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 세계문학의 천재들 1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위스 사람 '파스칼 메르시어', 독일의 대학에서 언어철학을 강의 했고, 독일어로 씌어진 이 책은 2004년 출간 이후 세계적으로 200만 부가 넘게 팔린 베스트 셀러이다.

'라이문트 그레고리우스'라는 57세의 시력이 매우 나쁜 라틴어 교사

출근길, 폭풍우 속 난간에 기대어 위험하게 서 있던 포르투갈어를 쓰던 수수께끼 같은 여자로 인해, 그의 삶이 바뀐다.

그녀에게 도움을 주고자 다가갔고, 그의 책들이 빗속에 흩어졌고, 그녀는 그의 이마에 전화번호를 적겠다고 한다.

그리고 그의 학교로 그녀를 데리고 온다. 물기를 닦아주고, 그녀를 앉히고 수업을 하던 그..

그리고 그녀는 강의실을 나가버린다.

치의 어긋남도 없고, 실수라는 것이 없던, 그 학교에서 가장 믿을 만한, 실력 있는 교사

에스파냐어를 전공했던 아내 '플로랜스'와 이혼을 했지만, 그녀의 권유대로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에서 고전어를 가르치는 그는 심각한 근시의 책벌레.

외부 세계를 향해 빗장을 지른 채 생각에 잠겨 홀로 있기를 좋아했던 그를 학생들은 '문투스'라고 부른다.

말없이 떠나간 포르투갈 여인을 따라 강의실을 나갔다가 어느 서점에서 포르투갈어로 된 책을 집어 든다.

그 언어를 전혀 모르지만, 서점 주인의 번역을 도움받아 몇 장 넘기다가 그 작가의 사진에 꽂힌다.

1975년 출간된, 「언어의 연금술사」라는 이 책의 저자인 포르투갈의 의사이자 시인이며 귀족이었던 .. '아마데우 드 프라우'

사진 속 그의 표정과 멜랑꼴리한 눈빛, 그리고 몇 문장에 사로잡힌다.

는 수업 도중에 아무런 설명 없이 교탁에 책을 그대로 둔 채 나와버렸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도망치려는 듯이, 그 책과 사전을 들고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향한다. '아마데우'를 만나기 위해

그의 제자였던 '플로렌스'와는 5년의 결혼생활 후 이혼했다.

박물관의 경비원이었던 가난한 그의 아버지는 행복하지 않았고, 죽기 전에 바다를 보고 싶다는 어머니를 위해 수업 중 뛰쳐나와 광장의 판매대 돈 상자에서 지폐 뭉치를 꺼내왔지만 다시 돌려놓았던 일이 그의 유일했던 소년 시절의 일탈이었다.

고전어에 평생을 바치고 조용한 은둔 생활을 일삼던 그는 지루한 사람이었고, 심한 근시로 인해 그리스 의사에게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왔다. 그리고 그 의사와 친구가 된다.

업 중 학생들을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인생을 마지막 관점에서 생각하게 되었고, 어떤 포르투갈 의사가 마치 자신에게 쓴 것처럼 느껴지는 책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되어 긴 기차여행 끝 찾아온 도시 리스본..

포르투갈어 사전과, 자신의 천부적인 언어적 재능을 살려 번역을 해가며 읽어나가는 '아마데우'의 책, 절망하거나 흥분한다는 울림을 주지 않으면서 사유의 결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글에 점점 빠져든다.

부러진 안경 때문에, 기차에서 만난 도자기 사업가의 추천으로 안과 의사를 찾고, 그 책의 저자를 묻다가 책방을 찾고, 책방 주인의 추천으로 아주 오래된 노인 사서를 찾아가고 그리고 '아마데우'의 병원이 있던 집까지 찾게 된다.

네이션 혁명으로 유명한, 포르투갈의 독재 종식이 끝난 1974년 봄.

이미 1973년에 '아마데우'는 사망했다. 1975년 그의 여동생 '아드리아나'가 이 책을 출판한다.

그의 집에서 그를 신처럼 받들었던, 그를 도와 간호 사일을 하던, 그가 죽은 이후 31년간 혼자서 살고 있는, 아직 그와 이별하지 못한 여동생 '아드리아나'를 만나고, 함께 저항운동을 했다던 노인과, 그의 유일한 벗 '조르지'와 16세 연하의 막내 여동생과, 그의 연인을 차차 만나면서 그들이 간직한 '아마데우'의 기억을 만나고, 부치지 못한 편지와 글을 만나고, 그가 다녔던 중등학교와 대학을 가보면서 낯선 '아마데우'를, 퍼즐처럼, 마치 그의 삶 속에 들어간 듯이 만나게 된다. 그리고 현기증이 찾아온다. 만만찮은 예감과 함께..

'아마데우', 유명한 판사의 아들이었고, 아버지의 강압적인 소원대로 의사가 되었지만

그는 사제가 되고 싶어 했다.

그의 아버지는 치료할 수 없이 굽은 등, 척추 경직증을 앓고 있었다. 육체적 고통도 고통이지만, 자세로 인해, 법정에서의 판결을 내리는 그 숭고한 때조차도 굴욕스러워 보였다.

