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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도시
정이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7월
평점 :
1975년생 오은수라는, 2006년도의 32세를 서울에서 살고 있는 처자의 이야기이다. 성년식을 치른지 10년을 훌쩍 넘겼으나 사랑에도 서툴고, 단, 남자는 잘 꼬신다. 허나 남자를 볼 줄 모르는..하기사 저 자신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한없이 측은하고 귀엽기도 한 여주인공과 그녀의 발랄한 두 친구들의 서른을 넘기는.. 방황기이다.
오은수의 사랑하는 방식, 서른한 살과 서른두 살이라는 아직 어리다고도, 늙었다고도 할 수 없는.. 결혼이라는 제도와 그 제도 속에서 견디는 것이 남편과 아내의 일인 양, 자식을 낳고 그 주변을 빙빙 돌면서 살았던 주인공들의 부모들의 삶처럼은 살 수 없는 발칙한 여자 나이 서른두 살...
2006년도의 서른두 살과 십여 년이 흐른 지금의 서른두 살의 차이는 더 많이 다르다. 그만큼 독립의 나이도 결혼의 나이도 많이 늦춰졌다.
여자들이 서른을 넘기면서 결혼이란 것을 고민해 보지 않을 수는 없지,.. 확고하게 비혼 선언을 하기에도 결심이 서지 않을 나이가 서른한두살이 아니던가.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했다면 이미 학부모도 되어있을 나이인데..
최강희 주연의 드라마도 만들어졌었다는데, 본 적은 없으나 왠지 최강희의 오은수 연기가 제법 잘 어울렸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며
매끄럽고 세련된 '정이현'이란 작가의 문체에, '오은수'라는 캐릭터에 흠뻑 빠져서 지루하지 않고, 쳐지지 않은 독서를 하였던 것 같다.
몸뚱이만 자라나지, 나이만큼 철드는 게 아닌데 우리의 부모들은 어른 노릇하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또 그들의 부모 기대에 부응하려고 얼마나 몸부림쳤을까? 돌이켜 보면 그들도 어린 나이에 부모가 돼서는 또 부모라는 이름으로 살려고 얼마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했을까?
2006년도나 2018년도에도 그들이 키워준 우리 은수들은 여전히 서툴고, 어른 되기를 피하려 하고, 여전히 허덕대는데... 십여 년 전 그 애들이 사십이 넘은 지금 철이 들었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철이란 모름지기 무얼까? 나이가 든다는 건..? 딱 열아홉까지만 좋았던 것 같다.
세상 모든 엄마의 목소리엔. 그 자식들에게 기기묘묘하고 복잡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는 주파수라도 흐르는 걸까. 엄마 목소리를 듣는 순간, 뾰족한 창끝마냥 곤두섰던 마음이 순두부처럼 몽글몽글 풀어졌다
화장에도 순서가 있듯, 삶도 그럴 것이다. 완벽한 메이크업을 마치고 난 얼굴, 그것을 진짜 내 얼굴이라고 할 수 있을까. 화장으로 한 겹 가리고 나면 내 얼굴에 대하여 스스로 고개 돌리지 않을 수 있을까. 인생이 점점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느낌이 든다. 누군가 내 모습을 멀뚱멀뚱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나는 손바닥으로 황망히 얼굴을 가렸다
후회하지는 않으련다. 혼자 금 밖에 남겨진 자의 절박함과 외로움으로 잠깐 이성을 잃었었다는 핑계는 대지 않겠다. 저지르는 일마다 하나하나의 의미를 붙이고 자책감에 부르르 몸을 떨고, 실수였다며 깊이 반성하고 자기발전의 주춧돌로 삼고, 그런 것들이 성숙한 인간의 태도라면, 미안하지만, 어른 따위는 영원히 되고 싶지 않다. 성년의 날을 통과했다고 해서 꼭 어른으로 살아야 하는 법은 없을 것이다. 나는 차라리 미성년으로 남고 싶다. 책임과 의무, 그런 둔중한 무게의 단어들로부터 슬쩍 비껴나 있는 커다란 아이, 자발적 미성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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