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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인당 이야기 - 페라귀스.랑제 공작부인.황금 눈의 여인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1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송기정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3월
평점 :
서른두 살 연상의 남자와 사랑 없이 결혼한 어머니는 '발자크'가 태어나자마자 유모에게 양육을 맡기고, 기숙학교로 보내버린다. 어머니의 냉정한 모성은 그의 소설 속 불행한 기혼녀들의 주요 모티브가 된다.
자신보다 스물두 살 연상의 '베르니 부인'을 비롯한 많은 부인들을 통해서 정신적, 물질적 도움을 받아왔던 '발자크'는 자신의 소설 속에 이런 여인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제정시대 파리에는 뜻을 같이 한 열세 명의 남자가 있었다. 이들 13인당의 당원들은 강인하고 운명론자이며, 용기 있는 자들이다. 단조롭고 평범한 삶이 주는 권태를 두려워하고 넘치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지만 시적이고, 아시아적인 쾌락에 끌린다.(*아시아적인 쾌락은 무엇인지?)
그들의 이야기들 중, 세 가지의 에피소드를 담아서 발간한 책이 [13인당 이야기]이다. 세 가지 에피소드 이외의 이야기들은 늦은 밤 들려드릴 만한 이야기쯤으로, 글로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덧붙인다.
[페라귀스]-1833년
파리의 뒷골목에는 가장 황량하고도 불명예스러운 길이 있다.
파리의 사교계에 입문한 여인은 이 길을 걷는 것 자체만으로도 방탕한 여자로 낙인찍혀 버리는 길이다.
그 길에서 '오귀스트 남작'은 그가 독일식으로 짝사랑해 오던 그녀' 클레망스(쥘 부인)'을 목격한다.
* 독일식 사랑- 감정에만 충실한, 플라토닉 한 사랑 (*프랑스 사람이 독일식 사랑을 한다? 완전 신비한 설정이다.)
'쥘 부인'의 남편 '쥘 데마레'는 증권 중매인으로 큰돈을 벌었다. 이들 부부는 서로 사랑하고 행복한 부부로 주위의 부러움을 산다.
'클레망스(쥘부인)'는 예술적이고 세련된 기질로 사치품을 좋아하지만, 사교모임에서도 남편하고만 춤을 춘다.
혹시나 짝사랑하는 그녀의 빈틈을 노리던 '오귀스트 남작'은 그녀의 남모르는 행위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고는 부부 사이에 끼어들어 말을 흘린다.
남편은 아내를 의심하고, 그녀는 그런 곳에 간 적이 없다며 시치미를 잡아 뗀다.
남편을 배신한 그녀에 대한 기대로 계속 파고드는 '오귀스트 남작'에게 살인청부로 짐작되는 사고들이 연이어 일어나자, 발끈 해진 그는 더 집요하게 파헤친다.(중간생략)
이 소설은 [고리오 영감]의 모티프쯤 된다고..
[랑제 공작 부인]-1834년
지중해 연안 스페인의 섬 도시에 카르멜회 수도원이 있다. 마을의 끝, 암벽 위에 있는 이 수도원은 엄격한 규칙이 유지되어, 비탄에 잠긴 유럽 곳곳의 여인들이 이승과의 완벽한 단절을 위해 찾아드는 곳으로, 지상에 존재하는 숭고함이 모두 담긴 광경이다.
프랑스 장군으로 스페인 왕의 왕권을 되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파병되었던 '몽리보 후작'은 생명보다 소중하고 명예보다 값진 여인 '앙투아네트( 랑제 공작 부인)'를 찾으러 이곳으로 왔다.
성당의 미사 음악을 주관하는 수녀로 봉직하고 있던 '테레즈 수녀'가 그녀였음을 그녀의 연주 소리로 알아본다.
파리 사교계의 여왕으로 군림하며 유행의 최첨단을 걷던 그녀는 눈물과 기도와 정열과 고독한 삶으로 인해 형편 없이 수척해 있었다.
그녀 '앙투아네트'는 공작의 딸로 태어나, 재산, 가문, 궁정에서의 작위를 가진 여인으로 공작의 작위를 포기하는 결혼이 금지되어 있었다. 18세에
'랑제 공작'의 장남과 결혼을 했으나, 상극의 성격끼리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바, 곧이어 왕가에 충성하고 궁정에서 관직을 맡았던 남편과 별거를 하게 되었다.(중간생략)
원작의 제목은 [도끼에 손대지 마시오]로 세가지 에피소드중 가장 잘알려진 소설로 영화화되었다고도한다.
