며 대단한 재주를 가진 ' 레베카'와 비교 당하고 있었다.
매력적이고 우아했던' 레베카'는 남녀노소 누구나, 심지어 개들까지 자기를 좋아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드는 존재였다고..
그런 완벽한 전 부인을 잊지 못하는 '맥스처'럼, '맥스'의 할머니, 영지의 사람들 집안의 하인들이 모두 전 부인에 한참 못 미치는 나를 억지로 참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어 더 기죽어 지낸다.
이웃들의 성화에 못 이겨 '맨덜리'의 무도회가 열리는 날, 나는 커다란 함정에 빠지고 만다. 당황한 '맥스'는 내게 화를 내고, 너무도 어리석은 실수였음을, 그 일이 '댄버스 부인'의 모략이었음을 깨달았지만, 남들의 입방아에 오르기 싫어서 아무 일 없던 듯이 무도회에 나타난다.
그리고 초라한 자존심을 매만지면서 이 결혼이 실패였음 또한 깨닫는다.
아직도' 레베카'에 속해 있는 '맥스',
'레베카' 취향의 음식들, 그녀가 좋아했던 꽃들,, '맨덜리'는 아직도 레베카가 지배하고 있다고 느낀다.
죽은 여자와 비교당하고 경쟁을 하고 있는 '나',, 죽은 사람은 절대 이길수가 없는 것이다.
무도회의 엄청난 사건 이후 '맥스'와 '나'는 자꾸 시공간이 어긋난다.
'나'는 '레베카'의 방에 있던 '댄버스 부인'에게 찾아간다.
그녀는 '나'에게 악담을 퍼붓는다.
'레베카'는 누구도 개의치 않는 자유분방한 영혼이었다고
열두 살 때부터 미인의 자질을 보였고 어떤 남자들도 한 번 보면 미친 듯이 빠지게 만드는 능력자였으며, 진짜 '드윈터 부인'은 '레베카 였노라'고, '너는 가짜, 그림자, 유령일 뿐이라' 한다. '댄버스 부인'에게 '레베카'는 숭배의 대상이었다. 무도회 사건 이후, '나'는 더 이상 어리고 미숙하지 않았다. 고통의 스물 네 시간이 '나'를 성장시켰다. '댄버스 부인'과 맞서 실랑이를 하던 중 굉음이 들려온다.
굉음의 정체는 집 근처 바닷가에 좌초된 배에서 나던 소리였고, 집안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런데 잠수부들이 좌초된 배 주변에 가라앉았던' 레베카'의 작은 보트를 발견했고 그 선실에 시체가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맥스'가 내게 충격적인 고백을 한다.
'레베카'를 단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노라고~
더불어 무섭고 엄청난 진실을 말했지만,
'나'는 그가 일단 '레베카'를 사랑하지 않았노라는 것에 모든 불안이 사라지고 가볍고 자유로워졌다.
그들의 결혼은 처음부터 어릿 광대극이었으며
사악하고 역겹고 썩을 대로 썩은 여자가 '레베카' 였으며 그녀는 사랑도 품격도 다정함도 모르는 정신 상태에도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다고..
하지만 그녀의 영리함은 세상에서 가장 친절하고 자비롭고 재능이 많은 사람임을 누구도 의심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
'맥스'의 아버지는 '레베카'가 아내에게 중요한 세 가지, 혈통, 두뇌, 미모를 다 갖추었노라 했고, 그 또한 기대했지만 결혼 닷새 만에 그녀의 정체가 다 드러났다고 한다.
'레베카'는' 맨덜리' 저택을 일반에게 공개하고 자신들의 결혼이 세기의 행운으로 알려지게 할지 와 자신의 추잡한 과거를 공개해 이혼 법정에 서게 되는 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 했고, '맥스'는 가문의 명예를 위해서 지저분하고 너절한 연극을 하면서 파티며 공연으로 북적이는 거짓투성이 삶을 사는 거래를 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레베카'가 런던에 가서 며칠씩 머물며 사랑을 나누던 그녀의 사촌 '잭 파벨'과의 추문이 들려왔고, '맥스'의 친구이자 영지 관리인 '프랭크'도 유혹했고, '맥스'의 매형에게도 집적거리는 등. 그녀는 그거래에 충실하지 못했노라고..
'맥스'가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레베카', 사악하고 비뚤어진 존재,
'나'는 비로소 '댄버스 부인'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졌다.
그리고 완전히 어른이 되어버렸다.
보트 안의 시체가 1년 전 죽은 '레베카'였고, 교회 묘지에 묻은 시체는 가짜였고
그로 인한 재판이 열리고,,'레베카'의 자살로 결론이 났지만
'잭 파벨'은 인정할 수 없다며 술을 먹고 '멘덜리'로 찾아와 협박을 한다.
'레베카'가 자살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쪽지를 내민 '잭 파벨'의 이의 제기에 치안판사도 불려오고
증언을 하는 '댄버스 부인'은,, '레베카'는 '잭 파벨'도, '드윈터 씨'도,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노라고 한다. 오히려 남자들을 경멸했고, 남자들보다 뛰어난 분이었다면서..
누구나 즐길 권리는 있는 것 아니냐고, 남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그분에게는 게임에 불과했다고, 아주 우스운 일이었노라고..
그리고 그들은 '레베카'가 죽은 날의 기록을 찾아 '베이커라'는 인물을 찾아 나서고
이야기는 또 반전을 맞는다. 서스펜스적인 요소가 충분해서, 이 쫄깃함을 다른 독자들도 즐겨야겠기에 스포는 감히 할 수가 없다.

간서치의 독서 블로그
https://blog.naver.com/su430
- 첫사랑의 열병이 두 번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은 참 다행이다. 시인들이 어떻게 찬양하든 그건 분명 열병이고 고통이기 때문이다. 스물한 살의 나이는 용감하지 못하다. 겁이 많고 근거 없는 두려움도 많다. 쉽게 까지고 상처를 입어 가시 돋친 말 한마디를 견디지 못한다. 중년을 바라보면서 탄탄한 갑옷을 입은 지금에야 가시에 찔린 사소한 상처 같은 것을 가볍게 넘기고 곧 잊어버릴 수 있다. 하지만 그때는 남이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오래 도로 남아 고통스러운 낙인이 되고 어깨너머 뒤돌아본 눈길 하나가 영원히 기억에 꽂히고 마는 것이다. 양심을 부정하는 말 다음에는 닭울음소리 세 번이 나올 것 같고 불성실은 유다의 입맞춤처럼 느껴진다. 어른이 되고 나면 양심의 동요 없이 즐거운 표정으로 능히 거짓말을 하게 되지만 그 시절에는 작은 속임수 하나에도 입술이 마비되어 스스로를 벼랑 끝에 몰아넣고 만다. 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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