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리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05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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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러시아 출신의 미국 작가다. 러시아 귀족 집안 출신의 이 작가는 언어 재능이 뛰어났다고 하는데, 그는 자신의 개인적 비극이 타고난 모국어인 러시아어를 포기하고 미국의 언어로 갈아타야 했다는 사실이라고 작가의 말에 밝혀둔다.

20세기가 낳은 러시아 문학의 거장이자, 대표적 작가로서 인정받았지만, 러시아 혁명 이후 유럽으로 망명했다가 미국으로 이주한 그는

대중적인 질타와 사랑을 동시에 받은 영원한 망명객이었다.

나비 연구로 하버드대학교 곤충학 특별연구원도 지냈고, 코넬대학에서 유럽, 러시아 문학 교수도 역임했다 하는데, 이 책 [롤리타]는 그에게 작가로서의 명성과 부를 안겨주었다한다.

국에서 출판을 거절당하자, 1955년 프랑스에서 먼저 출간했고, 곧이어 발매금지를 당했지만, 3년 만에 미국에서 다시 출간해 10만 부 이상이 팔려나간, 엄청난 베스트셀러이자, 2차 대 전후 가장 중요한 영어소설 중 하나가 된다.

포르노그래피라고 하는 세간의 막연한 평가와 20세기 가장 선정적인 소설이라지만, 그런 음탕한 색채를 찾고자 이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재미없고 지루함뿐일 것이다.

언어의 천재답게 이 책의 묘사 압권은 바로 말장난 같은 언어의 유희이다. 미치광이의 헛소리 같은 묘사는 리듬감 있는 언어 자체이다.

어원서로 읽으면 더 잘 드러난다 하는데, 내 평생 그럴 일은 없을 테고,,, 암튼 번역된 책에서도 몇몇 구절에서 드러나는 문장이 매우 인상적이다. 특히 혀끝을 입천장으로 세 걸음째 앞니를 건드리며 내는 소리, 롤-리-타를 따라 해 본다.

책의 이 서두 부분을 다섯 번 읽으면서 시작했다.

나는 이 책을 왜 읽겠다 했을까.. 선정적이라는 것은 오해일 뿐이고, 문장이 좋다는, 예술이라는 리뷰를 남긴 어느 이웃님 블로그를 보고 사놓고는

읽을 시기를 또 핑계로 미루어 왔다. 독자들의 마음이 이런 줄 예상했던 작가는 중간중간 독자들 을 의식하고 호소한다.

우 불편한 소재가 맞다.

이런 세계의 사람, 이런 취향을 알고 싶지도 않고

이는 분명 범죄이다.

소아성애자, '험버트'는 정신병자이다.

그러나 독자들이 불편해하는 것은 그가 주제를 다루는 방식이 아니라 그 주제 자체 임도 알고 있기에 소설 속에서, 후기에서, 여러 번 합리화시키고 변명을 한다.

쾌하다는 생각, 이 책을 처음 읽어내려갈 때 든 생각이다. 님펫이라고 하는 표현부터 그에 대한 묘사 부분 모두 불편했지만,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 모호한 묘사에 분통을 터뜨리지 않고 읽으려 애썼다.

작가는 불쾌하다는 말이 독특하다는 말과 동의어인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면서 위대한 예술 작품은 모두 독창적이고 그러한 본질로 인해 충격적인 놀라움을 동반하기 마련이라고..

이 언급이 내가 이 책을 읽어나갈 이유가 되었다.

이 책은 '롤리타'를 사랑했던, 아니 그녀를 향한 범죄행위에 대해 감옥에서 홀로 지내는 '험버트'가, 변호사와 독자들을 위해 정리한 글이다. 일종의 회고록 형식이다.

원고를 받은 작가는 '험버트'가 정상이 아니고, 점잖은 사람도 아닌 것을 알지만, 마법의 바이올린을 연주하듯이 롤리타를 향한 애정과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서정에 그를 혐오하면서 정신없이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한낱 정신병자의 진술이지만, 윤리적인 충격도 잠시였다.

'험버트'는 1910년 파리 출생으로 3세 때 어머니를 사고로 잃는다. 아버지는 화려한 호텔의 주인으로 수많은 여자친구를 거느리고 있다. 어릴 때 이모 친구 부부의 딸 '애너벨'과 자주 어울려 놀다가 사춘기 무렵부터 절망적인 격정에 사로잡힌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 그런 강렬한 열정의 고비마다 뜻하지 않게 그녀의 부모로부터 방해를 받게 된다. 그들의 밀회는 매번, 실패로 끝나버린다.

그녀는 장티푸스에 걸려 죽고, 그때부터 '험버트'의 인생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고, '롤리타'의 원천은 '애너벨'이 었다고 고백한다.

'애너벨'의 죽음이 안겨준 충격, 악몽 같은 여름날의 좌절감이 그대로 굳어 버려서, 연애를 가로막는 영구적인 장애물로 작용하였다고, 그래서 '험버트'는 청춘을 쓸쓸히 보내왔노라고..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후 그녀가 또 다른 소녀로 다시 내게로 왔다고..

그는 정신 병리학 학위를 받고, 영문학을 공부하고 남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하면서 프랑스 문학 입문서를 편찬하기도 한다.

