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세니예프의 인생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3
이반 부닌 지음, 이항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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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부닌'은 러시아 최초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이다. 그는 볼셰비키 혁명(사회주의 혁명)에 반대해 프랑스로 망명을 했고, 이 책은 그의 망명 시기에 쓰여진 책이다. 러시아 고전문학의 전통을 계승한 그는 '체호프', '고리키' 등과 함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이 책은 그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평가되지만, 정작 그는 자서전이라 불리는 것을 싫어했다고 한다. 이야기의 전개는 일종의 회고록같이, 자신의 어린 시절부터 20세까지 그의 주변을 둘러싼, 자연과 가족에 관한 묘사들이다.

실제로 많은 부분이 주인공 '아르세니 예프'의 인생과 작가의 삶이 중첩되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허구일지 상상해 보게 되지만, 소설은 소설일 뿐이며, 에세이 형식의 성장 소설쯤 된다고 본다.

러 나라를 여행하고 프랑스에 정착해서 자신의 유년 시절부터 청년 시절까지를 회고하는 부분이 나온다.

주인공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최초의 어린 시절부터 세월이 한참 흘러 그때를 회상하는 형식이다. 그 이야기가 1권에서 4권까지의 이야기로 1930년에 단행본으로 출판되었고, 5권은, 그의 연인 [리카]라는 제목으로 1939년에 역시 단행본으로 출판되었으나, 그 후로도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1952년에 미국에서 완전한 판본으로 출판되었다고 한다.

나, '아르세니 예프'는 중부 러시아 시골의 영지에서 아버지, 어머니, 두 형과, 두 여동생과 함께 지낸다. 그의 가문은 몰락해가고 있지만, 고귀한 가문이었다.

그들이 사는 영지는 인적이 드문 벽지이지만, 시내로 부모님과의 여행에서 최초로 선물 받은, 부츠와 가죽 채찍, 그리고 어린 목동과 노는 일이 그가 기억하는 유년시절 최초의 기억이다.

그의 유년은 다양한 모험이 가득 찬, 모든 신비함에 눈뜨던 시절이다.

그의 집안은 크림 전쟁 중에 거액을 탕진한 아버지가 도박에서까지 많은 돈을 날리자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버지는 여전히 천하태평으로 지내고, 그럼에도 '아르세니예프'는 만족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리고 끔찍한 사건이 일어난다. 목동 '센카'와 말의 죽음..

그는 유년시절부터 죽음을 예민하게 느끼는 사람이었다.

이 죽음에 귀 기울이면서, 신에 대한 믿음과 개념이 죽음에 대한 개념과 함께 찾아왔다고 한다.

남다른 감수성의 유년시절을 보냈던 그에게 어머니는 슬픔으로 각인되어 있는데 그녀의 기도와 눈물이 '모든 것은 흘러가고.. '영원히 돌이킬 수 없이 흘러가고, 세상에는 이별, 질병, 슬픔, 실현 불가능한 꿈과 희망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 그리고 죽음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아르세니예프'는 김나지움에 입학하기 전까지 3년간 자신을 돌보던 가정교사도 떠올린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완전히 망쳐버리고 세상을 떠돌며 인생을 허비하는 사람이었지만, 어린 '아르세니예프'의 무익한 꿈과 열정을 이해해 주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록 가난한 귀족 집안에서 태어나, 옛 가문의 영광과 빈약한 찌꺼기만 상속받았지만, 소년 시절, 유럽인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탁 트인 들판에서 태어나 자라난 그는 자연의 모든 것을 관찰하고 찬미한다.

술을 점점 많이 마시게 된 아버지는 여전히 천하태평이고, '니콜라이' 형은 김나지움을 그만두고, 여동생 '나쟈'가 병을 앓다 죽는다.

그리고 그는 김나지움에 입학한다.

시내의 남루한 하숙집으로 거처를 옮긴 '아르세니예프'는 거칠고 투박한 하숙집 주인을 보면서 그의 러시아인으로서의 자부심, 생활은 소박하지만 실제로는 어느 민족보다 풍요롭고 어떤 나라보다 부유하고 강하고 영광스러운 러시아에 대해 새로이 눈뜬다. 그 시대의 두드러진 특징이 바로 자기 나라 러시아에 대한 자부심과 러시아의 방식이 무엇이던가를 찾던 일이었다고 한다.

바투리노에 살던 할머니가 죽자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은 그의 가족들은 할머니의 영지로 이사를 오고, '아르세니예프'는 예민한 감수성만이 그대로인 채 아이에서 소년으로 변해갈 즈음, '게오르기' 형의 체포 소식이 날아든다.

형은 민중 속으로 운동, 지하활동을 하던 사회주의자였고, 1년 후 풀려나, 경찰의 감시하에 3년간 집에서만 지내게 된다.

시인 또는 작가가 되려고 김나지움을 그만둔, '아르세니예프'에게도 모든 사람에게 경이로운 시기인 청년 시절이 시작되고, 집안의 남자들 중 가장 건실한, '니콜라이' 형이 결혼을 한다.

