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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차가운 밤에', '냉정과 열정 사이'에 이어 세 번째이다. 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서 '요시모토 바나나' 와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 작가라고 한다.
아쉽게도 나머지 두 여류 작가의 책은 아직 접해 보지 못했으며 이미 냉정과 열정 사이를 통해 그녀의 감성이라든가, 섬세함이라든가에는 어느 정도 수긍을 하고 있는 바이다.
이 소설은 불륜이 소재이다. 사랑이 소재라고 하기엔 이런 스토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열아홉의 나이에 스무 살 가까이 차이 나는 유부녀와의 사랑... 작품이라고만 하기엔 불편함이 있다.
코지마 토오루는 부모의 이혼으로 능력 있는 엄마와 둘이 살면서 엄마의 친구인 시후미란 여인과 사랑을 한다. 그의 친구 코우지는 열다 섯 살 연상의 유부녀인 키미코와 사랑을 한다.
토오루와 코우지는 전혀 다른 성격이고, 또한 각자 다르게 사랑하는 방식을 대조적으로 써 내려가는 구조이다. 연하남 토오루는 시후미의 과거를 질투하고, 연상녀 시후미는 토오루의 미래를 질투하게 되는 설정이 매우 공감이 가긴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에서 우아한 여성에 대해 감색 스커트 입은 모습을 묘사했더랬는데 에쿠니 가오리 역시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옷차림을 감색 옷으로 묘사한다. 예전에 이문열 소설에서는 스커트에 스웨터 차림의 여고생을 묘사했던 기억이 있다. 소설가들 마다 첫사랑 이나 아련한 여주인공에 대한 자기 나름의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다는 것에 공감하면서 ...
소설에서 중간중간 토오루가 도쿄타워를 바라보는 장면이 있다. 책의 처음 부분도 '세상에서 가장 슬픈 풍경은 비에 젖은 도쿄타워'라고 말한다.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코지마와 달리 신중하고 내성적인 토오루의 사랑과, 사랑에 대한 태도가 대비되면서 쉽게 읽히기는 하는 책이다.
역자는 후기에서 사회적인 통념이나 사상을 논하기에 앞서, 인연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사랑은, 늘, 살아있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마무리를 짓는다. 나머지 두 여류작가의 작품도 곧 읽어보려고 하며, 그들이 누볐던 시부야 거리를 한번 걸어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사람과 사람은 말야, 공기로 인해 서로 끌리는 것 같아."언젠가 시후미가 그렇게 말했다."성격이나 외모에 앞서 우선 공기가 있어. 그 사람이 주변에 발하는 공기. 나는 그런 동물적인 것을 믿어." 시후미는 동물적이다. 토오루는 생각한다. 자신에게 없는 강인함과 활력을 느끼면 거의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가다리는 것은 힘들지만, 기다리지 않는 시간보다 훨씬 행복하다. 시후미와 연결된 시간, 이곳에 시후미는 없지만 자신이 시후미에게 감싸여 있다고 느낀다. 지배당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코우지의 여자 문제와 관련하여 상담에 응할 생각은 없었다. 절반은 어처구니가 없어서이며, 절반은 코우지라면 무난히 혼자서 헤쳐나갈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다시 말해, 절반의 경시와 절반의 경의이다. 토오루는 코우지에 대해 고교시절부터 쭉 그런 감정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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