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깊은 집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15
김원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국의 소설은 굳이 팍팍한 삶을 다룬 책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이미 많이 보아 왔기에..

더구나 그것이 전쟁이나 일제 치하 이야기는 영화로든, 드라마로든 .. 마치

사극 드라마의 당파싸움이나 모함 등이 지리멸렬하게 여겨지듯이..

 

 

 

때 읽어대던 국내 소설들 속에서 만난 전쟁 이야기는 진부하기도 했더랬다.

 

 

현대의 이야기를 다뤄도 그 캐릭터에게 영향을 미친, 부모나 조부모 세대가 또 전쟁으로 인해 삶의 패턴이 바뀌어서 어찌어찌하였다는 식의...

최근 들어 외국의, 고전이 아닌 소설들 속에서 전쟁으로 인한 마음의 병을 앓는 주인공 이야기(바다 사이 등대)나 헤밍웨이의 소설(무기여 잘 있거라)을 읽으며 전쟁의 상흔은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이나 다 같았겠구나 하는 생각을 비로소, 나의 좁은 경험이 우리만 그랬던 게 아니라고 우리만 아팠던 게 아니라고 .. 그리고 이제 독자로서의 내가 성장하였음을, 하여 불편하다고 치부해버리기 보다 받아들일 수도 있음을.. 또한 작가나 작품 역시 많이도 세련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당 깊은 집은 1954년(6.25전쟁 직후) 대구의, 마당이 깊어서 여름 물난리를 겪어야 했던 셋집에 모여 살던 네 가구와 삼대가 모여 사는 주인댁의 이야기이다.

 

 

세를 살던 사람 중 나, 길남은 시장통 주막에서 심부름을 하며 초등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엄마와 누나와 동생들이 살고 있던 셋집으로 합치면서 그의 눈에 비치는, 다른 가난하고 사연 있는 이웃들과의 삶을 살면서 성장해가는 작가 김원일의 자전적 소설이자, 성장 소설이다.

 

 

장소설은 대부분 가독성이 좋다는 진리를 얻게 된다.

 

 

90년대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밉살스런 경기 댁이 김수미, 재봉틀로 생계를 이어가는 주인공의 엄마 역이 고두심이었다는 정보를 찾아냈다. 그냥 상상으로만 두 쟁쟁한 배우들을 이입하면서 책을 읽으니 드라마 소재로 매우 적합하고, 두 배우에게 딱인 것 같고, 어차피 볼 수 없는 드라마를 감상하듯 한 책 읽기였다.

 

 

직공장을 하는 주인집의 형편은 날로 번창하는데 비해 나머지 네 가구는 겨우 입에 풀칠을 하는 생계를 이어가면서 특히나 주인공의 어머니가 네 남매 중 유독 주인공을 장남이라면서 가혹하고, 매정하게 구는 장면이 그리고 묵묵히 반발도 못하고 따르던 길남의 가출사건의 종지부는 읽던 내내 차별에 석연찮았던 나를 뭉클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그런 길남이 야간대학을 나오고, 결혼도 하고, 출판사 일도 하게 되기까지 장남에 대한 어머니의 기대와 의지로 인한 다그침을 버텼을 어깨가 가슴 아팠다.

 

전쟁 중 가족을 잃고 신체의 일부를 잃고, 기반을 포기하고 내려와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 속에 사랑도 있고, 희망도 있고, 미래도 있다는..

상이군인 준호 아버지와 폐병쟁이 정태, 김천 댁, 길수, 안 씨... 가엾지 않은 인생이 없다.

다시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사람들은 이제 이런 드라마를 봐줄까 싶기도 하다.

 

 

리고 그 시대 장남..

 

어느 누가 얘기했더랬다. 선교사든, 주재원이든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장남이더라고~~그만큼 한국 사회에서 장남으로 사는 일은 힘이 드노라고,,,그리고 보니 대부분 주위 사람들이 그러하다는 결론을 나도 내렸더랬다.

 

그 세대 장남들이 안쓰럽다...

 

 

- 저물 무렵 그 귀갓길의 추위란 배고픔 못지않게 마음을 외로움과 슬픔으로 채워 더러운 세월을 탓하는 어머니처럼, 나 역시 무슨 낙으로 이 세상을 사느냐는 푸념이 절로 나왔다. 꽁꽁 얼어붙은 어둠 속으로 먼지보다 더 작은 알갱이가 되어 형체 없이 사라지고 싶었다. 195



- 한주 어머니는 휴전 네 해 뒤에 돌아가셨지만 그 죽음 역시 원인을 전쟁 탓으로 돌린다면, 이 땅에 알게 모르게 전쟁의 잠복성 종기를 오장 육부에 오래 여투어두다 끝내 그 종기의 독성으로 죽게 되는 목숨이 그 얼마나 되랴.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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