[황금눈의 여인]-1835년
'더들리 경'과 '보르닥 후작 부인'의 사생아 '앙리 드 마르세(이하 앙리')는 파리에서 가장 잘 생긴 22세의 청년이다.
그의 아버지 '더들리 경'은 수많은 여자들과 사랑을 나누고, 도처에 만들어 놓은 아이들이 있으나 모두에게 무관심하고, 그 아이들은 각자 자라나면서 누가 자기와 형제자매인지도 모른 채 살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어디에서나 사랑받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공에 도취한 나머지 모성애라는 감정이 없었고, '보르닥 후작'과 결혼해 버린다.
'앙리'는 가난한 고모의 손에서 자랐지만 훌륭한 가정교사 덕분에 좋은 교육도 받을 수 있었다.
'앙리'는 아름다운 육체와 매력적인 영혼으로 무장하고, 정신력과 재산이라는 현실적 무기로 무장했지만, 성공에 싫증이 나 있었다.
그런 그가 산책길에서 황금빛이 도는 노란색 눈의 여자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 눈빛은 태양이 쏟아내는 광선과도 같은 강렬한 느낌이었다.
'파키타 발데스'라는 그 여인은, 스페인에서 온 사람으로 어머니를 닮아 동양의 매력을 지녔지만, 유럽에서 자랐고, 열대지방 출신으로 동양과 유럽과 열대지방을 연결하는 아름다움을 지녔다.
그 여인 또한 그의 매력에 반하고, 둘은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가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은, 눈을 가린 채 그녀가 보낸 마차에 올라 하인의 부축을 받고 들것에 실려야 했다. 납치를 하듯..
그녀는 '앙리'에게 여자의 옷을 입히고 열락에 들뜬 사랑을 나누고, 자기를 먼 곳으로 데려가 달라고 한다. 은밀하고, 불안하고, 쫓기는 듯한 그녀는 12세부터 갇혀있었고, 배움이 없어서 글을 읽고 쓸 줄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쾌락에 들뜬 그녀의 입에서 터져 나온 '마리키타'~(*여자 같은 남자)
(중간생략)
이 소설은 불편하지만 동성애적인 요소이다.
'앙리'가 반한 황금 눈을 가진' 파키타'의 아름다움만큼
'파키타' 역시 '앙리'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히게 되는데..
남녀를 다 사랑한 '파키타'의 사랑에 대한 관념적인 해설 부분은 읽다가 덮었다.
그시대에는 동성애라는 주제가 인기였다고도한다.
세 소설 모두 파리에 대한 묘사가 압권이다. 속물적이고 퇴폐적이며 예술적인 파리는 '발자크'로 하여금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을 듯,
'발자크'는 파리의 거리, 파리 사람들의 심리, 파리의 이곳저곳을 속속들이 파헤친다. 파리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3개의 모험 이야기는 흔한 사랑과 질투와 복수를 향한 심리의 변주곡이지만, '발자크'식의 세세하고도 웅장한 묘사에 익숙해지고 나면, 엄청 재미나고, 힘 있는 소설이다. 발자크는 여러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지만, 특히나 에밀졸라의 소설과 그를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있다. 】

- 많은 젊은이가 종종 그렇게 혼자서 짝사랑한 여자에게 영원히 작별을 고하고는 절망에 빠져 집으로 돌아간다. 남몰래 그녀를 단죄하고 그녀를 경멸하면서, 그것은 아무도 알지 못할 독백이요, 아무도 없는 누추한 방의 벽에 대고 하는 말이며, 가슴속에서 나오지도 못한 채 일어났다가 사라져버리는 폭풍우이며, 정신세계의 놀라운 풍경이다. 그 광경을 묘사하려면 화가가 필요하리라. 43
한 남자가 사랑에 빠졌을 때, 그 남자를 사로잡는 수줍음에는 늘 얼마간의 수치심이 담겨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소심함은 여자들을 우쭐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다시 말해 여자들 자신도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수많은 이유들이야말로 여자들로 하여금 사랑의 비밀을 지키는 데 지친 나머지 먼저 비밀을 누설해버리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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