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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신부 2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45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이은선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마가렛 애트우드'는 곤충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매년 봄이면 여행을 해야 해서 친구가 없었으므로 독서가 유일한 놀이였다고 한다. 20세기 캐나다를 대표하는 여성 작가로서, 캐나다 최초의 '페미니즘 작가'로 평가받고, 현대 여성들이 스스로 자아를 찾고 회복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해왔는데 바로 이소설에 가장 잘 드러나 있다고 한다.
'토니'와 '로즈', 그리고 '캐리스'는 같은 대학을 다녔다. 그때는 친구로 지낼만큼 가까운 사이도 아니었는데, '지니아'라는 세여인의 남자들과 엮인 같은 대학 동문인 여인으로 인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친구가 된 셈이다.
'지니아'는 예쁘고, 몸매도 좋고, 매력도 넘치는데, 남자들을 쥐락펴락 할줄 아는 사악한 여인이다. 그녀에게서 악의가 방사선 처럼 뿜어져 나온다고 표현하는 세친구 모두 자신의 남자를, '지니아'에게 빼앗기고, 실컷 농락당한 그녀들의 남편들은 잔인하게 짓밟히고 버려진다.
레바논에서 테러리스트들의 난동끝 던진 폭탄에 맞아 죽었다는 '지니아'의 장례식을 치른지 5년만에, 세여인이 함께 만나던 '톡시크'에서 살아돌아온 '지니아'를 만나면서 엄청난 이야기들이 시작된다.
'토니'는 역사학자로 대학의 교수이고, 키가 유난히 작다. 그녀에게는 남편 '웨스트'라는 키가 크고 내성적이며 기린처럼 순한 사람이 있다. 그는 약하고 깨지기 쉬운 존재로, 음악학자 이다. 그는 신경생리학자들과 다양한 소음이 인간의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중인데, '토니'는 남편을 항상 조심스럽게 대한다.
'토니'는 인류 역사상의 전쟁들에 관심이 많아서 전쟁유적지 답사에 필요한 비행기표를 구입하고, 기념품을 수집하고, 답사에서 꽃을 한송이씩 구해와 말려서 스크랩을 한다. 왼손잡이인 그녀는 문장을 뒤집는 취미가 있다. 20년전 빅토리아 양식의 높고 좁은 3층 벽돌집을 구입해서 남편과 같이 살고 있다.
'로즈'는 15세의 쌍둥이 딸들과 22세의 큰아들 '래리'와 함께 살고 있다. 큰 회사의 여사장인 그녀는 공감능력이 풍부하고 인정이 넘치지만 거구의 체격을 가졌다. 그녀에게는 한때 남편 '미치'라는 변호사가 있었다.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은 '로즈'는 사업수완도 좋아서 부유하다.
'캐리스'는 경영학을 공부하는 딸 '오거스타'를 두고 섬에서 살고 있다. 육류를 멀리하고 채소밭을 가꾸며 닭들도 키우던 그녀는 육지의 잡화점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한다.
'토니'는 19세이던 1960년대 대학시절에' 웨스트'를 처음 만난다. 공부를 잘했던 '토니'의 도움이 필요했던 '웨스트'와 친해지자, 그가 벌인 술판 모임에 초대되었다가 그곳에서 '지니아'를 처음만난다. '지니아'는 예술적이고 지적인 사람들에 둘러 쌓인 너무도 아름답고 자신만만한 여인이다.
'토니'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2차대전때 결혼을 한다. 남자가 귀했고, 전쟁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던 시절에 결혼을 한 이들은, 서로 사랑하지 않았다. 전쟁신부였던 '토니'의 어머니는 남편 회사의 직원과 바람이 나서 도망을 쳤고, 아버지는 '토니'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난후 총으로 자살을 한다.
'토니'는 엄마가 자신을 버렸다고, '지니아'는 엄마가 자신을 팔았다는 비밀의 공유로 친해지게 된다.
