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의 자살편지
케르스틴 기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들녘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목이 썩 맘에 들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남들이 내가 무슨 책을 읽나 관심 갖는 게 싫었던 예민하고 시건방졌던 십 대 때는 들고 다니는 책들을 포장 종이나 불투명 비닐로 표지를 감쌌었다.

이 책을 읽게 되었을 때 제목이 신경 쓰여서 그 시절처럼 종이로 쌀까나? 짧게 생각했더랬다. 물론 그 시절처럼 대중교통과 걸어서 다니는 길이 줄어들어서 참았지만, 암튼 책 제목이 그렇게 거슬렸던 것이다.

 

웃님의 리뷰를 보면서 사두었던 책이다. '케르스틴 기어'는 인물 검색에도 잘 나오지 않는다. 얼마 전 읽은 '정이현 작가의 달콤한 나의 도시'도 떠오르는.. 연애소설이라 하겠다. 것두 독일의 연애소설이다. 독일어로 표현되는 연애 소설이라~~ 근데 번역의 힘인가? 자꾸 우리나라 소설을 읽는 듯한 자연스러움.

 

 

가 특유의 재치 있고 유머러스하고 과장된 표현을 요즘 우리가 흔히 쓰는 식의 매끄러운 번역이 너무 매끄러워서 웃다가 미끄러질 지경이었다.

 

 

른 살.. 삶이 꼬여버린 갈색 머리카락의 살도 조금 찐 게리가 직업과 연애와 기타 등등의 자신을 돌아보면서 세상과의 이별을 결심하게 된다. 자살을 통해서.. 그리고 자기에게 상처를 주었던 그녀의 엄마를 비롯한 이모들, 자신의 언니들, 조카들, 친구, 동창,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연애를 도모하려 했던 사람들에게 죽어 없어질 존재이기에 가능했던 비수들을 글로 남긴 편지를 쓰고, 부치고, 바로 그날 죽어야 했으나 이러저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휘말려 죽지 못해서 생긴 코믹한 일들,,

 

어이없는 웃음과, 과감함에 놀라며 유쾌한 소설에 빠져보았다. 가볍고 재미있는 연애소설 하나 추가요~~!

 

 

 

일단 네가 계속 살아남기로 결정해서 기쁘다. 얘야, 인생이란 거대한 모험과 같단다.

그리고 그런 인 생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문제는 우리의 능력을 알아볼 기회일 뿐이야, 그러니 우리 아가야, 당당하게 나아가라. 넌 젊고 아름다우며 온갖 희망으로 가득해. 내가 너와 자리를 바꿀 수만 있다면 당장 바꾸겠구나. p463



그래, 세상은 이래야 하는 거야, 달라서는 안 돼, 바로 이래야 해...... 이건 천박한 게 아니야, 이건..... 그래, 실존적이야! 내가 엄청난 비밀을 캐낸 사람처럼 생각됐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원리를 발견했을 때 아마 이런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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