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7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1962년에 발표한 이 작품은 그의 첫 작품이었으나, 이 작품이 소련 내에서 반체제적이고 반소적인 목적을 위해 쓰여지고, 서구에서 정치적 목적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하여, 거부당하고 외면당한 채, 국외에서 먼저 발표되었다.

그는 1974년 결국 체포되고 추방당하여, 오랜 망명생활을 하고 러시아의 정치 개방과 더불어 고국으로 돌아가 2008년 90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제로 '솔제니친'은 1945년 반소 행위를 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8년 동안 강제수용소 생활을 했었고, 이 경험으로 인해 그곳 생활의 상세하고 실감 나는 묘사를 하여, '스탈린'의 공포정치를 대표하는 강제노동 수용소의 실상에 대한 폭로로 여겨지기도 했다고.

'슈호프(이반 데니소비치)'는 반역죄로 8년째 수감 중이다. 그는 무슨 일이든 남보다 못하진 않는다고 자부하는 사람으로 그곳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져서 약간의 돈벌이도 해서, 담배도 조금 살수 있는 사람이다. 항상 기상과 동시에 일어나던 그가, 그날따라 몸이 으슬으슬하고 오한이 났다. 밖과 다름없는 추운 건물에서 최악의 컨디션으로 기상시간에 늑장을 부려보지만, 하필 그날이 모두 기피하는 새로운 작업 현장인 [사회주의 생활 단지]로의 배치계획이 잡힌 날이라, 한 데서 구덩이를 파고 말뚝을 박고, 가시철망을 두르는 일을 움막도 없고 모닥불도 피울 수 없는 최악의 작업환경에서 해야 하므로 최대한 눈치껏 빠져야 하지만 이 어마어마한 작업이 어느 반으로든 정해져야 하는 결정의 날이었던 것이다.

수들은 대부분 말도 안 되는 죄목으로 끌려와 있고, 혹독한 추위 속에서 고된 노동과, 죽지 않을 만큼의 식량을 배급받으며 부자인 죄수들은 소포가 계속 들어오고, 가난한 죄수들은 굶주리며, 또 어떤 죄수는 뇌물을 바치면서 자신의 안위를 추구하고, 다른 죄수들을 밀고하기도 하고, 일을 안 하려고 꾀부리며 살아가기도 하지만, 또 너무도 선하게 종교적인 신념으로 자신의 영혼에 집중하며 누구의 부탁도 거절하지 않고 그곳에서의 생활을 즐기기도 하면서 지내는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그들 사이에 계급이 형성되기도 한다.

죄수들의 사이의 서열은 먼저 들어왔거나, 부유하거나, 간부들을 잘 다루거나 하는 경우가 계급의 상위를 차지한다.

'슈호프'는 1941년도에 아내와 헤어지고, 영양실조와 이질을 앓고 이도 몇 개 잃었다. 그는 함량 미달의 빵 배급을 알면서도 불평도 하지 않고, 따지지도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다.

가 속한 104반의 반장 '추린'은 19년간 수용소 생활을 한, 절대적인 존재이다. 반장의 권한인 매일의 작업량 조정에서, 그리고 새로운 작업 현장으로의 배치에서 빠지는 일, 반별로의 성과급식 등에서 그의 능력은 빛을 발한다. 그는 부농의 아들이었다는 이유로 수용소로 보내졌는데, 그의 지혜와 작업조정원들을 구워삶는 수완으로 반원들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된다. 일단 그날 104반은 [사회주의 생활 단지]에서의 노동에서 면제된다.

'슈호프'는 반역죄로 수감되었는데, 부정하면 죽음을 각오해야 했기에 순순히 인정하게 되었다. 그의 죄는 1942년 2월 그가 속한 부대가 포위되어 비행기로 받던 식량배급이 중단되자, 몇 명씩 독일군의 포로로 잡히게 되었는데. 그도 네 명과 함께 도망쳐 나오다가 우군 부대에 발견이 되었지만, 포로였다가 되돌아왔다고 죄명을 씌웠다.

