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탈리아의 기호학자이자, 철학자, 역사학자, 미학자였던 '움베르토 에코'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다. 발표 당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는데, 블로냐 대학 및 세계 명문 대학의 객원교수로 활동했다는 그를 가리켜 '레오나르도 다빈치' 이래 최고의 르네상스적 인물이라 한다.
미스터리 소설이고, 역사소설이고, 종교 소설이기도 한 이 책은 1327년 말, 이탈리아의 수도원을 배경으로 한다.
부패한 황제와 부패한 교황이 대립하고 유럽의 종교적 국경이 희미한 시절, 교황과 대립하는 프란체스코 수도회를 황제가 지지하고
베네딕트 수련사인 어린 '아드소'가 프란체스코 수도회 '윌리엄' 수도사의 필사 서기 겸 시자가 되어 따라나서는데, '아드소'가 사부로 모시는 이 '윌리엄' 은 준수한 외모, 큰 키에 호리호리하고 명민한 통찰력을 지닌 박식한 사람으로 한때 종교재판의 조사관으로 참여하기도 했던 사람이다.
황제의 밀명을 받은 '윌리엄' 수도사는 시자 '아드소'와 함께 이탈리아의 어느 수도원으로 향한다.
둘이 처음으로 보게 된 이 수도원의 건물은 아름답기 그지없지만, 범접하기 어렵게 하는 위용 앞에 두려움과 거북살스러움을 갖게 한다.
도착하자마자 도망친 말을 찾는 지혜를 보인 '윌리엄'은 원장으로부터 수도원의 변고를 듣게 된다. 그 변고는 양 떼가 목자를 불신하고, 목자의 허물이 관련된 사건이라 한다.
젊고 유능한 채식 장인 '아델모'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데, 눈보라가 휘몰아치던 한밤중 벼랑에서 떨어진 주검을 보면서 자연을 해석하는 통찰을 지닌 '윌리엄'은 자살을 가정해 본다.
이곳 수도원은 재물이 많고, 수도사가 60여 명 불목하니들이 150명 정도인 규모로 특히나 본관 건물이 유난히 거대한데 본관의 1층은 주방과 식당, 2,3층은 문서 사자실과 장서관으로 이루어졌다.
이 본관 건물은 저녁 식사 후 본관이 잠기고, 특히나 맨 위층의 장서관은 출입이 제한되는 곳이다.
이 수도원의 장서관은 세상의 모든 지식의 창고이자 금단의 지식이 소장된, 신성불가침의 장소로 정신의 미궁, 지상의 미궁이다. 수도원장은 이 사건을 누군가의 고해성사를 통해 진실을 알고있지만, 고해성사의 비밀 엄수를 위해 '윌리엄'에게 사건의 전말을 알아봐달라고 하면서도 이곳 장서관의 출입만은 허락할 수 없다고 한다. 장서관은 사서인 '말라키아'의 출입만 허용되고, 대부분의 수도사들은 문서 사자실에서 책을 필사하고, 목록만 볼 수 있다.
'윌리엄'은 지어질 당시부터 외부로 드러나지 않게 설계된 이 장서관의 비밀이 사건의 열쇠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아드소'는 교회 정문에 조각된 잡종 괴물 무리들을 바라보다가 환상에 빠지고, 그 환상에 등장한 형체는 '아드소'로 하여금 지금 본 것을 기록하여라 한다.
그리고 짐승처럼 생긴 '살바토레'를 만난다.
또한 전설적인 인물 '우르베티노', 그는 교황청 무리들로부터 암살 시도의 위협을 느껴 이곳 수도원에 숨어지내는 자로 '윌리엄'과 재회를 한다.
'우르베티노'는 백절불굴의 사나이로 고매한 인격의 소유자이다. 그들을 비롯한 프란체스코 수도회는 부패한 성직자에 대한 반작용으로 청빈을 강조하고 청빈에 대한 사랑을 가르치는 무리가 된다.
사건의 전말을 알기 위해 장서관에의 출입과 비밀에 온갖 집중을 하는 '윌리엄'은 여러 수도사들을 만나며 질문을 던진다.
가장 나이 많은 수도사 '알리나르도', 40년간 맹인이었다는 '호르헤', 유리 세공사 '니콜라', 식료계수도사 '레미지오', 번역사 '베난티오', 보조사서 '베링가리오', 사서 '말라키'아 등등을 만나고 다니지만 모두 말을 조심하는 분위기이다.
