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 개정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등어 -한때 넉넉한 바다를 익명으로 떠돌 적에 아직 그것은 등이 푸른 자유였다.

"그들은 생각할 거야, 시장의 좌판에 누워서 나는 어쩌다 푸른 바다를 떠나서 이렇게 소금에 절여져 있을까 하고, 하지만 석쇠에 구워질 때쯤 그들은 생각할지도 모르지. 나는  왜 한때 그 바닷속을, 대체 뭐 하러 그렇게 힘들게 헤엄쳐 다녔을까 하고."

1980년대를 아프게 살았던 청춘들이 1990년대에도 시대착오적으로 살아내느라 부대끼는 이야기이다. 젊음을 힘들게, 힘들게 헤엄쳐 다녔던 고등어들의 이야기...

때 노동운동가였던 '공지영'이니깐 이런 이들의 아픔을 모른 척하며 살기에는  그녀의 투쟁정신이 그녀를 평화롭게 할 수 없는가 보다. 이런저런 사회적인 소설도 쓰고, 목소리도 내고 욕도 실컷 얻어먹는 걸 보면 .. 이러한 '공지영'이니까...

가을에 읽기를 잘한 소설이다.

깊어가는 가을에 7년 만의 재회와 그로 인한 파장과 영원한 이별까지 이 한 계절에 모두 들어있다.

'명우'는 서른세 살의 두 살 난 딸을 둔 이혼남 이다. 아내 '연숙'은 임신 사실을 숨기고 이혼을 진행할 만큼 남편 '명우'를 증오했다. 그는 오피스텔에 살면서 성공한 사람들의 회고록 이나 자서전 등을 집필하며 산다.

리고 그 오피스텔 다른 층에는 광고일을 하는 여동생 '명희'가 살고, 그녀의 연애관, 남성관은 오빠를 당황시키지만 동생 덕분에 26세의 미술을 하는 '여경'과 자유분방한 교제를 하게 된다.

그런 그에게 7년 전 유부녀였지만 함께 도망치 고자 했던 여인 '은림'이 나타난다. '은림'의 남편 '건섭'도, 그녀도, 그도 모두 노동운동을 하던 이십 대 시절..

간절히 원한 하룻밤을 보내고 도망치고자 '은림'은 남편에게 사랑하지 않았다며 헤어지자 해놓고 싸놓은 가방을 들고 '명우'를 만나러 가지만 '명우'는 그녀에게 이러는 게 옳지 않다고 그녀를 돌려보냈다.

그리고 노동자 출신 '연숙'과 결혼을 한다. 사랑이라고 타일러서..

'은림'은 어린 나이에 '건섭'과 결혼을 했다. 사랑이라고 굳게 믿어서..

리고 모두 불행했다.

'은림'은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하던 중 '명우'와 친구였던 오빠 '은섭'이 노동운동으로 고문 받고, 징역을 살고 끝내 미쳐버리고 충격으로 아버지가 죽고, 어머니는 미국으로 가버린 역경 속에서 노동운동을 하게 된다. 

한편 그들과 함께 노동운동을 하던 친구 '경식'의 집에서 고등학생이던 반듯한 동생 '경운'을 보았었는데, 훗날 신문의 1면을 도배한  분신하는 대학생의 사진을 보며 그가 '경운'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그들과 함께  그들의 주변은 20대를 오롯이 자신을 위해 살 수 없었던 상처투성이 의  청춘들이었다.

'림'은 정신병원에 있는 오빠 '은철'을 빼고는 모두 30대가 되고, 90년대가 되는 시점에서 생활전선이든, 무엇에든 뛰어들고 빠져나와 버린 그 운동권의 세계에서, '사람에 대한 신뢰' 였다고 하며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었다.

그녀의 남편 '건섭'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고 어쩌면 학대인지도 모를 결혼 생활을 유지 하다 가 감옥에 가게 되고, 결핵이 걸린 그녀는 지방 생활을 정리하고 '명우'를 찾아오게 되었던 것 이다. 마침 '명우'가 그들이 맞서 노동운동을 하던 악명 높았던 봉림 전자의 '정봉출 사장' 자서전 을 집필하는 중에...

