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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의 여류작가 '니콜 크라우스'는 십 대에 [백년의 고독]에 반해 문학세계에 빠졌다고 한다. 이 작품이 소개되자마자 뉴욕 문단의 화제가 되었다고..
로맨틱 미스터리 물로 분류되는 이 책의 서정적인 미스터리 기법은 작가가 여기저기 장치해둔 조각들을 맞춰야 하는 퍼즐 놀이 같기도 해서 단단히 붙들고 읽어야 한다.
[사랑의 역사]라는 '레오거스키'가 지은 책을 둘러싼 사랑과 이별과 그리움, 그리하여 이 책을 통해서 사랑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이야기이다.
'레오거스키(이하 레오)'는 미국에 살고 있는 노인이다. 한때 그는 열쇠장이 였으나, 심장마비를 일으킨 이후 일을 그만두고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심장의 위협과 죽음에 대한 이러저러한 상상을 하면서 진중한 두려움으로 대비하고 있는 사람이다.
혼자서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그는 자신의 마지막을 볼 사람이 누구일까를 생각하면서 되도록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노출하고자 일부러 동전을 떨어뜨리고 누드모델로 나서기도 한다.
그는 폴란드 출신의 이민자로서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두려움으로 살았다. 그 이전의 두려움은 유대인 학살의 희생양이 된 가족과의 이별, 그리고 자신도 나치를 피해 은둔자로서의 삶을 살았던 몇 년이었다. 좀 더 이전엔, 큰아버지의 주검을 지킨 일이었다. 이 일로 인해 소년이었던 그는 1년간 죽음에 대한 집착으로 떨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동장에서 나방을 움켜쥐고 있던 소녀에게 반하고, 프러포즈를 한다. 10세의 '레오'가 청혼한 그녀의 이름은 '알마'..남다른 상상력을 가진 ''레오'는 '알마'에게 자신의 글을 보여주고, 자신의 상상을 이야기한다.
좀 다른 '레오'에게 그녀 '알마'는 그가 유일하게 그 의견을 존중해주는 소녀이다.
그들은 11세에 첫 키스를 나누고, 17세에 성에 눈뜨고 사랑에 눈뜬다.
이후 '알마'는 아버지로 인해 미국으로 보내지고, '레오'는 나치를 피해 3년 반 동안 숨어지낸다. 그동안 '알마'에게 편지를 보냈지만 어긋나버리고, '레오'의 아이를 임신한 '알마'는 그가 사망했을 거라고 확신하며 자신을 도와주던 '모리츠'의 청혼을 받아들인다. 그녀는 '레오'의 아들 '아이작'을 낳고 지금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 '버나드'를 낳는다.
미국으로 건너간 '레오'는 '알마'를 찾아내지만, 이미 늦었다. 그때 그의 나이가 25세. 하지만 '레오'는 평생 그녀 '알마'를 기다리면서 그녀를 위해 책을 쓰고 해마다 그녀의 생일에 카드를 보내고, 자신의 존재조차도 모르는 그의 아들 '아이작'의 주변을 돈다.
아들이 응원하는 야구팀의 경기를 따라가서 응원하고, 아들이 좋아하는 팝 음악을 듣고 작가가 된 아들의 팬사인회를 찾아다니고, 아들이 신문기사에 인터뷰한 내용 중, 그가 쓴다는 타자기와 같은 모델을 사서 사용하기도 한다.
어머니는 우리 세계의 축이었다. 구름 속에서 인생을 보내는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이성이라 는 냉정한 힘으로 이 우주를 돌렸다. 어머니는 모든 논쟁의 재판관이었다. 어머니가 한마디라도 인정하지 않는 짓을 저지를라치면 우리는 구석 에서 울면서 닥쳐올 순례의 길을 꿈꾸었다. 그런데도, 입맞춤 한 번이면 우리는 다시 왕자가 되었다. 어머니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혼란스러울 것이다. 176
나는 그 아이의 몸을 의식하면서 동시에 나의 몸도 의식하게 되었고, 거의 숨도 못 쉴 지경이 되었다. 내 신경에서 감정의 불길이 일어나 퍼져 나갔다. 모든 것이 30초도 안 되는 순간에 벌어 졌다. 그런데도, 그 후 나는 어린 시절의 종말이 시작되는 장소에 도사리고 있는 미스터리의 세계로 입문했다. 30초도 안 되는 시간에 내 안에서 즐거움과 고통이 일어난 것이다. 179
때로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해 생각한다. 때로 내 일생에 대해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삶을 살았다. 어떤 종류의 삶이었을까? 하나의 삶을 살았다. 쉽지 않았다. 그래도 참을 수 없는 것은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았다.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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