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아마데우의 빛남은 교사들조차도 어렵게 했는데

그가 좋아했고, 그를 제대로 이해했던 신부는 '아마데우'를 이렇게 기억한다. 스스로에게 엄격했던 사람, 난폭한 폭도이자, 끊임없이 움직이는 지성의 소유자, 타고난 웅변가, 과격함과 고결함, 집요함과 세상을 경멸하는 서늘한 대담함, 광신적인 열정.. 돈과 재능 멋진 외모와 매력이라는 운명의 특혜를 받은 사람들의 질투와 시기를 끌어당기는 자석 같은 힘을 가진 사람.. 그가 할 수 없었던 것은 놀고 즐기고 절제 없이 행동하는 것..

- 중간 생략-

 

스본행 야간열차, 제목이 주는 정서로는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던, 하여 폭풍우 속에 서있던 그녀와의 연결지점을 계속 좇고 있었다.

-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데 아주 작은 부분만을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진 어떻게 되는 걸까?

우리가 경험한 아주 작은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는 아주 의미가 크다고 작가와의 대담에서 말한다. 왜냐면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 번 규정한 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삶을 관통할 수도 없고, 그만큼 실망할 일도 드물겠지만, 간혹 그들의 인생에서 극적인 형태로 돌출된다고, 그때 도망치거나 파멸하거나 하는 생의 위기를 겪게 된다고..

면서 소중했고, 그래서 성실히 지켜왔던 것들을 던져버릴 수 있는 용기, 하여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보고 싶은 소망.. 그래서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낯선 삶의 동경이요, 낯선 사람에 대한 동경이 되는,, 지루하고 따분한 남자 '그레고리우스'의 이런 일탈은 그의 나이 57세에 비로소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그 믿음직하고 성실한 삶은 다른 사람들이 재단하는 도덕적인 의무감은 아니었는지..

그래서 작가는 판타지도 중요하다고 한다. 판타지를 통한 일탈, 상상력이 풍부하고 용감한 대화의 상대가 되어 주는 것.

'아마데우'가 동생한테 했던 말, 감정교육이 중요하다고, 느낌을 드러내는 기술, 말을 통해 느낌을 풍요롭게 하는 경험을 가르쳐야 한다고.

그리고 멜랑꼴리, 시간을 초월한 개념이며 인간이 알고 있는 것들 가운데 가장 귀중한 그 무엇이라고.. 깨지기 쉬운 인간의 모든 연약함이 거기에 들어 있노라고, 병적인 우울증과는 다르다는 멜랑꼴리의 개념.. '그레고리우스'의 눈에 비친 사진 속 '아마데우'의 오묘한 눈빛의 정체가 바로 멜랑꼴리였던 것..

과 6펜스의 '고갱'처럼 처자식을 내팽개치고 타이티로 갈 수도

'그레고리우스'처럼 고결한 영혼을 간직했던 한 남자를 찾으러,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무작정 오를 수도 없는 현실 속의 우리는

그냥 판타지와 상상력의 풍부함과 멜랑꼴리를, 독서와 여행을 통해서, 잠시의 도피를 즐기다가, 이제는 타인의 잣대보다 자기것이 되어버린, 체화된 도덕적 의무감으로 살아가야 하는 건 아닌지. 그래도.. 윤리 ㅎㅎ

국 우리에게 던져진 질문, 경험하지 못한 나머지는

"당신의 판타지를 놓아두는 공간이다."라고 대답해주는 작가 ..

나의 판타지를 위한 공간은 무얼로 채워가야 하는지, 그 답을 계속 내려본다.

각자의 눈높이만큼, 각자가 채워갈 경험하지 못한, 경험할 수 없는 나머지..

그리고 가장 멋진 말,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 그 무엇..

'그레고리우스'라는 남자는 사람들이 무언가에 몰리면 고집스럽게 바깥에 머물러 있는 부류이다. 베스트셀러라는 책들을 몇 년이 지난 후에야 읽는 부류, 그런 점에서 그와 비슷한 나도, 그처럼 지루한 사람이 될까 봐 두렵기도 하고,

산다고 상상하는 그 무엇, 경험하지 못한 여백에 놓아둔 판타지와 멜랑꼴리를 위해 책을 읽고 여행을 하면서 채워가는 것의 소중함과 당위성을 어쩌면 변명거리를 일깨워 준..

 

 

- 너무 일찍 찾아온 인생의 비참함, 쫓기는 눈빛, 심각한 질병의 징후들. 그러나 다른 무엇보다도 변한 얼굴이 증명하는, 잡을 수없이 흘러가는 시간과 살아 있는 모든 것을 황폐하게 만드는 잔인함이 그를 움찔하게 만들었다. 45



-사람들이 타인을 보는 방식은 집이나 나무, 별을 볼 때와 사뭇 다르다. 이들을 특정한 형식으로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자기 내부의 한 부분으로 만들려는 기대를 가지고 보는 것이다. 각 사람의 상상력은 다른 사람들을 자신의 소원과 기대에 맞게, 하지만 또한 그들로부터 자신의 불안과 선입견이 옳다는 확인을 받을 수 있도록 이들을 각자의 구미에 맞추어 가지런하게 정리한다. 우리는 편견 없이 확실하게 다른 사람들의 외적인 윤곽에조차 다다르지 못한다. 우리의 시선은 다른 사람들에게로 향하는 도중에 이미 딴 곳으로 돌아가고, 우리를 우리라는 사람으로 만드는 특별하고 특이한 온갖 소원과 환상으로 흐려진다. 내면세계의 외부 세계조차도 우리 내면세계의 한 부분이다. 다른 사람들의 내면세계에 대한 생각, 다른 사람들이라기보다 우리와 더 맣은 관계가 있는 불확실하고 유동적인 생각은 말할 것도 없다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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