그는 친구들 따라 고아원, 소년원을 방문하기도 하는데 그곳에서 꿈에 드리던 그녀 '애너벨'을 떠올리게 하는 속눈썹이 뒤엉킨 창백한 사춘기 소녀들을 만나면 설레인다.

가 말하는 님펫은 9세에서 14세 사이의 소녀들이다. 님프의 모습에 마성을 가진 님펫들은 미모가 기준이 되지도 않고, 나그네의 참된 본성을 드러내는 아이들이 있다고 한다. 야릇한 기품과 종잡을 수 없는, 변화 무쌍하고 영혼을 파괴할 만큼 사악한 매력을 갖는 치명적인 작은 악마들,,,

그런 님펫을 알아보려면 예술가인 동시에 광인이어야 한다고 ..

그는 실제로 오랜 우울증으로 병원을 드나들고, 신경증 증세로 요양원 신세도 진다. 그런데 의사들을 골탕 먹이려고 진실로 상담하지 않고 거짓으로 말하면서 의사를 살피고 평가하기도 한다. 처방받은 수면제는 잔뜩 모아둔다.

그의 번민의 본질은

온갖 금기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어린 여자아이에게 넋을 빼앗기는 현상이 큰 잘못은 아니라고, 영국의 미성년자 보호법도 들먹이고,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매춘부도 10세부터 창녀였고,동인도 몇몇 주에서는 사춘기 이전에 결혼하거나 동거를 한다고 하며ᆢ

히말라야 산기슭의 소수민족은 8세의 소녀와도 동침할 수 있고 '단테'의 '베아트리체'도 8세였을 때 만났다고

이탈리아 시인 '페트라르카'의 뮤즈 '라우린'도 12세였노라고..

데 8세의 '베아트리체'를 영원히 잊지 못한 '단테'의 그때 나이는 9세였다구요~

어디다 들이대시나~~!

어쨌거나 소심하고 병약한 '험버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하고 연약하고 평범한 아이들을 존중하며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다.

용모도 훌륭하고, 세련되고 약간의 유산도 받게 된 그는 안정적인 결혼 생활도 꿈꾸면서 '발레리아'라는 여성과 결혼하여 4년을 보냈지만

국에서 향수 사업을 하던 이모부가 유산을 그에게 상속하면서 관리를 조건으로 내밀어, 미국으로 가기로 하는데

그녀는 다른 남자가 생겼다면서 함께 떠날 수 없다고 한다.

이혼 수속 후 뉴욕에 도착해 향수 광고의 기획과 편집, 그리고 프랑스 비교 문학사도 정리하게 되는데

그의 님펫들에 대한 연모는 고통스러운 욕망과 불면으로 이어지고 결국엔 신경쇠약으로 1년 넘게 요양원 생활을 하게 된다.

지인들을 따라 북극 탐사대로 떠났었지만, 문명사회로 돌아온 이후 우울증, 중압감을 못 이겨 정신 착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하직원의 권유로 정원이 좋은 어느 하숙집으로 이사하려고 하는데 그 집이 불타버렸다 하여, 다시 30대 중반의 '헤이즈'라는 여인의 지저분하고 낡은 집을 소개받는다.

맘에 들지 않지만, 정원 구경을 하던 중, 옛날의 그녀와 똑 닮은, 섬광처럼 떠오른 그 마지막 날 바닷가 공국의 '애너벨'과의 영상에 전율한다.

-중간 생략-

에서도 언급했듯이 음란서적으로 오인해 관능적인 장면이 펼쳐지길 기대한다면 단조롭고 따분해서 죽을 지경의 책이 될 것이다.

처음 미국 출판사들은 이 주제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하는데,

미국 출판사의 금기사항 세 가지 중 하나가 이것이라 한다.

나머지 두 개도 올려본다.

하나는 흑인, 백인이 결혼하여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수많은 자녀와 손주들을 슬하에 거느리는 이야기.

둘째는 철두 철미한 무신론자가 행복하고 값진 삶을 살다가 장수하여 평온하게 숨을 거두는 이야기라고 한다.

가는 [롤리타]가 가르침을 주기 위한 책은 아니다.

자신에게 있어 소설이란 심미적 희열을, 예술(호기심, 감수성, 인정미, 황홀감 등)을 기준으로 삼는 특별한 심리상태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에만 존재 의미가 있다고 한다.

[롤리타]가 늙은 유럽이 젊은 미국을 농락하는 이야기이다.

또는 반대로 젊은 미국이 늙은 유럽을 농락하는 이야기라고도 하고

혹은 반미 소설이라는 비난도 있었다고 하는데

그때 당시 베스트셀러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독자들이 이 책들을 들고 다녔지만

정작 끝까지 읽은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고도 한다.

 

천진함과 기만, 매력과 천박함, 어둡고 시무룩한 표정과 밝고 명랑한 표정을 모두 갖춘 롤리타는 한번 심술을 부리기 시작하면 정말 울화통이 터질 만큼 밉살스러운 계집애였다. 때로는 따분해하고, 때로는 격렬하게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때로는 시무룩하고 흐리멍덩한 표정으로 널브러지고, 때로는 그냥 건들거리기도 하는데--자기 딴에는 건달처럼 거칠게 행동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저 바보 흉내에 불과했다.--변덕이 하도 죽 끓듯 해서 도저히 감당할 길이 없었다. 정신적인 면에서는 역겨울 정도로 평범한 계집애였다.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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