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주커먼 시리즈
필립 로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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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이선'은 1950년 고등학교를, 1954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군 복무를 했다. 그리고 1997년 90세의, 자신의 고등학교 첫 영어선생님이었던 '머리 린골드'를 만난다. 아테나의 작은 대학에서 '네이선'이 맡은, 노인을 위한 1주일짜리 여름강좌, [밀레니엄 시대의 셰익스피어]의 수강생으로 온, '머리' 선생님 덕에 엿새 동안 '네이선'의 20세 연상 친구이자 우상이었던 '머리' 선생님의 동생 '아이라 린골드'의 생애와 시련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1946년에 제대한, 깐깐하고 자신만만했던, '머리' 선생님은, 큰돈을 벌겠다는 그 시대 미국 특유의 맹목적 열망에 매몰되지 않은, 성직자 다운 사명감과 남성적 권위로 무장한 과감한 수업방식으로 '네이선'의 자유 의식에 자국을 남긴 사람이다. 1950년대에 그는 교직의 위엄을 세우려고 교사노조를 결성했던 선동가로, 라디오방송 성우였던 '아이라'가 공산주의자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후, 해고되었다가 6년 만에 복직되었던 이력도 있었다.

두 형제는 형 '머리'가 현실적인 것, 직업적 관점에서 지역사회의 운명에 관심을 가졌다면, 동생 '아이라'는 세계의 운명에 관심을 갖고 부풀어진 신념으로 공산주의자가 되었다.

'아이언 맨'(강철 인간)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아이라'는 엄청 큰 덩치에 솔직하고 충동적이며 직선적이고 성미가 급한 사람이었다.

그는 계모, 불행한 가족, 거친 이웃으로부터 16세의 나이로 가출하여 군에 입대했다가 공산주의자 '오데이'를 만나 그로부터 마르크스 주의를 비롯해서 교육을 받고, 광산, 공장, 도랑치는 일, 농장, 야간 경비원, 잡역부로, 막일꾼으로 일하다가 노조의 모금 행사 등 각종 행사에서 링컨 분장을 하고, 노예제를 비난했던 연설문을 낭독하다가 라디오 스타가 되었다.

리고 6세 연상의,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여자 성우이자, 무성영화배우인 '이브 프레임'과 결혼을 한다.

'이브'에게 '아이라'는 네 번째의 남편이 되고, 그녀에겐 딸 '실피드'가 있다. 유대인을 몹시 경멸하는 '이브'는 큰 저택을 지닌 부자로, 고상한 배역을 주로 하느라, 이미지가 지적으로 드러나지만, 생각이 없고, 귀부인인척하는 가식으로 포장되어 있으며 '아이라'와는 성격과 관심사가 전혀 다르다.

그녀의 딸, 23세의 '실피드'는 유별난 아이로, 하프를 연주하고, '이브'는 독특하고 강렬한 모성본능으로 '실피드'를 감싼다.

'이브'는 자신의 딸, '실피드'를 통해 유토피아를 찾고, '실피드'는 '이브'가 평생 잊지 못할 만큼의 인생의 비애를 안겨주고자 한다. 그리고 맹목적인 '아이라'는 공산주의에서 유토피아를 찾고자 한다.

그녀의 두 번째 남편이자, '실피드'의 아빠는 프랑스에서 살고 있는 귀족 출신의 동성애자로, 어린 남자애들을 노리개로 삼는다.

마를 증오하는 수단으로 폭식을 해대는 '실피드'는 '이브'를 욕하고 때리기까지 한다. 이상한 두 모녀의 관계를 보면서 경악했던 '아이라'는 '이브'의 임신으로 몹시 기뻐하고 위안을 받지만 '이브'는 아기를 지우겠다고 하고, 그 이유가 '실피드'의 반대 때문임을 알자, 좌절했고, 복잡한 마음에 형의 집에 왔다가 '네이선'을 알게 된다.

불행한 유년기를 보냈던 '아이라'에게, '네이선'은 좋은 가정에서 잘 자란, 그가 한 번도 되어 보지 못했고, 가져 보지 못한 아들이었다고 '머리'는 회상한다. 글쓰기를 통해 세상의 악을 바로잡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혔던 '네이선'은 '아이라'의 완벽한 개별 지도 대상이 된다.

유명인이 된 이후에도 일반 노동자와 가난한 삶을 몸에 익히기 위해, 징크 타운의 오두막을 마련해서 지내기도 하던 '아이라'는 그곳에서 어릴 적 방랑 시절과 연결된 안식을 찾는다. '실피드'의 무거운 하프를 공연장까지 옮겨주기도 하던 '아이라'는 '실피드'의 절친, 플루트 연주자 '패멀라'와 바람을 피운다. 영국에서 온, 좋은 가정에서 자란 '패멀라'가 딸과 함께 자신들의 집에 드나들자, '이브'는 그녀를 통해 자신을 거부하는 딸의 모습을, '아이라'는 자신의 아이를 거부하는 아내의 모습을 기대하기도 한다.

