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밀란 쿤데라'의 소설은 늘 만만치 않다. 그의 광활한 지성과 사색과 은유는 읽는 내내 나를 시험하지만, 옴짝 달싹 못하게 빠져드는 매력이 있다. 쿤데라의 나이 85세 때 쓴 작품이라 하니 90세 그의 나이를 가늠해 본다면 마지막 작품이 될는지도 모르겠지만..전작들에 비하면 힘이 많이 빠진듯도하고, 여전히 그 답기도 한듯하고..

6월의 어느 날 파리의 거리를 걷던 '알랭'은, 아가씨들의 짧은 셔츠와 골반바지 사이로 드러낸 배꼽을 바라보며 완전히 홀려 버린다. 아가씨들이 이성을 유혹하는 힘이 허벅지와 가슴과 엉덩이에 있었다고 여겼던 그는 몸 한가운데 둥글고 작은 이 구멍에 총 집중되어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된다.

'라몽은 뤽상부르 공원 옆에 있는 '샤갈'의 그림 전시를 향하다가 길게 늘어진 줄을 보고는 이내 포기하고 산책을 한다.

3주 후 생일을 맞이하는 '다르델로'는, 주치의 진료실로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이다. 자신의 나이와 노쇠함에 대한 불안 속에서 암의 징후가 느껴져 겁먹었지만, 기우일뿐이었음을 의사의 미소를 통해 알게 된다.

그리고 룩상부르 공원에서 '라몽'을 만난다.

잘생기고 매력적인 얼굴을 가진 '다르델로'를 '라몽'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데, 둘은 한때 직장동료이기도 했었다. '다르델로'는 이틀 전에 남편과 사별한 '프랑크 부인'에 대해서 '라몽'에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가 고통스러운 남편의 임종을 함께 겪어 냈다"고..

슬픈 소식을 전하는 그의 표정은 들뜬 나머지 기쁨에 차있었다.

리고 자신의 생일에 칵테일파티를 도와줄 사람을 연결해 달라는 부탁을 한다.

'라몽'이 무심코 "즐겁게 사시는 것 같다"고 말하자, '다르델로'는 자신이 의사를 보고 오는 길인데 암인 것 같다는 거짓말을 해버린다.

그래서 자신의 탄생과 죽음을 동시에 기념하는 이중 축하 파티를 준비하련다고..'라몽'은 가슴이 뭉클해진다.

'다르델로'는 자신이 왜 거짓말을 했는지 모른다. 무슨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신의 거짓말이 의미 없음을 깨닫고 웃어버리지만, 상상의 암이 그를 즐겁게 하고, 길을 가며 계속 웃게 하고, 좋은 기분을 만끽하게 했다.

'라몽'은 자신의 친구 '샤를'에게 칵테일파티 이야기를 전한다. '샤를'은 전직 배우 출신의 '칼리방'과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

'샤를'이 '다르델로'가 어떤 사람이냐고 묻자 '라몽'은 머저리라고 말한다.

일례로, '카클리크'라는 대단한 바람둥이가 있는데, '다르델로'가 파티에서 미인들에 넋이 나가 관심을 끌려고 농담도 도덕적이고 낙관적이고 반듯하고 우아하게 표현하고, 지나친 기교를 부려서 알아듣기 힘들게 하지만, 그 우아함이 주의 집중을 끌기에 충분하지만, 정반대의, 아무도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카클리크'가 그 미인들을 가로챈 바 있다고..

-중간 생략-

 

'밀란 쿤데라'의 삶은, 그리고 책은, 정체성과 의미, 무의미. 농담, 그리고 공산주의.. 불멸.. 그의 사색들이 결국 글의 제목이 되고, 이데올로기가 더이상 의미없는 지금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묵직한 무언가를 던진다. 주인공들은 회사에서 퇴직하고 초로의 삶을 사는 남자들인데, 여전히 젊은 여인들과 데이트를 즐기기도 하지만, 이웃의 죽음과 자신들의 죽음은 별로 멀지 않은곳에 있다.

무의미하다는 것, 별로 가치도 없고 주목받지 못하고 정체불명한 것들의 가치, 그리고 그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 인듯.. 무의미 그자체를 즐겨보자는 .

 

 

- 웃음? 헤겔이 말한 좋은 기분이 마침내 저 위에서 그를 알아보고 자기 집에 맞아들이겠다고 결정한 것인가? 이는 그 웃음을 꽉 잡으라는, 가능한 한 오래 간직하라는 명이 아니었겠는가? 102



- "모두가 인간의 권리에 대해 떠들어대지. 얼마나 우습니! 너는 무슨 권리에 근거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야, 자기 의지로 삶을 끝내는 일까지도 그 인간의 권리를 수호하는 기사들은 허락해 주지 않아."132



- "여기 있으니까 좀 낫다." 라몽이 말했다. "물론 획일성은 어디에나 퍼져 있지만. 그래도 이 공원에서는 획일성이 좀 다양하게 있잖아. 그러니까 너는 네 객체성의 환상을 지킬 수 있는 거지."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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