'지니아'는 러시아 혁명에 반대하던 백작 부인(백계 러시아인) 출신의 엄마로 부터 자신이 5세무렵부터 장군들의 성적 노래개로 던져졌다는 고백을 듣는다. 또한 그녀의 어머니가 군인에게 강간을 당했거나, 애인이 나치였거나 아무튼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
'토니'는 자신이 짝사랑 하던 '웨스트'와 '지니아'가 동거를 하고 있던 사실에 낙담했지만, 그녀에게 돈도 빌려주고 그녀의 기말보고서도 써준다. '지니아'는 점점 '토니'와 '웨스트'에게 권력을 차지하고, '토니'를 협박해서 더 많은 돈도 뜯어낸다.
결국 버려진 '웨스트'의 갈기갈기 찢긴 상처를 어루만져주던 '토니'는, 그와 함께 공부를 했고, 결혼에도 이른다.
'웨스트'는 오히려 '지니아'를 걱정한다. 여린 친구라면서, 그러던 어느날 '지니아'는 '웨스트'를 도로 찾아간다. 기차역에 두고간 트렁크라도 되는 양, 원래 자기 물건이 었던것을 찾아가듯이.. '웨스트'는 자기가 '지니아'를 구조하러 나서야 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남의 것이었던 그는 1년간 소식이 없다가 다시 버림받고 돌아온다. 단독 주택을 구입했던 '토니'는 '웨스트'를 받아주지만, 대여 받은 남자 취급을 한다. '지니아'에게 중독된 사람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더이상 믿지 않는다. 살갑게 '웨스트'를 챙기며 꽃다운 청춘을 다 바친 '토니'는 얼마나 그를 보호할 수 있을까? '지니아'가 다시 내놓으라 할때 까지 과연 ?
'캐리스'는 1970년대의 11월, 식료품 협동조합 봉사차 요가지도를 하던 중, 수강생중의 '지니아'를 만난다. 섬에서 살면서 가능한 자연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 그녀는 식품조합에서 반전운동가가 병역기피자들을 할당해서 조합원에게 맡기는데 '빌리'라고 하는 기죽고, 숫기 없고 갈피를 못잡아 불안했던 그를 돕다가 함께 살게된다. 7세 연하의 불법체류자 '빌리'는 병역기피와 폭파전력으로 미국에서 이곳까지 오게되었다.
'지니아'는 암에 걸려서 자궁을 적출하고 산으로 들어가려다가 '웨스트'와 재회해살면서 재발했노라며, '웨스트'의 폭행에 시달렸다고도 한다. '캐리스'는 자신의 집에서 '지니아'에게 신선한 텃밭채소를 갈아 먹이면서 건강을 회복 시켜준다.
'캐리스의 엄마는 16세에 학교에 진학해서 선생이 되고자 외할머니의 시골농장에서 가출을 했다. 초등학교 교사가 된 그녀의 엄마는 전쟁에서 남편을 잃고는 신경이 날카로워질때면 '캐리스'를 욕하고 때려왔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인, 외할머니에게 '캐리스'를 맡긴 후, 죽는다. 야생의 삶을 사는 외할머니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딸, 엄마에게 외할머니는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 엄마였다.
이모와 이모부의 손에서 자란 '캐리스'는 이모부의 성폭력을 견디며, 진실을 외면하는 어리석은 이모로 인해 힘든 시기를 보낸다. '캐리스'는 26세에 자신의 불행했떤 어린시절의 이름 '캐런'을 던져 버리고 '캐리스'로 개명을 한다. 하지만 '캐리스'에게 불안하고 불행한 '캐런'은 사라지지 않는다. '지니아'는 자신이 루마니아 집시엄마를 두었고, 아버지는 핀란드 인으로 전쟁에서 사망했다고 한다.
- 중간생략 -
'지니아'는 솜씨가 좋은 사람이다. 거짓말과 남자 가지고 놀기에 능한, 그리고 사람을 자기 수준으로 끌고 내려갈 줄 아는..