촌누나의 결혼으로 맺게 된 독일인의 집에서 알게 된 '안헨'이라는 여인, 가난한 먼 친척이며 병약한 '리자' 그리고 '니콜라이' 형의 집에서 일하는 유부녀 하녀 '톤카'.. 그녀들과의 어설픈 인연과 결별은 '아르세니예프'에게 통렬하고 쓰라린 기쁨을 맛보게 한다.

아버지는 그가 가진 마지막 귀중품이던 총을 '아르세니예프'에게 주고, 사냥을 떠났던 '아르세니예프'는 취업을 하고자 오욜로 떠난다. 청년이 된 그의 감수성은 필연적으로 그를 방랑길에 나서게 한다.

그 후 일생이 지나갔다 하면서 그 시절을 회상하는 장까지가 4권이라지만, 4장인 셈인, 이야기이고, 5장은 장성한 그가, '리카'라는 여인과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하면서, 글 쓰는 일에 대한 고충도 드러나는 장章이다.

조국 러시아의 어두운 역사와 몰락하는 귀족의 삶에 대한 묘사와 더불어

고향의 풍경과 삶을 아름답게 추억하고 시적으로 묘사한 글을 읽어내려가면 아득하게 그리운 유년시절에 대한 향수가 밀려온다.

'아르세니예프'에게는 사랑도 자연의 일부로 묘사되는 듯하다.

게 우수와 절망에 빠지는 청년 '아르세니예프'는 '리카'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아버지는 그가 평범한 밥벌이에 대한 생각이 없음에 그들의 결혼을 반대하고, 말다툼과 질투로 점철된 그들의 사랑은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지만, 꿈과 현실의 완전한 부조화와 완전하고 온전한 사랑은 절대 실현될 수 없다는 진리만 깨닫게 된다.

'리카'는 '아르세니예프' 더러 왜 계속 '자연만 묘사하느냐' 묻고

아르세니예프는 '사람과 자연은 결코 분리되어서 살수 없다'고 하고

그는 그녀에게 공감을 바라지만, 그 기대는 다툼으로 끝나고

사랑과 창작의 고통으로 방랑하는 그는, 무도회에서의 멋진 그녀를 질투한다.

마침내 '게오르기' 형이 살고 있는 소러시아 (우크라이나)로 함께 떠난 이 연인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기도 하는데,

집과 아이를 원치 않는 '아르세니예프'는 그녀더러 '오직 날 위해서, 날 보며 살아라, 다만 내게서 자유와 고집은 빼앗아 가지 말라, 그러면 난 널 사랑하고 이로 인해 더욱더 널 사랑할거라'고 주입을 한다.

극히 예술적이고 시적인 '아르세니예프'의 방랑은 다른 여자들에 대한 찬미와 탐미가 되어, 문득 떠나고 문득 되돌아옴을 반복한다. '리카'는 이를 질투한다. 어느 날 쪽지 한 장 남기고 사라져버린 그녀는 돌이킬 수 없는 이별을 준비한다.

그의 나이 20세이다.

산문의 형식을 빌려 쓴 소설의 형태는 호불호가 갈릴 터, 서사 위주의 작품을 즐기는 이들은 선호할 수가 없는 장르일 것이다. 한편의 시집을 읽고 있는 느낌도 든다.

 

우리는 정말로 감각적이고 열렬히 삶에 도취되기를 갈망한다. 말하자면 단순히 삶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진실로 삶에 도취되고자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술에 취하거나 발작적인 음주벽에 빠지고 싶어 하고, 일상과 계획에 따른 노동을 정말로 따분해한다! 내가 살던 시대에 러시아인들은 이상하리만치 넉넉하고 적극적인 삶을 살았다. 러시아에는 건강하고 굳센 노동자들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젖이 흐르는 강, 억압 없는 자유, 축제에 대한 오래된 꿈이 러시아혁명의 가장 주요한 이유들 중 하나였을까? 대체로 러시아의 이단아, 폭도, 혁명가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들은 항상 현실을 경멸하면서 어리석을 정도로 현실과 단절되어 있고, 이성적인 판단이나 여러 상황을 고려하지 않았으며, 시급하지 않고 눈에 띄지 않는 평범한 활동은 전혀 하려 들지 않았다. 126

봄 나무의 개화는 경이롭다! 봄이 화목하고 행복하다면 그 개화는 얼마나 경이로운가! 그때 나무의 내부에서 보이지 않는 뭔가가 지칠 줄 모르게 진행되다가 정말로 기적처럼 눈에 보이게 된다. 어느 날 아침, 나무를 힐끗 쳐다보다가 밤새 나무를 온통 뒤덮은 꽃봉오리들을 보고 깜짝 놀라게 된다. 며칠 더 지나면 꽃봉오리들이 갑자기 터져버린다. 그러면 나뭇가지의 까만 무늬는 갑자기 헤아릴 수없이 많은 연녹색 반점으로 뒤덮인다. 첫 구름이 다가오고, 첫 천둥이 치고, 따스한 첫 폭우가 내리면 다시 한번 기적이 일어난다. 나무는 어제의 벌거벗은 모습에 비해 아주 짙고 화려해지며, 크고 빛나는 초록빛을 아주 짙고 넓게 펼쳐서 아름답고 힘차고 단단한 어린잎을 보여눈다 이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 당시 내게도 그와 비슷한 뭔가가 일어났다. 매혹적인 날들이 시작된 것이다. 139-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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