어리둥절한 상황들이 자신도 어쩔 수없이 전개 되는 중, 그는 문득 '여경'이 지금은 여위고 힘 빠졌지만 자신과 불륜에 빠졌던 그 나이 '은림' 과 많이 닮았고, 그녀의 말처럼 모조품 '여경'이 , '은림'의 등장과 함께 결혼을 서두르자 '명우' 는 '은림' 의 상황들과 자신의 상황들에 분노 하던 이유를 깨닫게 되고 '은림'을 찾아 간다.

리고 지나간 세 여자에게 한 번도 없었던 책임이라는 것을 그는 '은림'에게 지고 싶어 한다.

'여경'이 틀었던 비발디의 바순 콘체르토를 듣는다.

소설을 통해 가장 나를 울렸던 단어 미망, 그리고 회한

미망에 빠졌던 80년대 청춘들, 희망이라는 미망 속에 갇혀있던 '은림'의 생애와 '은림'을 향해 "넌 내 회한이야, 이자식아~" 를 외치던 '명우', 그리고 깊어가는 가을... 우리 아프지 않아도 되는 거지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거지요?~그 시대 노동운동을 하던 사람들을 검색해 본다.

 

- 침묵을 깨뜨린 건 예민한 웃음소리였다. 뭐랄까, 웃음소리에 무게를 달 수 있다면 예민한 저울 바늘조차 조금도 움직이게 할 것 같지 않은 느낌의 그런 허탈한 웃음소리. 19



- 예전보다 조금 더 여위었을 뿐 그녀는 그대로였다. 그는 얼른 그녀와 마주칠 뻔한 시선을 내리깔았다. 갑자기 눈께에 뜨거운 기운을 느꼈던 것이다. 이상했다. 칠 년 만인데 새파랗게 젊은 시절의 칠 년이었는데, 젊은이 하나를 아주 딴사람으로 만들어놓기에 너무나 충분한 세월이었는데, 모든 것이 마치 어제 일처럼 느껴지는 것이었다. 마치 세월이 시치미를 뚝 떼는 듯한 기분이었다.28



- 모래성 귀퉁이가 무너지듯 다잡은 마음 한구석이 어쩔 수없이 스르르 그의 통제를 빠져나가면서 무너져내리겠지만, 견딜 수 없어, 이대로는 견딜 수 없어, 머리를 비비겠지만, 곧 문득문득 잊어버리고, 다시 문득, 문득 생각나고, 그러다가 차츰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인가는 다 잊어버린 줄 알았는데 불쑥 자맥질하듯 떠오르기도 하지만 대개는 잊는 것이다. 칠 년 전에도 잊었었는데, 이제사 못 잊을 이유도 없었다.56



- 아니오, 절망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잊지 않는 사람들, 죽어간 친구와 미쳐간 친구와 그런 사람들을 기억하는 이들.... 그들이 곧 이 나라를 이끌어가게 돼요. 이제 곧 우리 세대에게서... 그래요. 형 말대로 우리 세대를 거치느라 운전면허 하나 따지 못 했던 젊은이들이 ... 그들이 대통령이 되고 그들이 예술가가 될 거라고요. 가짜들 말고 진짜들.... 그것두 권력이라구 운동하지 않는 불쌍한 친구들 주눅 들게 하면서 거들먹거렸던 사람들 말구, 이제 와서 어리석었다고 그 세월 전체를 매도하는 인간들 말구, 진짜들. 끌려가는 친구들도 있는데 미안해서, 정말 미안해서 테니 스체를 사놓고 한 번도 치지 못 했던 친구들, 고시 공부하다가 도서관 밖의 집회 바라보고는 머리를 싸매고 그날은 그냥 집으로 돌아갔던 사람들... 길거리에 누어서 끌려가지 않으려고 서로서로 사슬을 얽어매고 울었던 그 친구들." 216



- 그녀의 속으로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시간들은 뜨거워진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221



- " 그건, 아니야. 다만, 다른 성격이 있는 거야. 그러니까 난 속으로 참아내고.... 넌 .... 그걸 다만 표현할 뿐이야. 참는 사람은 참는 사람의 비애를 가지고 있어. 늘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은... 아마 또 그 나름의 비애를 가지고 있겠지만."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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