이 책을 읽으면서 1990년 대 초의 캐나다 여성에 대해 상상해 본다. 더불어 그시대 우리나라의 여성도.. 그렇게 얼마 안 된 역사였던가 패미니즘이 란 것이? 너무 흔해지고, 너무 당연해 져서 오히려 패미니즘을 싫어하는 정서도 있었더랬는데, 암튼 불길이 타오르듯, 그 미미하고 초라하기 까지 했던 불씨가 걷잡을수 없을 지경이 되기는 했나보다.
세 여자는 한결 같이 못생기고 매력없고 답답하기까지 하다. 물론 자신의 남자들한테 헌신적이고 좋은 사람임에 틀림없지만, 그런 그들의 남편들에 노출된 '지니아'라는 파격적인 여인으로 인해 삶의 균열들이 생기고, 파경에 이르고, 상처는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를 않는다.
그 상처로 인해 좀더 단단해지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작가는 엄청난 캐릭터인 '지니아'를 파고 들지 않고, 그녀로 부터 기습당한 세여인들을 파고 들었나보다.
세여인은 모두 자신들의 남편과 마찬가지로 지니아의 사기극에 놀아 났지만, 오히려 지니아가 되어 보고 싶어했고, 지니아를 응원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1990년대의 50대를 살아가는 세여인들과 '지니아'는 전쟁둥이로 태어나고, 그들의 부모들은 전쟁이라는 불안정한 시대에, 불완전한 사랑을 나누고 임신을 한다. 전쟁이 끝나고 평범한 세상으로 돌아왔지만, 평범한 삶을 유지할줄 몰라 방황을 하고, 그 속에서 자라난 세대 역시 불안 하다. 나는 이책의 패미니즘적인 측면 보다는 전쟁을 겪은 사람들의 일상에 던져진 파편들에 더 관심이 갔다. 전쟁이라는 묘한 시기에 죽음이 언제 닥칠지 모르는 불안속의 청춘과, 사랑, 그리고 그것이 전쟁과 함께 흘러가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왔을때의 적응, 그동안 읽었던 아름다운 전쟁 소설들 속 사랑들의 뒷이야기인듯 해서.
역사에는 장난기가 어려 있다. 왜곡된 즐거움이 있다. 매복이라는 것도 군인들이 벌이는 못된 장난 아닐까? 숨어 있다 "놀랐지!" 하며 튀어나오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숨바꼭질처럼 이렇게 장난스러운 면에 대해 언급하는 역사학자는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들은 과거가 진지하기 바란다. 죽도록 진지하기 바란다. 그녀는 이 문구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본다. ‘죽도록 진지하다‘의 반대말은, ‘살도록 까불거리다‘일까? 말장난 좋아하는 사람들게에 맡길 일이겠지. 306
육신은 영혼을 담은 집이고 마음이 오가는 길이지만 심술을 부리기도 하고, 반항하기도 하며, 물질세계의 안 좋은 물이 들기도 한다. 육신이 있다는 것은, 육신에 깃들어 있다는 것은 병든 고양이에게 밧줄로 묶여 있는 것과 비슷하다. 354-355
침대시트를 반으로 접는 것처럼 가끔 시간이 접힐 때가 있는데, 미래 예측이란 침대 시트를 접어 아무 데나 핀을 꽂으면 구멍이 두 개 가지런하게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음악에서 두 가지 멜로디가 동시에 진행되며 만들어지는 화음이나 호수에 밀려 나가는 물살처럼 신기할 게 아무것도 없다. 추억도 똑같은 오버랩이고, 똑같은 주름이다. 다만 방향만 거꾸로다. 454
- 토니도 겪었기 때문에 안다. 빌리는 마법에 걸린 것과 비슷한 상태일 것이다. 하지만 지니아는 이내 싫증을 낼 것이다. 빌리는 너무 시시한 먹잇감이었고, 캐리스 한테는 미안한 말이지만 너무 쉬운 상대였다. 토니는 지니아에 대해 연구한 결과 모험을 좋아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는 문을 부수고 들어가길 좋아하고, 남의 것을 빼앗는걸 좋아한다. 빌리는 웨스트 처럼 사격상대에 불과했다.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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