결국 장서관의 비밀 출입문을 알게 되어 들어간 두 사람은 거울의 요술과 연기의 독으로 인해 놀래고, 환상을 헤매게 되는데 이 구조물은 환상을 일으키는 환기구의 교묘한 배치를 통해 배열의 극치가 연출하는 혼란의 극치를 보인다.
그들이 그렇게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동안 연달아서 수도사들이 죽게 된다. 그리스 학자인 번역사 '베난티오'의 시체가 돼지 피 항아리에 거꾸로 처박힌 채로 발견되고, 보조 사서 '베링가리오'의 시체가 욕장의 욕조 안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본초 학자 '세베리노'가 둔기(천구의)에 맞아 시체로 발견되고 사서 '말라키아' 역시 죽는다.
'아델모는' 주방에서 한 여인과의 세속적인 사랑을 나누고, 고해를 하고, 그리움에 상사병을 앓게 되고 시달린다.
젊고 아름다운 수도사 '아델모'와 '베링가리오', '말라키아'의 이상한 관계가 드러나고, 가난한 마을 처녀들이 먹을 것을 구하러 수도원에 공급되고
약간의 보상을 받아왔고..
이들이 수도원에 머무는 7일간의 이야기가 시간대 별로 서술된다.
늙은 수도사 '호르헤'의 궤변과 수도사들끼리 주고받는 말, 프란체스코회 사절단과 교황청의 사절단의 대립과 대화 속 흑백논리와 맹목적인 진리에의 주장이 유치하기 그지없으나, 과학을 믿지 못하는 중세의 사고 수준을 감안하면 매우 흥미롭다.
범인은 예측이 가능하나, 또 뜻밖인 사람인데,
그 시대 종교는 과학과 철학과 웃음과 사람들의 행복을 두려워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리스도가 청빈했느냐?
그리스도는 웃지 않았느냐?에 대한 이야기들이 어이없이 이어진다.
특히나 '아리스토 텔레스'가 '시학'에서 강조한 희극과 웃음에 대한 언급.
한 수도사는 그 웃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웃음이란 육체를 뒤흔들고 얼굴의 형상을 일그러뜨리게 함으로써 인간을 잔나비로 격하시키는 것일 뿐, 그리스도께서도 웃지 않았다.
웃음이 범부를 악마의 두려움에서 해방시킨다. 웃는 순간 범부에게는 죽음 같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음이 두려웠던 종교의 논리, 종교는 고결한 사상을 통해 인간을 타락한 쾌락과 천박한 유혹으로부터 구제하려 하였으나 웃음은 불완전하고 허약한 인간의 연기(희극)를 통해 감정의 순화를 낳았다'고..
종교적, 정치적 부침이 심했던 이탈리아 땅의 수도원, 그곳은 장서관의 사서 출신이 수도원장이 되고, 이탈리아 출신의 수도사가 사서가 되어야 했으나, 언제부턴가 납득이 가지 않는 이국의 수도사들이 사서가 되고, 학식은커녕, 글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젊은 사서가 수도원장이 되어 왔는데,
그런 핫바지들을 앉혀놓고 실질적인 주인 노릇을 했던 의외의 인물은 결국 비밀의 서책에 독극물을 묻혀놓고 접근하는 호기심 많은 수도사들이 죽어 나가고, '윌리엄'에게 들킨 저 자신도 그 서책의 페이지를 뜯어서 먹으며 죽음으로 향하고
결국 장서관은 불타고, 수도원 전체도 불타서 없어진다. 장서관은 서책을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지만, 서책을 묻어버렸고, 부정한 죄악의 수채구멍이 되었다.
장서관의 미지의 장소 '아프리카의 끝', 그 밀실에 있던 서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었고..
그가 염려했던 가짜 그리스도의 출현, 결국 가짜 그리스도는 유대 족속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방 족속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지나친 믿음, 진리에 대한 지나친 사랑과 집착에서 나올 수 있다는 경고이다.
먼 훗날 이 일을 회상하며 기록으로 남긴 '아드소'는
"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덧없는 이름뿐"이라며 맺는다.
단어도 어렵고, 그 많은 종교적인 철학과 인물들에 관한 지식이란 고작 일부의 교과서적일 뿐이라, 그리고 열린 책들의 행간 간격은 늘 당황스럽기에, 긴 호흡이 필요했던 책은 맞다. 20세기 최대의 지적 추리소설이라 하는데, 이과적인 사고와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남성들에게는 접근이 더 쉬울 것 같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하는데, 수도원 배치나, 몇 수도사들의 얼굴묘사가 책으로는 부족하여, 영화로도 보아야 겠다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