아주 짧게 한국전쟁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중국이 왜 거기에 참가했을까? 하는..

침에 꾸물댔다고 간부실 청소를 하게 되고, 컨디션 때문에 의무실도 가게 되고, 아침 배급도 받고, 빵도 좀 감춰두고, 담배도 얻어피우고, 작업 현장에서 줄칼도 숨겨 들어오고, 저녁 배급에서 부유한 죄수 '체자리'의 몫도 먹게 되면서, 신체검사와 점호에서 걸리지 않고 영창도 가지 않고 그럭저럭 하루의 작업량을 마쳤으며, 추위와 배고픔도 넘긴 하루가, 별 탈 없이 끝났고, 오히려 행운이 함께 했던 하루가 너무도 순조로워서 들뜬 마음이 되어 좀처럼 잠이 오지 않을까 걱정도 살짝 하면서 흡족하게 잠이 든다. 거의 행복한 날이었다고...

그의 하루하루는 그 시간과, 그 공간을 살아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런 일상이다.

운 좋은 하루를 마감하기까지의, 악착같이 살아남으려고 터득한 요령으로 버텨온 수많은 날들 중의 어느 하루..

슈호프가 8년을 살고도 2년을 더 산 이후 형기가 끝나게 되는데 그런 무수히 많은 날(삼천육백오십삼일)들 중의 어느 평범한 하루에 대한 이야기이다.

련의 강제수용소 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다소 무겁고 불편한 묘사일 거라고 조금은 꺼려 하기도 했었으나, 너무도 담담하고 자제된 문체로 인해 오히려 담백하고 유머러스 한 코드도 있다. 무슨 수용소 생활 수칙 내지는 수용소에서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문호들이 살아 숨 쉬던, 문학의 성지 러시아가, 독재와 혁명과 정치적인 소용돌이 속에서 침체되었지만, 이후 이 작가, 이 작품을 통해서 그들의 뿌리를, 역사를 되새겨주었다고 평가받았다고도 봐야 할 듯..

어떤 이는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계승하는 러시아 문학의 걸작이라고까지 극찬을 하더만은.., 앞으로의 탈 이데올로기 탈 냉전 시대에서의 러시아 작가들의 활약과 러시아 문학의 부활을 기대해본다.

저녁이 되어, 이때쯤 여기서 인원 점검을 받을 때, 그다음 수용소 문을 통과하여 막사 안으로 돌아올 때, 죄수들에게는 이때가 하루 중에서 가장 춥고 배고플 때이다. 지금 같은 때는 맹물 양배춧국이라 해도 뜨뜻한 국 한 그릇이 가뭄에 단비같이 간절한 것이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단숨에 들이켜게 된다. 이 한 그릇의 양배춧국이 지금의 그들에겐 자유보다, 지금까지의 전 생애보다 아니, 앞으로의 모든 삶보다도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157

- 뭣 때문에 당신은 자유를 원하는 거죠? 만일 자유의 몸이 된다면, 당신의 마지막 남은 믿음마저도 잃어버리게 될 거예요. 감옥에 있다는 것을 즐거워하셔야 해요! 그래도 이곳에선 자신의 영혼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으니까요. 203



- 슈호프는 말없이 천장을 바라본다. 그는 이젠, 자기가 과연 자유를 바라고 있는지 아닌지도 확실히 모를 지경이었다. 처음에 수용소에 들어왔을 때는 아주 애타게 자유를 갈망했다. 밤마다 앞으로 남은 날짜를 세어보곤 했다. 그러나 얼마가 지난 후에는, 이제 그것마저도 싫증이 났다. 그다음에는 형기가 끝나더라도 어차피 집에는 돌아갈 수 없고, 다시 유형을 당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유형지에서의 생활이 과연, 이곳에서의 생활보다 더 나을지 어떨지 그것도 그는 잘 모르는 일이다. 20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