르판 증후군이라는 '링컨'과 같은 병을 앓게 된 '아이라'는 엄청난 근육통에 시달리고, 그를 위해 '이브'는 에스파냐 마사지사를 고용하는데, 이 늙고 기운 센 여자와 매춘도 일삼게 된다.

그런 '아이라'의 오두막에서 아버지의 염려를 뒤로하고, 두 번을 함께 지냈던 '네이선'은 그곳에서 동정도 벗어버리고, 그곳에서 '아이라'의 이웃들, 노동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1950년, 시카고 대학에 입학하고 한때 '아이라'에 빠져서 아버지와 거리를 두고, 애정이 무뎌지고 순수함도 끝났던 때를 지나 반항적인 주체성을 가지게 되고, '아이라'에 대한 환상도 깨졌다.

'네이선'을 진정한 남자의 세계로 이끌었던 '아이라', '네이선'은 어느덧 그의 지겨운 반복과 장황한 수사, 공격적인 태도, 선거 유세 같은 과도한 언변이 견디기 힘들어지고, 그의 말이 따분해지고 자신이 더 똑똑해졌다고 느끼는 순간, 비로소 성숙했다.

그리고 '네이선'이 대학에서 만난 '리오'선생님, 자신의 작품에 대한 신랄한 비판과 함께 우정이 싹튼다.

 

​- 중간 생략-

럽의 전쟁이라고 말하던 세계대전, 혹독한 대공황을 겪고 전쟁에서의 수익으로 오늘날 제1의 국가가 된 미국이,

마찬가지로 전쟁을 겪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메리칸드림에 사로잡혀 그곳에 가서 노동자로 살더라도 선택해왔던

그 사회가,

그시대에 그런 차별과 갈등을 겪었던 이야기, 첨예했던 이데올로기의 정점에서 공산주의자가 되었던 남자,

고발, 위협, 처벌의 분위기가 휩쓸었던 시대를 들여다보았음에 의의를..

근데 필립 로스 처음 대하는데, 의식의 흐름 기법 수준(엄밀히 말해, 그만큼은 아니지만..)으로 왔다 갔다 하는 전개 방식이, 잠시 다른 데로 흘러가는 나의 의식을 부여잡고 있으라, 있으라 하는 독서였음..

강렬한 제목의 문장이 주는 뉘앙스에 충실 하게, 결국엔 공산주의의 모순, 허상에 대한 역설이 있다. 그래도 미국이니깐.. 애초에 첩보원이 아닌다음에야, 미국 속의 공산주의자는 모순이지 않은가

- 실패가 인간을 초라하게 만들었다고 해서 인생을 비난할 순 없다네. 한 인간에게서 제멋대로 사회적 지위를 빼앗고 자존심을 깔아뭉개는 기술들을 보면 오히려 인생에 경의를 표해야 하지." 12



- 그렇게 해서 이번에는 과거란 놈이, 자신의 문제에 쏟아야 할 시간 외에는 단 일 초도 더 허비하지 않는 재능을 지니고 있으며 중요하지 않은 것에는 시간을 낭비하지 못하는 노인의 모습을 하고 불쑥 찾아왔다. 13



-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거라, 분노는 널 유리하게 해주는 거란다. 그게 분노의 생존 기능이다 그 때문에 너에게도 분노가 주어진 거란다. 그런데 분노가 널 불리하게 만든다면, 그 분노는 헌신짝처럼 버려야 한다."136



- 삶에서 모든 것은 오랫동안 뜨겁고 강렬하다. 어느 순간부터 조금씩 열기가 새어나가 서늘해진 뒤 재로 변한다. 책과 겨루는 법을 내게 처음으로 가르쳐주었던 사람이 돌아와 지금은 내 앞에서 노년과 겨루는 법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건 놀랍고 숭고한 기술이었다. 그 어떤 것도 강인한 인생을 살아낸 것보다 노년에 대해 더 잘 가르쳐줄 수 없기에. 138



도리스는 말했다네, 아이라는 평생 약점 하나를 안고 살다 간 공산주의자였다고, 정열이 넘치는 공산주의자였지만 당이 원하는 배타적인 울타리에 갇혀 살지 않았고 그것이 그를 파괴하고 무너뜨렸다고, 공산주의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라는 완벽하지 않았는데, 그게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그는 자신의 인간성을 내팽개치지 못했으며, 투쟁과 하나의 목적에 집중하려고 노력했지만 그에게선 인간적인 면모가 끊임없이 솟아 나왔다고. 당에 충성했으면 좋았겠지만, 자신의 본모습을 지키고 자기 자신을 억제할 수 없었던 것은 그것과 별개의 문제며, 그는 자신을 억누를 수 없었고, 자신의 모순까지 끌어앉은 채 철저히 자신의 삶을 살았다고.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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