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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드런 액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5월
평점 :
「속죄」에 이어 '이언 매큐언'의 두 번째 소설을 만났다. 「칠드런 액트」... 「속죄」가 원작이었던 「어톤먼트」에 이어, 이 책도 2019년도에 영화화되었다고 한다.
고등법원의 판사 '피오나 메이'는 그녀와 36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해 온, 60세의, 잘생기고 자상한 남편 '잭'으로부터, 당직을 서는 자신의 방에서 다음날 있을 재판의 판결문 등을 작성하고 읽어보고 정리하는 동안, 말도 안 되는 억지소리를 듣는다.
고대사 교수이자, 학자인 '잭'은, 단 한 번도 한 눈 판 적이 없는, 충실한 남편이었다. '잭'은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지만, 충족되지 않는 성적 욕구 때문에 불행하다며, 그녀 아내의 승낙하에 28세의 젊은 통계전문가 '맬러니'와 연애를 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이혼은 원치 않는다고 한다. 둘의 사이는 따뜻했고, 사랑했고 행복한 가정이었다. '피오나'는 승낙도 이해도 할 수 없다며 분노한다.
가정부 재판을 주로 맡았던 '피오나'는 근래에 머리 아픈 사건들에 휩싸여 있었다.
유대인 '번스타인' 부부는 아이들 양육방식에서의 갈등으로 큰 돈이 걸린 이혼소송중이다.
유대인은 순결을 지키기 위해 남. 여 분리 교육과 유행에 따른 옷차림, 텔레비전, 인터넷이 금지되어 있고, 오락이 허용되는 아이들끼리의 교제도 금하고 있고, 다산을 장려하는데, 아내가 둘째를 낳고는 더 이상 임신할 수가 없게 되자, 남편과 가족들이 이미 실망해 있었고, 아내는 방송 통신대를 다녀서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 자녀들에게 신식 교육을 시키려 들자, 이에 반발해서 이혼을 하려고 한다.
그리고 가톨릭 신자가, 샴쌍둥이를 출산했는데, 장치에 의존해 연명을 유지하는 이 둘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좀 더 건강한 아이를 위해, 더 가망성 없는 아이를 희생시켜야 하는 분리수거를 동의하지 않으려 들자, 병원 측에서 소송을 제기하여 강제로 수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재판도 했었다. 희생당해야 하는 아이에 대한 살인행위를 거부하는 부모의 의지, 분리하지 않으면, 희생시키지 않으면 결국 둘 다 죽어야 할 운명이었다. 결국 분리수술 판결을 내리고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이 재판은 '피오나'에게 커다란 후유증을 남겼다. 정상적으로 살 수 없는 아이였지만, 한 존재를 처치해 버린, 지워버린 자신의 기여에 대해 자책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을 내밀하게 흔들어 버린 이 사건 이후 그녀는 사람의 몸에 지나치게 예민해지고, 자신의 몸, 그리고 남편 잭의 몸에 대한 역겨움도 있었다. 그때부터 였던가 잠자리의 거부가..
그리고 남편으로부터 말도 안 되는 통보를 받은 바로 그 밤, 여호와 증인 가정, 백혈병 투병 중에 있는 17세 소년의 수혈 거부에 대한 병원 측의 제기에 관한 보고를 법원 서기의 전화를 통해 듣는다.
59세, 노년의 유아기를 보내고 있는 '피오나'에게는 아이가 없다. 우아하고 정확하지만 온기 있는 문장의 판결문으로 동료 판사들로부터 찬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그녀는, 초기의 성공을 거둔 사람으로, 까다롭고 의미 있는 소송들의 더 큰 성공을 위해 임신을 미루고, 하루 열세 시간 일하고 가족법에 깊이 빠져들다 후에는 노산과 자폐에 대한 불안 때문에 임신할 수 없었다. 물론 남편의 동의하에.. 세월은 쏜살같이 흘렀고, 판사 임명 이후에는 모든 게임이 끝났음을 알았다.
- 중간 생략 -
「속죄」란 소설에서도 작가가 여성이 아닌가 몇 번 봐야 했는데
이 소설에서도 '이언 매큐언'의 묘사는 여성작가 같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건강한 가정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고, 자녀란, 부부에 있어서 어떤 의미인지, 부모라는 이름으로 행했던 것들이 폭력일 수도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아이 없는 노년의 이 부부, 그 남편의 허전함, 그 여인의 억울함,
그 들 부부가 듣는 음악들, 그녀 '피오나'가 파트너와 함께 연주하던 곡들, 이 소설도 음악 듣는 재미를 주는 독서였다.
능력있는 판사 '피오나'의 판결문이 거의 예술의 경지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어떻게 쓰는 판결문이 그러한건지, 관심이 갔음.. 판결문은 충분히 예술적일수 있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음.. 그리고 법관의 책임, 어른의 책임의 한계에 대한 생각과
내가 좋아하는 '박태기 나무'를 '유다나무'라고 부른다는 사실.. 나만 몰랐었나? 예수를 배반한 '유다'가 목을 매어 죽은 나무가 '박태기 나무'였다고 해서, '유다나무'라 부른다 하는데, 내가 본 '박태기 나무'들은 그렇게 크고 강하지 않아 보였는데, 유럽의 '박태기 나무'는 또 다른가 한다.
- 폭포처럼 쏟아진 말은 반은 사과였고 반은 자기 정당화였으며, 일부는 전에 들은 내용이었다. 언젠가는 죽는다는 깨달음, 오랜 세월 신의를 지켜왔다는 사실, 어떤 기분인지 알고 싶다는 억누를 수 없는 호기심, 그런데 그날 밤 집을 나가자마자, 멜러니의 집에 도착하지 마자 실수라는 걸 깨달았어. 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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